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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Acg_1QNtfw
정세훈, 저런 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
저런 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지
아무 쓸모 없는 듯
강폭 한가운데에
버티고 선
작은 돌섬 하나
있음으로 해서
에돌아가는
새로운 물결 하나 생겨난 거지
황학주, 해안선
낮달의 입술이
바다의 쇄골에 살짝
붙었다 떨어진 듯이
뱃고동 위에 떠
있다
깊숙이 손목을
집어넣고 줄을 튕기는
산호해변을 덮은 여름 기타 하나가
울어대다
노래하다
쇄골 밑이 점점점 어두워져 오다
가만 보니 해안선은 이럴 때 자라는 듯
어두워지는 것들이 보내오는 기척을 가슴에 받아
개펄 진창을 입혀 내보내다
누군가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그 자리에 생기는 해안
그런 마음엔 백사장 밑으로 불덩이가 묻혀 있다 운다
저렇게 널따란 끝을
잘못 디딘 사내가
해안선을
보다
매일매일 달을 먹으며 처음으로 보다
곽재구, 고향
흐린 새벽
감나무골 오막돌집 몇 잎
치자꽃 등불 켜고 산자락에 모이고
깜장 구들 몇 장 서리 내린
송지댁네 외양간
선머슴 십 년 착한 바깥양반
콩대를 다둑이며 쇠죽을 쑤고
약수골 신새벽 꿈길을 출렁이며
송지덕 항아리에 물 붓는 소리
에헤라 나는 보지 못했네
에헤라 나는 듣지 못했네
손시려 송지댁 구들 곁에 쭈그린 동안
선머슴 십 년 착한 바깥양반
생솔 부지깽이 아내에게 넘겨주고
쓱싹쓱싹 함지박이 쌀 씻는 모습
쪼륵쪼륵 양은냄비에 뜨물 받는 소리
에헤라 대학 나온 광주 양반에게서도
에헤라 유학 마친 서울 양반에게서도
나는 보지 못하였네
듣지 못하였네
이은재, 나무의 유적
남산동 허름한 구석진 자리에
통나무 의자 하나 앉아 있다
나이테를 세어 보다가
한 백 년
나무 유적을 만난다
나무의 길은 둥글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다시 끊어지는 길
꽃 피는 오솔길 지나면
천둥 치는 들판
술 취한 듯 불콰한 모퉁이 길을 돌아
언 강을 건너간다
다시 초록 융단 딛고 갔을 나무의 길
갈수록 좁아지고 어둑해지는 골짜기에서 홀연
길을 잃기도 했으리라
길 잃어도 좋았던 푸른 날들이
제 몸에 새겨 넣은 시간이
코일처럼 감긴 토막난 몸
더욱 단단해지려는
근성이 하얗게 마르고 있다
나는 통나무 의자에 동그랗게 앉았다
뜨겁게 살아온 날들처럼
햇살 문양의 통나무 의자는 따뜻했다
김상윤, 몽유 속의 달
파스텔 톤 은은히 빛나는 노란 달은
아무리 보아도 마음 시리지 않네
언젠가
노란 달이 붉은 달로 변하던 밤
오동나무 숲에 정적 감돌고
달빛 뜯던 나뭇잎도 손가락 감추었지
그 달 옆구리에 새싹 돋아
그 빛 점점 자라 만월이 되었을 때
아, 죄도 없이 죄를 씻고 다시 태어나는 달
오동나무가 수런거렸지
달빛 퉁기며 나뭇잎들은 신성한 화음을 연주했지
노란 달과 붉은 달, 검은 달과 만월
달과 내 마음 사이 여러 가닥 현이 걸려 있어
나는 펜으로 달빛을 연주한다네
노란 달은 몽유 속의 달, 달빛 부드러워
덜 아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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