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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늦은 인사
그 바닷가에서 당신은
버스를 탔겠지
싸우다 지친 여름이 푸르스름한 새벽
내가 잠든 사이
분홍 가방 끌고
동해와 설악산 사이
외줄기 길은 길기도 해
다시는 만날 수 없었네
자고 나면 귀에서 모래가 나오고
버스만 타면 멀미를 했지
아무리 토해도 멈추지 않고
정신없이 끌려가던 날들
가는 사람은 가는 사정이 있고
남는 사람은 남는 형편이 있네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
잘 가 엄마
아지랑이 하늘하늘 오르는 봄
이제야 미움 없이
인사를 보내
함순례, 저쪽 사원
산길은 무덤을 향하고 있다
산책길 찾아
이 길 저 길 더듬어보니 그렇다
가격(家格)에 따라 무덤의 위용과 무덤으로 가는 길도 달랐다
사람은 죽어서도 평등하지 않았다
나의 후생은 사람 두엇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숲길 하나 얻는 것일까
혼자는 외로우니 두런두런 말 섞으며 걸어가면
어떤 슬픔도 측백나무 향처럼 부드러워지겠다
잘 죽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
허나 저쪽 세상을 나는 모른다 우주비행처럼
발을 딛지 못하는 허방일까 황홀한 꽃밭일까
나는 저쪽 세상의 색깔을 모른다
양지바를까 짙푸른 미명일까 암흑천지일까
저쪽을 들여다보기에 나는 아직 이 세상이 너무 캄캄하다
그러니 저쪽은 가보지 않은 사원이다
은은한 경배의 자리다, 다만 때가 되면
울지 않고 여여하게 돌아가는 것
그 길은 만날 수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 뿐이다
최영철, 풍문
낯선 저수지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지난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녀
어릴 적 고모네 가며 함께 걸었던 누이
그러고 두세 번 보았을까
시집가 아이 둘 낳았다는 풍문
신랑과 별거해 호프집 한다는 풍문
어느 날 가게 문 닫고 나가 감감무소식이라는 풍문
그리고 며칠 뒤
단골 총각과 함께 저수지 위로 떠올랐다는 풍문을
신문 귀퉁이에서 읽었다
고모는 우세스럽다며 입을 다물었지만
풍문에 쫓겨 수몰되었을 누이의 로맨스를
나는 알 것도 같다
풍문이 밝히지 못한 단말마의 흐느낌을
누구든 생의 끝 진실은 풍문이 되고 말 것이지만
누이의 늦은 사랑은 아무래도 풍문이 아닐 것 같다
그게 옳다면 바보처럼 죽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보라며
목이 멘 저수지 수면이 자꾸만 자꾸만
가슴을 쥐어뜯는다
나는 너무 늦게 이 저수지에 왔고
누이는 너무 늦게 사랑을 알았을 뿐
김장호, 새벽의 낙관
밤샘 근무를 끝내고 난곡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새벽 찬바람은 낙엽을 털어내고 일어나고
버스는 봉천고개를 넘어온다
신문배달 나간 둘째는 옷을 든든히 입었는지
텅 빈 버스 창가에 몸을 부르르 떨며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방금 누가 앉았다 내렸는지 연탄크기만한
자국이 살아 있다
아직 온기가 미소처럼 남아 있다
누굴까, 이 차가운 의자를 데운 이는
어느 술집 여인의 엉덩인가
노름판에 개평도 얻지 못한 사내의 엉덩인가
아니야, 새벽장 나가는 아지매의 엉덩일 거야
새벽 공사장 나가는 아재의 엉덩일 거야
세상살이에 흔들리며 데웠으리라
삶이란 세상에 따스한 흔적 남기는 일
나 역시 그대에게 줄 미소 하나 만든다
새벽에 찍는 하루의 낙관
이대흠, 봄은
조용한 오후다
무슨 큰 일이 닥칠 것 같다
나무의 가지들 세상곳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숨쉬지 말라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곳곳에서 탕,탕,탕,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저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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