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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7334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41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4/04 13:03:11
    http://todayhumor.com/?lovestory_87334 모바일
    [BGM]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fU2l1IUA_rs






    1.jpg

    김수영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2.jpg

    이재무벽창호

     

     

     

    도배 위해 낡은 벽지 떼 낸다

    오래된 벽지는 고집이 세다

    벽에 찰싹 붙어서

    벽과 한 몸으로 살아온

    지가 벽인 줄 아는 벽창호의

    완강한 저항은 몸 지치게 하고

    일 더디게 한다

    동요하는고달픈 현재여

    가까운 미래를 위해 악착같이

    과거의 아집을 떼 내야 한다







    3.jpg

    하상만아침

     

     

     

    고향에 돌아와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적게 먹는 것은

    내 오래된 습관

     

    투정을 부리자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많이 담아야 밥은

    빨리 식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알고

    나는 모르는 사랑이

    아직 있다







    4.jpg

    공광규백운모텔

     

     

     

    벌초하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먼지와 벌레가 주인이 되어버린 빈집을 나와

    무량사 앞 한적한 모텔에 들었다

    왠지 호젓하여 글이나 써볼까 하는데

    쓸쓸쓸쓸 여치가 운다

    나도 금방 쓸쓸해져서

    젊은 나이에 병들어 울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생각나고

    늙어서 불경을 외우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생각난다

    혼자 사는 이혼한 여동생을 생각하다가 목이 메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가 또 운다

    풀벌레들은 먼 옛날 이 고장 주막에서

    쓸쓸히 묵고 간 시인일지도 모른다







    5.jpg

    이시영지구별에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아파트 베란다에 일자로 엎드려

    늙어가는 지구의 시절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에 놀라

    벌레들은 땅 밑에서 또 깜빡뜨거운 알을 낳다 죽어가겠지요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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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04 13:16:20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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