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독백</div> <div><br></div> <div>                                                         / 골드 총각</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이 배고픔이었어</div> <div>내 어린 시절은 온통 먹을걸 찾아 헤매던 기억뿐이야 </div> <div>비릿한 젖 냄새를 모르고 살았지</div> <div>나중에 알았어 내가 먹던 게 엄마의 침에 섞인 생감자였음을</div> <div>찐 감자는 목이 메어 생감자를 곱게 씹어 입에 넣어 주면 배시시 웃음으로 받아먹었데</div> <div>배고파도 울지 않았데 순둥이였나 봐</div> <div>감자가 지겨워 내던질 수 없었지 </div> <div>허기진 배가 칭얼거리며 울었거든</div> <div>잠들기 전에 나 좀 봐달라고 꼬르륵하며 울었어</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처음 걸어 다닐 때부터 산 골짜기였지</span></div> <div>칡뿌리와 산딸기가 내 유일한 친구였거든</div> <div>나를 달래주며 하루 종일 놀곤 했어</div> <div>내가 만약 가마솥에 밥 냄새의 구수함을 알았다면</div> <div>뒷동산에서 친구와 뛰어놀던 기억이 있었다면</div> <div>나는 지금 고향의 그리움을 그리며 행복했겠지</div> <div>나도 몰랐어 이지경이 될 줄은</div> <div>창살의 차가움을 벗 삼아 눈물을 흘릴 줄은</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배운 거라곤 학교가 아니었어</span></div> <div>산속에서 동물들과 경쟁을 벌였지 </div> <div>죽기 살기로 먹기 위한 투쟁뿐이었거든</div> <div>세상에 나온 후로 처음 느낀 것은 세상도 산속이라는 거였지</div> <div>내가 잡지 않으면 빼았긴다는 것을</div> <div>때론 빼앗고 훔치고 양심이란 걸 모르고 살았어</div> <div>가끔 엄마의 눈물이 보이더군,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div> <div>눈물로 가르쳐 주었는데 내가 몰랐던 거야</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만약 고향의 그리움을 알고 아랫마을 순이의 눈빛이 </span></div> <div>짝사랑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 난 고향에 살았겠지</div> <div>구수한 가마솥 냄새와 함께 비지땀에 젖은 손수건을 흔들며</div> <div>감자를 캐며 살았을 거야</div> <div>세상이 조금은 양심이 있었고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뿐이야</div> <div>지금은 후회스럽지 엄마의 침 섞인 생감자가 사랑이었음을</div> <div>창살에 기대어 흐르던 눈물이 알려주더군</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디선가 날 부르는 것 같아 </span></div> <div>때 구정물에 순박함이 가려있어도 난 알아볼 수 있거든</div> <div>그 눈빛은 항상 외로움이 붙어있었으니까</div> <div>고사리 손으로 칡 캐며 웃어주던 모습이 그립네</div> <div>빨리 가면 날 반겨 줄지도 몰라 </div> <div>누군가 순이 곁에 묻어주길 바랄 뿐이야</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