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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838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2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9/10 08:35:4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381 모바일
    [BGM] 나는 희망한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남진우밤비와 놀다

     

     

     

    단 하나의 빗방울로도

    내가 기대고 있는 이 밤은 부서져나간다

    숲의 나무들 소스라치며 부산히 서로의 잎사귀를 부비고

    꺼져가던 바람도 힘을 얻어 풀밭 위를 달린다

     

    내 이마를 때리는 단 하나의 빗방울이

    나를 눈뜨게 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돌연 빛나게 한다

    파리한 손을 내밀어 받아보는 이 한 방울의 비

    내 손바닥의 생명선을 가로질러

    머나먼 강까지 무한한 물을 흘려보낸다

     

    이 한 바울의 비에 밤은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나를 가둔 어둠도 서서히 녹아내린다

    어둠의 가지 위에 깃을 접고 앉아 있던 새들도

    음조를 바꾸어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활시위를 떠나는 저 빗방울의 가벼운 몸놀림

    쉬쉿거리며 은빛 화살촉이 내 살갗을 스칠 때마다

    내 발목엔 작은 날개가 돋는다

     

    오 나를 반기며 나를 어루만지는

    정다운 물의 자매들이여

    내 낡은 외투를 너희 재잘거림으로 빗질해다오

    헝클어진 젖은 머리칼에 무지개가 번득이도록 해다오

     

    단 한 방울의 비에

    이 밤 나는 산산이 부서진다







    2.jpg

    이성선고요를 열면

     

     

     

    고요를 열면 무엇이 빛날까

    들판의 황소 한 마리

    나비로 변하여 날아간다

     

    가슴 열면 무엇이 빛날까

    다시 길을 놓치고 돌아가는

    풀잎 끝 내 작은 발이 보인다

     

    거지 같은 환상 같은

    밟아도 밟히지 않는 세상

    상한 한 마리 벌레로 내가 간다







    3.jpg

    박노해흰 모래밭

     

     

     

    참 곱기도 해라

    이리 보드랍고

     

    해와 바람과 사람이

    이렇게 알몸으로 와 뒹글게 하기까지

     

    저 바윗돌

    세찬 물살

     

    우르르 우르르

    아픈 세월 얼마였으랴







    4.jpg

    권경인나무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야겠다

    날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에게로 아니

    때로 사랑은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가르친 사람에게 가리라

    가구가 되어도 좋고 장작이 되면 또 어떠리

    여기 남아 거름이 되든가

    어디론가 옮겨져 살게 되어도 상관없으리라

    불이 되고 위안이 되고 약이 되는 일

    짐이 되고 재가 되고 허공이 되는 일

    나는 희망한다

    그리하여 완전히 나를 잊는 것

    그리하여 비로소 너를 버리는 것







    5.jpg

    허영자목마른 꿈으로서

     

     

     

    흐르는 물소리는

    덧없는 생명을 일깨우고

     

    지저귀는 새울음은

    허망한 변절을 일깨운다

     

    사랑이여

     

    이 많은

    덧없고 변하는 것들 속에서

     

    한 어리석음으로서

    목마른 꿈으로서

     

    꿈꾸노니

    그대는 오직 하염없고 온전하거라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09/10 19:25:10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09/13 00:47:25  183.96.***.3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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