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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06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04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2/29 18:01:14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069 모바일
    [BGM]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최영철백발 연탄

     

     

     

    백발이 된 저 연탄

    활활 다시 불타진 않지만

    이제 막 힘 불끈 솟는 청춘 앞에

    디딤돌은 될 수 있지

    검은 머리 딛고 나갈 징검돌

    어떻게든 나를 짓밟고

    단단히 일어서라 떨쳐 나가라

    아꼈던 불씨까지 건네주는

    후끈한 바통 터치

    송송 뚫린 콧구멍 하얗게 세도록

    검은 머리 박차고 나갈

    시원한 돌파구는 될 수 있지







    2.jpg

    문동만어떤 음계에서

     

     

     

    자주 자는 집은 컨테이너이거나 달세를 주는 여관방

    자주 먹는 밥은 함바집의 백반이었던 그가

    삼십년 객짓밥으로 얻은 만년 셋방에 곰팡이꽃을 피워놓고

    밥상을 차려 기다렸다

    늘 막막했던 그가 용돈까지 쥐어준다

    아무려면 혼자 사는 내가 낫지가 그의 잠언

    창을 열면 집 밖도 실내인 작은 집

    소소한 몇 개의 반찬 냄새는 이 집을 벗어나지 못한다

    빗방울은 허공에 걸린 거미줄을 튕긴다

    이십오년 된 창고형 상가를 털어 칸칸이

    허술한 담을 쌓고 그것을 아파트라 부르는 곳에

    그가 살고 있다 그는 살 수 있었다

    그가 만든 수많은 집들의 바깥에서만

    빗방울을 견디는 거미줄오로지 가볍고 질긴 장력으로

    살았던 탁음이 깊은 말라깽이 사내의 집

    복도엔 그만그만한 사람들의 생이 얽힌 물발자국

    발바닥으로 부르는 노동가따라 부르기 버거워

    어떤 음계에서 나는 미끄러지고 만다







    3.jpg

    정희성선물

     

     

     

    나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에게 남겨진 모든 시간을

    내 심장이 멎은 뒤에도

    두근대며 흘러갈 시간을

    친구가 눈을 감던 그날

    나 문득 두려움 느꼈네

    이 사랑 영원할 수 있을까

    나 그에게 시간을 선물 했네

    나 죽은 뒤에도 영원할 시간을

    그 끝 모를 사랑의 맹세를







    4.jpg

    나호열안아주기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책상을모르는 사람을

    안아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어둠을 안아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보았는가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미움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5.jpg

    조용숙얼굴

     

     

     

    길 가다 주운 쪼글쪼글한 대추 한 알

    그 주름 속 깊은 길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팽팽하게 당겼던 시간의 고삐를

    놓친 순간나무에서 떨어져 뒹굴며

    반지르르한 살갗 위에 새겨 넣었을

    바람과 햇볕의 문신

     

    시간으로 쓴 표지판 하나

    얼굴 위에 새겨 넣으며

    온몸으로 끌어올린 단물 쟁여

    단단히 여문 씨앗 하나 키워 가는 삶

     

    생의 계단인 아버지의 주름살

    하나 둘 따라 올라가 보면

    그 안에 내가 있어

    잘 여문 씨앗 하나로 솔고 있을까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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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2/29 18:34:07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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