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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길 위의 식사
사발에 담긴 둥글고 따뜻한 밥 아니라
비닐 속에 든 각진 찬밥이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듯
선 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다
고수레도 아닌데 길 위에 밥알 흘리기도 하며 먹는 밥이다
반찬 없이 국물 없이 목메게 먹는 밥이다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다
피가 도는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
유승도, 일방적 사랑
송홧가루 휘날려 숲이 부옇다
나는 아니라고 네가 찾는 것이 나는 아니라 해도
꽃가루 가루가루는 그래도 좋다네 다 좋다네
고정희, 가을
내 속에 깊이깊이 잠든 그대가
흐르는 바람 저쪽에서 회오리치는 날은
누가 내 혼의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 간다
비탈길 느릅나무에 불이 붙는다
넋을 박은 가로수에 불이 붙는다
산(山)의 이족, 대안의 푸른 욕망을 나부끼는
관목숲에 서서히 번져드는 불, 불길
드디어 산이 불타오르고 그대여
산처럼 큰 정적이 불타는 10월 오후에
그대 미세한 음성이 불타고 있다
내 핏줄 어디에도 머무를 수 없고
내 혼 어디에도 채울 수 없는 누가
내 모든 어둠의 확을 열고
찬란한 불길을 오관에 켜고 있다
아아, 멀리서 진혼곡 같은 바람이
불산을 흔들고 있다
정용화, 식물성 오후
버스를 타려고 언덕을 내려갈 때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힘겹게 서 있는 노인을 만날 수 있다
꽃도 다 시들어버린 목련나무 옆에서
수직으로 내리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오래 걸어왔던 걸음이 제 그림자에 갇혀있다
분주함도 사라지고 야성적 본능이
식물성으로 순해지는 시간
미련이 없으면 저항도 없다
조금씩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그 노인
물끄러미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저 무심함이 품고 있는 견고한 내력들
걷지 않는 발은 뿌리가 된다
나무가 되어가는 노인과
죽어야 비로소 걷는 나무가
한 몸이 되어있는
나 한때 저 목련나무의 꽃으로 핀 적이 있다
정우영, 생강나무
마흔여섯 해 걸어다닌 나보다
한곳에 서 있는 저 여린 생강나무가
훨씬 더 많은 지구의 기억을
시간의 그늘 곳곳에 켜켜이 새겨둔다
홀연 어느 날 내 길 끊기듯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것들 모든 자취 사라져도
생강나무는 노란 털눈을 뜨고
여전히 느린 시간 걷고 있을 것이다
지구의 여행자는 내가 아니라
생강나무임을 아프게 깨닫는 순간에
내 그림자도 키 늘여 슬그머니
생강나무 시간 속으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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