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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667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614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2/17 14:27:4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671 모바일
    [BGM] 폭설이다. 하루 종일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박완호커브처럼

     

     

     

    그냥 변화구를 던져 줘라는 말보다

    내게 커브를이란 말이

    훨씬 매력적이란 걸

     

    곧장 당신에게 달려왔어요라고

    바로 들이대는 것보다는

    어딜 좀 들러 오느라...하는

    머뭇거리는 얼굴이

    내 맘 더 깊이 파고든다는 걸

     

    커브하고 말할 때면

    어딘가 살짝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꾸 빙빙 도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지쳐

    잠시 쪼그리고 앉아 쉬는

    네 흔들리는 숨결들

     

    커브라고

    내게 커브를 던져 줘라고 말할 때

    네 혀끝에 걸려 있던 바람이

    어느 순간 나를 향해 밀려오듯

     

    그렇게 내게로 와 줘

    어디로 꺾일지 모르는

    마음의 둥근 궤적을 따라

    커브로커브처럼그렇게







    2.jpg

    이영광녹색

     

     

     

    녹색은 핏방울처럼 돋아난다

    온 세상이 상처이다

     

    먼 들판에 시내에 눈 녹는 숲에

    연록의 피가 흐른다

     

    당신 가슴이 당신을 찢고 나오려 하듯이

    당신이 항거를 그치고

    한 덩이 심장이 되고 말듯이

     

    녹색은 온 세상을 제 굳건한 자리에서

    터질 듯 나타나게 한다

    온 세상이 다시 온 세상을 정신없이

    찾아내게 한다

     

    녹색은 녹색이 죽은 땅을 지나 여기 왔고

    폭설의 계엄령을 뚫고 여기 왔고

    녹색이 죽은 땅을 선 채로 해방시키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지만

    당신의 아픈 대지를 흐르는 건

    모두 새로 난 것들이다







    3.jpg

    신덕룡동지

     

     

     

    폭설이다하루 종일

    눈이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눈을 감아도 환한 저 길 끝

    아랫목에서 굽은 허리를 지지실 어머니

    뒤척일 때마다 풀풀시름이 날릴 테지만

    어둑해질 무렵이면 그림자처럼 일어나

    홀로 팥죽을 끓이실 게다

    숭얼숭얼 죽 끓는 소리

    긴 겨울밤을 건너가는 주문이리라

    너무 낮고 아득해서

    내 얇은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눈 그늘처럼 흐릿해서 들여다볼 수 없다







    4.jpg

    함기석검은 구두

     

     

     

    공원 벤치 밑에 구두 한 짝

    새처럼 잠들어 있다

    벤치 위엔 남자

    신문지를 덮고 잠든 둥근 둥지

     

    죽은 걸까꿈꾸는 걸까

    검은 구두 속에서

    하얀 물감 빛깔의 새벽이 흘러나와

    남자의 몸을 수의처럼 감싸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들 겨드랑이 사이로 샘물이 밀려와

    한 방울 한 방울 신문지에 떨어지고

    어린 꽃들이 단발머릴 흔들며 웃는다

     

    누구의 입일까 검은 구두

    구두 속에서 흰 말이 날아오르고

    밤사이 대기가 흘린 꿈이

    남자의 입술 끝에 투명한 핏방울로 맺혀 있다







    5.jpg

    유안진노랑말로 말한다

     

     

     

    신문이 빈 벤치에 앉아 자꾸 손짓한다

     

    가 앉아 펼쳐드니 은행잎들 떨어져 가린다

     

    읽을 건 계절과 자연이지

    시대나 세상이 아니라면서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12/17 19:18:37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12/21 03:03:32  125.179.***.144  국구구구국  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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