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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9533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35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3/03 13:54:39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533 모바일
    [BGM] 그런 옛날이 내게도 있었지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McbEAclj_4






    1.jpg

    정영주서해저 독한 상사

     

     

     

    모래가 발목을 잡고 놓지 않는다

    한 번도 빠져보지 못한 서해

    동해에 눈 맞추고

    항시 그리로만 몸 기울였는데

    서해에 맘 주지 못한 죄

    오늘은 기어이 물으려는지

    발목으로 무릎으로 기어오르며

    나를 낚아채 주저앉힌다

    푹푹 꺼지는 허방이

    눈을 부라리며 삼키려든다

    성깔진 이빨 하나 없는 것이

    내 몸에 두지 않는 길 하나 열고자

    제 마음 내 안에 두고자

    가슴까지 모래를 퍼 나른다

    서해가 이윽하다는

    그대의 전언이 몸에 닿았으나

    내 안에 몸 없는 바다일 뿐바닥일 뿐

    겨우 빠져나와 서해를 돌아보니

    바짝 타들어 검은 뻘로 누운

    저 독한 상사

    벌거벗은 슬픔여윈 속살을 보고서야

    서해가 절절한 삶이라는 걸 알았다







    2.jpg

    염창권호두껍질 속의 별

     

     

     

    껍질 속은 굴곡이 많은 별빛으로 채워졌다

    빡빡한 뇌수처럼 생은 좀체 휴식이 없다

    별빛을 헤아려 본다

    부유하는 먼지 같은

    우주는 딱딱한 두개골처럼 소리가 난다

    반짝이는 머리통 속 질량은 충분하다

    욕정의 신호나 되듯

    은밀한 느낌이다

    금기의 강이 있다건너지 못하는

    미확인의 진실이지만

    그들은 서로 잇닿아 있다

    별들도 사랑을 나눈다

    눈빛을 보면 안다

    호두껍질을 두드려서 잠든 별을 깨운다

    기억의 숲 속으로 번개가 지나가듯

    어둠이 파동 치며 긁힌다

    이젠 추억의 힘이다







    3.jpg

    이경임바람 한 줄기

     

     

     

    바람 속엔 헤아릴 수 없는 냄새와 소리와

    얼룩과 소문들이 있다

    높은 산맥을 넘은 후 평지에 도달한 바람 속엔

    ()가 있다

     

    이 바람은 무겁다

    이 바람은 무겁지 않다

    이 바람의 몸속엔 한 방울의 물기도 없다

     

    없는 눈물이 가득 차오르면

    메마른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는다

    없는 사랑이 가득 차오르면 바보처럼 자주 웃는다

     

    꽃들은 텅 빈 나무의 엔진이다

    겨울이 지나가면 작란(作亂)이 다시 시작된다

     

    바람 속엔 다시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그득하고

    이 낮은 지상은 신음 소리들로 가득 채워진다







    4.jpg

    이대흠옛날 우표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던 옛날 우표

     

    그건 다만 추억 속에서나 있었을 뿐이지

    어떤 본드나 풀보다도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었던 시절

    그대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떨어질 수 없었지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사람의 말이 푸르게 돋아

    순이 되고 싹이 되고

    이파리가 되어 펄럭이다가

    마침내 꽃으로 달아올랐던 시절

     

    그대의 손끝에서 만져질 때마다

    내 혀는 얼마나 달아올랐을까

    그대 혀가 내게로 올 때마다

    나는 얼마나 뜨거운 꿈을 꾸었던가

     

    그대의 말과 나의 꿈이 초원을 이루고

    이따금은 배부른 말 떼가 언덕을 오르곤 하였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람이 혀로 들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귀들이 풀로 듣던 시절

     

    그런 옛날이 내게도 있었지







    5.jpg

    이우걸비누

     

     

     

    이 비누를 마지막으로 쓰고 김 씨는 오늘 죽었다

    헐벗은 노동의 하늘을 보살피던

    영혼의 거울과 같은

    조그마한 비누 하나

     

    도시는 원인모를 후두염에 걸려 있고

    김씨가 쫓기며 걷던 자산동 언덕길 위엔

    쓰다 둔 그 비누만 한

    달이 하나 떠 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3/03 16:30:43  112.159.***.247  Wally  639613
    [2] 2020/03/03 19:33:49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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