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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09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39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5/30 22:54:14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097 모바일
    [BGM] 거울을 들여다 보아라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고재종들길

     

     

     

    모내기 끝낸 들에

    치자꽃 향기 퍼진다

    그 향기 따라

    어린 모 뿌리를 잡는 들길 걷는다

    바람은 솔솔 불어

    길 옆 가득 피어나는 개망초꽃

    그 숱한 흔들림으로 걷는다

    흔들리며 걷는 게

    어찌 또 들길뿐이랴

    발자국 저벅일 때마다 뚝 뚜욱

    그치는 개구리 울음에 젖어 걷는다

    울며 젖어 걷는 게

    어찌 또 들길뿐이랴

    걷다보니보아라

    바람은 자꾸 스쳐와

    저 볏잎들 지극히 사운거린다

    어린 모 땅맛에 젖어드는

    저 기쁨의 떨림의 푸르른 몸짓

    왜 우리에겐들 흐르지 않으랴

    저만큼 산비얄의 나무들은

    녹녹청청노을까지도 물들인다

    그 물들임에 나도 물들어 걷노니

    이제 산 우뚝 막아서서

    돌아서 들 걸어든다

    돌아서 걷는 이슬길에도

    치자꽃 향기 그윽하여

    모쪼록 그 꽃과 향기 몇 점

    주막의 술잔에 띄우고 싶다







    2.jpg

    이용악막차 갈 때마다

     

     

     

    어쩌자고 자꾸만 그리워지는

    당신네들을 깨끗이 잊어버리고자

    북에서도 북쪽

    그렇습니다머나먼 곳으로 와버린 것인데

    산굽이 돌아 돌아 막차 갈 때마다

    먼지와 함께 들이켜기엔

    너무나 너무나 차거운 유리잔







    3.jpg

    최승호아마존 수족관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팥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열난 기계들이 길을 끊이면서

    질주하는 여름밤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 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4.jpg

    김광규왼손잡이

     

     

     

    남들은 모두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고

    글씨 쓰고

    방아쇠를 당기고

    악수하는데

    왜 너만 왼손잡이냐고

    윽박지르지 마라 당신도

    왼손에 시계를 차고

    왼손에 전화 수화기를 들고

    왼손에 턱을 고인 채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느냐

    험한 길을 달려가는 버스 속에서

    한 손으로 짐을 들고

    또 한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어야 하듯

    당신에게도 왼손이 필요하고

    나에게도 오른손이 필요하다

    거울을 들여다 보아라

    당신은 지금 왼손으로

    면도를 하고 있고

    나는 지금 오른손으로

    빗질을 하고 있다







    5.jpg

    박재삼어떤 귀로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에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 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놓는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5/31 07:30:52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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