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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9407
    작성자 : 통통볼 (가입일자:2012-11-15 방문횟수:1586)
    추천 : 2
    조회수 : 140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2/16 13:06:1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407 모바일
    [BGM] 소리는 목구멍을 멀리서서 읽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zKcYyiV-0QQ






    1.jpg

    오영환목구멍

     

     

     

    목표는 네가 아닌데 가끔 너는 표적이 되고

    찢어질 듯 실핏줄이 멈춰서는 순간에도

    호흡이 낚아채 놓는 은어들이 쏘는 총

     

    글 밖에서 다듬이질 하는 또 다른 너를 향해

    그 많은 좁쌀알들이 두렵지 않은 것은

    까칠한 글 맛 속에서 등짐 지는 징소리

     

    소리는 목구멍을 멀리서서 읽는다

    다가가면 다가설수록 뿌리치는 문향(文香)

    그곳에 도리질 치는 아픔도 자유이다

     

    마음은 너를 벗어나 속 눈빛에 떨다가도

    새가슴 뻗치고서 울음 우는 벙어리

    찻물 밴 목 줄기 감아 타래 푸는 시어(詩語)







    2.jpg

    임영석필사(筆寫)

     

     

     

    는개 속 소나무는 솔잎이 붓끝 같다

    아기울음 막 달래고 안도하는 엄마처럼

    푸르고 푸른 말들을 허리 굽혀 받아쓴다

     

    당신이 볼 때에는 위태로운 절벽이지만

    소나무는 그 절벽이 깨끗한 화선지다

    목숨을 걸고 받아 쓴 풍경만을 펴놓는다

     

    나이 오십 내 귀는 들리지 않는 소리

    소나무는 수십 년을 허공에 써놓고서

    저 혼자 읽고 있는데 그 그들이 신비롭다

     

    천둥치면 천둥소리 바람 불면 바람소리

    는개에 젖어들면 그 글들이 다 지워져

    다시 또 받아 적는데 그 상상이 늘 푸르다







    3.jpg

    송찬호소금 창고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를 찾아

    물어물어 여기 소금 창고까지 왔네

    소금 창고는 아무도 없네

    이미 오래 전부터 소금이 들어오지 않아

    소금 창고는 텅 비어 있었네

     

    나는 이미 짐작한 바가 있어

    얼굴 흰 소금신부를 맞으러

    서쪽으로 가는 바람같이

    무슨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온 건 아니지만

     

    나는 또사슴 같은 바다를 보러온 젊은 날같이

    연애 창고인 줄만 알고

    손을 잡고 뛰어드는 젊은 날같이

    함부로 이 소금 창고를 찾아온 것도 아니지만

     

    가까이 보이는 바다로 쉼없이 술들의 배가 지나갔네

    나는 그토록 다짐했던 금주(禁酒)의 맹세가 생각나

    여자의 머릿결 적시던 술이 생각나

    바다에 쭈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울었네

     

    소금 창고는 아무도 없네

    그리고 짜디짠 이 세상 어디인가

    소금같이 뿌려진 여자가 있네

     

    나는 또어딘가로 돌아가야 하지만

    사랑에 기대는 법 없이

    저 혼자 저렇게 낡아갈 수 있는 건

    오직 여기 소금 창고 뿐이네







    4.jpg

    송유미가지치기

     

     

     

    호수에 피는 옥잠화 너무 곱다

     

    곱기 위해 어떤 가지를 쳤기에 저렇게 고울까

    산다는 일 머리 깎고 손톱 깎고

    발톱 깎는 가지치기

     

    몇 주씩 잠만 자고 일어나니

    길어진 머리카락 손톱 발톱 엉망이다

     

    밤나무 가지 누가 쳤을까

    달빛 환하게 스며들어

    이마가 너무 곱다

     

    둥근 접시에 담긴 둥근 마음 참 곱다

    알밤보다 환한 이 봄밤도 곱다







    5.jpg

    이정란

     

     

     

    당신 기척이 밖을 내다보는 내 시선에 녹아들었다

    해변모래밭에 꽂힌종이컵은 인력 강하지만 아주 우연한 접점

     

    당신 바깥에서

    나는 허공이나 모니터에서 샘솟듯 차오르는 글자들을 소비한다

    글자는 의식의 발원지

    의식은 허공이나 모니터 혹은 벚나무 속의 혈류다

     

    당신 곁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당신을 틀어막으며 산 긴 시간

    마개를 따 버리고 싶었던 나는 누구의 나인가

     

    내게서 떠났던 영혼은 연필로 위장한 낱말들의 트렁크 속으로 숨어들어 거칠게 숨 쉬었다

     

    긴 잠의 머리맡에 가끔 폭약을 장치한다

    나를 잘못 번안하곤 슬그머니 잠들어 버리는 나를 발설하기 위해

     

    자기에 맞는 나에 대해 명상하듯

    익숙한 옷이 나를 벗어버리고 면벽 중이다

     

    변화하는 칼집나는

    늘 죽고 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2/16 15:00:20  175.123.***.79  renovatiost  277019
    [2] 2020/02/16 17:41:16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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