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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오정국, 동사서독
무사는 여자를 잊기 위해 사막으로 갔다
사막에는 되돌아 나오는 길이 없었다
비가 내려도 하늘이 밝았다
무사는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무림에 두고 온 그의 여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무사는 사막에 여인숙을 차려놓고 평생 그렇게 혼자 살았다
사막의 빛이 너무 밝아 눈이 멀어가는 떠돌이 검객이 있었다
그의 길은 사막에서 숲으로 열렸다 닫혔다 했다
구릉 너머 마적 떼가 쳐들어오고, 떠돌이 검객은 멀어가는 눈으로
수백 명의 마적을 물리치고 또 물리쳤다
저수지는 고요했다. 개들조차 오지 않았다
저수지엔 꽃이 피지 않았다
아내의 불륜을 용서 못해 고향을 떠난 떠돌이 검객은
칼을 맞아 죽어가면서 고향의 복사꽃을 그리워했다
권혁웅,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 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 건너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 걸까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앉았지요
그 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도종환, 그해 봄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꽃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이근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한 세상 살다가
모두 버리고 가는 날
내게도 쓰던 것
주고 갈 사람 있을까
붓이나 벼루 같은 것
묵은 시집 몇 권이라도
다리를 찍으러 가서
남의 아내를 찍어온
나이든 떠돌이 사내
로버트 킨 케이트
사랑은 떠돌이가 아니던가
가슴에 붙박혀 사는
인사동 나갔다가
벼루 한 틀 지고 온다
글 쓰는 일보다
헛것에 마음 뺏겨
붙박힌 사랑 하나쯤
건질 줄도 모르면서
복효근, 섬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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