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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김명인, 겨울의 빛
골목 안 국밥집에는 두 사내가 마주앉아
허름한 저녁을 들고 있다, 뚝배기 속으로
달그락거리던 숟갈질이 빈 반찬그릇에서 멎자
한 사내는 아쉬운 듯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붙여 물고
유리창 밖을 내다본다, 마주앉은 사내는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식은땀은 닦아낼
겨를도 없이 남은 국물을 들이마시고
마지막 깍두기를 씹고 있다, 언제 왔는지 어둠이
깊은 심연처럼 그릇 바닥에 고여
어둑히 내다보면 구겨지는 골목으로 벗어나며
저 사내에게 갈 곳이 있다는 것일까
어느새 웃자란 수염이 차지한 뾰족 턱을 비껴
추위에 움츠린 겨울의 가등(街燈)들이 무심한 듯
길바닥에 일렁거리지만
불빛이 감추는 망막 때문에 유리창 안쪽으로
따뜻한 것들이 기웃거리는지
아까부터 군청색 작업복의 사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은
대책 없는 허술한 앞날일 뿐
잿빛 잠바도 모르는 사내들의 길 위로 어디서나
흔해빠진 길들을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저렇게 바쁘게 오고 간다
정한모, 멸입(滅入)
한 개 돌 속에
하루가 소리 없이 저물어 가듯이
그렇게 옮기어 가는
정연한 움직임 속에서
소조한 시야에 들어오는
미루나무의 나상(裸像)
모여드는 원경을 흔들어 줄
바람도 없이
이루어 온 많은 빛깔과 보람과
모두 다 가라앉은 줄기를 더듬어 올라가면
끝 가지 아슬히 사라져
하늘이 된다
신경림, 나의 신발이
늘 떠나면서 살았다
집을 떠나고 마을을 떠나면서
늘 잊으면서 살았다
싸리꽃 하얀 언덕을 잊고
느티나무에 소복하던 별들을 잊으면서
늘 찾으면서 살았다
낯선 것에 신명을 내고
처음 보는 것에서 힘을 얻으면서
진흙길 가시밭길 마구 밟으면서
나의 신발은
어느 때부턴가는
그리워하면서 살았다
떠난 것을 그리워하고 잊은 것을 그리워하면서
마침내 되찾아 나서면서 살았다
두엄더미 퀴퀴한 냄새를 되찾아 나서면서
싸리문 흔들던 바람을 되찾아 나서면서
그러는 사이 나의 신발은 너덜너덜 해지고
비바람과 흙먼지와 매연으로
누렇게 퇴색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아직도 세상 사는 물리를 터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퀴퀴하게 썩은 냄새 속에서
이제 나한테서도 완전히 버려져
폐기물 처리장 한구석에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다른 사람들한테서 버려진 신발짝들에 뒤섞여
나와 함께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남재만, 나목
모두 떠나 버리고
다 숨어 버린
동천(冬天)
시퍼런 서슬에
너만 혼자
알몸으로 서 있구나
가 버린 것
숨어 버린 것
끝내 불러내고 찾아내려
너는
그토록 아픈
술래로 서 있구나
박용래, 잔(盞)
가을은 어린 나무에도 단풍 들어
뜰에 산사자(山査子) 우연듯 붉은데
벗이여 남실남실 넘치는 잔
해후(邂逅)도 별리(別離)도 더불어 멀어졌는데
종이, 종이 울린다 시이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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