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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의노래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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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6021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2
    조회수 : 374
    IP : 222.97.***.1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8/11 18:51:3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6021 모바일
    내 인생 <4 >
     
    4
     
     
    보통 뉴스에서 나오는 억대 도박판이라 함은 판돈이 억대라서가 아니다.
    5명이 앞사이 2-3백만을 갖고 한 달 동안 치면 그것을 억대 도박판이라 칭한다.
     
    그런 의미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도 뉴스에 나옴직한 억대 도박판에 휩쓸린 건 사실이다.
    두당 평균 50-100만원을 갖고 거의 일 년 반 동안이나 포커 게임을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공소시효랄 것도 없이 이미 십 수 년이나 더 지난 일이니 이곳에 썰을 풀어 본다.
     
    낮에는 주방에서 그 개고생을 하고 저녁만 되면 숙소에 모여 형들과 매일 포커 게임을 했다.
    종목은 세븐 오디였고 오백 삥의 마이너리그와 천 삥의 메이저리그 두 판이 거의 매일 벌어졌다.
    그 이전에는 실전 포커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돈을 잃어 가며 배웠다.
     
    한 달 가량을 털리다 보니 보아 둔 돈은 다 떨어졌고 마이너리그에서 오백 삥을 하며 사람들 스타일을 파악했다. 작은 제스처와 표정, 손동작과 습관, 담배 연기가 코로 나오는 지, 입으로 내뿜는 지, 배팅 후 몸에 힘이 들어갔는지 목소리가 떨리는지 작은 것 하나하나 관찰했다.
     
    당시 스포츠 조선인가에 허영만 선생님의 타짜라는 만화가 연재 중이었는데 3부 포커 편은 신문이 찢어질 정도로 수십 번도 더 봤고 서점에서 포커 관련 책도 열권 가량 구입해서 독파했다.
     
    타짜 3부 원아이드 잭은 정말 내 유년시절 그 자체였고 내게 정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여담이지만 올 해가 2018년 인데 연말 즈음에 영화 타짜3을 촬영한다고 한다. 물론 원아이드 잭 내용을 그대로 담는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된다. 만화에 나오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또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아무튼 타짜 시리즈와 이윤희 선생의 <포커 알면 이긴다>,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님의 로티플 같은 책을 구입하여 다 외울 정도로 읽었다.
    그리고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마이너리그에서 모든 판돈을 다 쓸어 담았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매일 밤 승률, 대략 70% 이상을 기록하며 일 년도 안 되는 기간에 1억이 넘는 돈을 땄다.
     
    당시 난 이삼일에 한번씩 200만원 이상의 현금을 땄고 다음날이면 홀에 일하던 전 직원에게 피자나 치킨을 쐈다. (홀 직원만 30명이 넘는 대형 식당이었다) 그리고 홀에 일하던 친구 엄마가 운영하던 술집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벌이곤 했다.
     
    당시 주방에서 받던 월급이 120만원으로 기억되는데 포커를 치고 난 뒤로는 월급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철이 없었고 미친 짓이었다.
     
    낮에 주방에서 일할 때는 루저였고 밤에 포커판에서는 위너였다.
     
    주방 권력의 정점인 주방장과 실장 형들은 낮에는 기세등등했고 밤에는 내게 뽀찌라도 얼마 더 받을려고 굽실굽실 거렸다. 돈이 뭔지 참 우스웠고 돈에 힘을 다시금 느꼈다. 낮져밤이가 따로 없었다. 주방에서 그 무서워 보이던 고참들이 밤만 되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참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권력자들의 돈을 따서 나처럼 힘없던 주방과 홀서빙 친구들에게 돌려 주었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이 권력자(교도관)를 이용해 옥상에서 마셨던 그 맥주의 맛을 나는 안다. 그곳에서 나는 앤디 듀프레인이었고 로빈훗이었다.
     
    당시 철없던 나는 자뻑에 취해 돈맛에 홀려 옳고 그름도 구분 못했고 매일 밤 불법 도박판에 휩쓸렸다. 매번 이렇게 따니 곧 부자가 될 것 같았다. 우스운 얘기지만 금방 꿈을 이룰 것 같았다. 헌데 돈을 써도 써도 자꾸 생기니 돈에 내성이 생겼고 점점 무덤덤해져 갔다. 한마디로 아까운 걸 모르게 됐고 돈의 무서움을 잊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통장 잔고는 타노스의 손가락 튕김처럼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알다시피 이렇듯 포커가 재미있는 이유는 포커판에는 인생을 축소해 놓은 듯 모든 희노애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겪듯 인생을 살다보면 온갖 종류의 유혹과 거짓, 서로 속고 속이고 속는 자가 죄인이 되고 서로의 머리위로 올라서려 남을 팔고 돈으로 죽이고 돈을 위해 가족도 버리고 명예 따위는 끼지도 못할 깜냥이고 심지어 사랑도 존재한다.
     
    당시 내 사랑은 하트퀸이었다. 할리퀸도 아닌 하트퀸.
     
    손안에 하트퀸만 들어오면 판세가 뒤집혔고 흐름이 내게로 왔다. 52개의 얼굴을 가진 트럼프는(도널드 말고) 내 인생에 마약과도 같은 존재였다
     
    포커판 맴버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 시작한 게임은 아침이 될 때까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고 잠도 거의 안자고 바로 주방에 내려가서 일하곤 했다.
    마약보다 더 심신을 망치는 게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했고 그 중에 그나마 제정신이었던 실장님 한분이 가끔 제재를 걸곤 했다. 그 분은 아직까지도 내가 존경하는 분으로 남아있고 현재 부천에서 요식업으로 크게 성공하고 계신다.
     
    일화 중 하나로 전라도에서 올라온 동갑내기 친구 한명이 있었다.
    나는 경상도 그 녀석은 전라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우리는 의외로 친했고 포커판에서 제법 큰 판에서 맞붙게 되었다.
     
    나는 킹 석장 출발에 히든에 킹 풀하우스가 메이드 된 상태.
    심지어 내 액면은 스트레이트 패였다.
     
    녀석 액면은 포플러쉬에 에이스가 한 장 깔려 있는 누가 봐도 에이스 플러쉬인 패였다. 내 입장에서는 완전 환상적인 상황이고 상대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서로 내 패는 스트레이트로 봐 달라 내 패는 플러쉬로 봐달라며 노래를 불러댔고 뒤로는 무시무시한 망치를 숨기며 뒤통수 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히든까지 쏟아 부은 돈만 서로 합쳐 50만원은 되었고 나는 마지막 배팅에 간을 보며 3만원을 배팅했다.
    당연히 내 패를 스트레이트 패로 읽고 레이즈가 날라왔다.
     
    받고 10만 더,
     
    내심 기뻤으나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연기했다. 연기를 잘해야 이번 한판에 게임을 끝낼 수 있고 잠도 더 잘 수 있고 디카프리오가 오랫동안 못 받던 오스카 상도 받을 수 있다.
     
    잠시 고민하는 척 액션을 취하고 다시 레이즈를 날렸다.
    받고 30만 더,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보통 이정도 되빠꾸가 나오면 플러쉬 패로는 절대로 또 되빠꾸를 날리지 못 한다.
     
    받고 70만원 올인,
     
    녀석의 리레이즈에 숨이 턱 막혔고 심장이 고동쳤고 눈앞이 캄캄해 졌다.
    옆에서 수다 떨며 구경하던 형님들 입까지 다물게 한 리레이즈였다.
    잠시 침묵했고 녀석의 패를 찬찬히 살펴봤다.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바뀌지 않을 액면 넉장 하트 포플러쉬.
     
    초구 하트 8오픈, 4구 하트 2, 5구 하트 에이스, 6구 하트 퀸.
     
    8, A, 2, Q
     
    빠진 카드로 보아 스티플은 없다. 더욱이 하트킹은 내손에 있으니 로티플 또한 없다. 헌데 리레이즈가 날라 왔다. 플러쉬가 죽어도 아니라는 뜻이거나 블러핑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나올 수 있는 최대의 패는 에이스 풀하우스 혹은 포카드 뿐이었다.
    풀하우스 700분의 1
    포카드 4000분의 1
    확률상으로 봐도 포카드 보단 풀하우스에 가까웠다.
    녀석의 망치가 더 컷 던 것이다.
     
    4구부터 거세던 수상한 배팅.
    그러면 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설명이 된다.
    그 순간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헬레네를 닮은 내 행운의 여신이 녀석의 여섯 번째 카드 위치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트퀸,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가 내게 속삭이는 듯 했다.
     
    죽어
     
    그리고 카드를 덮었다.
     
    녀석은 똥씹은 표정으로 에이스 두 장을 돈다발 위로 던졌다.
    장사 안 되네
    순간 뒤에서 구경하던 형님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포커판을 굴러봤지만 킹풀하우스로 죽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주접을 떨어댔다.
     
    `그래서 니들이 매일 밤 내게 적선해주는 거야`
     
    이 한판은 내 인생에 큰 교훈을 주었다.
    상대가 이기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내가 가진 패가 아무리 높아도 로티플처럼 완전무결한 패가 아닌 이상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생을 살다 보면 내 손에 쥔 패가 강패일 때가 온다.
    헌데 명심해야 할 것은 내 패가 강패라고 착각하며 살면 남은 건 시궁창 쥐와 친구가 되는 일뿐이라는 것이다.
     
    도박은 나쁜 것이다. 헌데 포커는 스포츠로 봐주었으면 한다.
    큰돈이 오고가지만 않다면 일반인들도 칩을 이용해 보드게임 식으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이미 스포츠로 인정하여 국제대회도 열리며 프로겜블러라는 어엿한 직업도 존재한다.
    한때 불법 도박을 했던 것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철없던 어린 시절 큰 경험을 했던 내 기억을 더듬어 글로 남겨 보고 싶었다.
    각설하고 인생의 축소판인 포커판을 미리 경험해 본 나로썬 21살 이후 그 뒤로 벌어진 많은 일들에 좋은 스승이 그 것임을 밝혀 둔다.
     
    옛 선지자들의 식상한 말이지만 경험 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다고 다시금 느낀다.
    그리고 군대 문제로 인해 그곳(청해수산)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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