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올해 살랑 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p><p>햇살은 조금 뜨겁던 어느 날 만났던 사람과 락페스티벌에 갔었다</p><p>오월의 초록이 물들어있는 한강변의 공원에서</p><p>하드하지 않은 음악과 시원한 바람과 그녀가 오래 기억이 났다</p><p><br></p><p><br></p><p><br></p><p>낮부터 시작한 락페스티벌은 11시가 넘어서 끝이났고</p><p>그녀의 집으로 가는 지하철은 환승하지 못했고 걸었다</p><p>서울의 약간 외곽의 그녀의 동네는 조용했고 맑았고</p><p>약간 쌀쌀해진 그 날씨로 그녀는 내가 가져왔던 남방을 입고 있었다</p><p>그녀의 작은 어께에 걸쳐진 남방은 너무 귀여웠다</p><p>그 남방을 입은 그녀가 귀여웠다</p><p>그녀에게 고백했다</p><p><br></p><p><br></p><p>그리고 차였다</p><p><br></p><p>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지는 길에</p><p>그녀가 내 남방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p><p>하지만 일부러 돌려받지 않았다</p><p>그녀와의 인연을 끈을 그 남방이 이어줄것이라고 기대했다</p><p>바람은 너무나 상쾌했고</p><p>하늘의 별이 너무 밝게 빛났다</p><p>이 글이 지나치게 유치할 정도로 감상적인 건 그녀와의 그 밤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p><p><br></p><p><br></p><p>하지만 그 남방이 이어줄것이라 기대했던 인연의 끈은 이어지지 않았다</p><p>굳이 없어도 되는 그 남방을 돌려받고 싶었다</p><p>그 남방이 있으면 그날의 기억이라도 남아있을 것 같았다</p><p><br></p><p><br></p><p>다른 이를 통해 그 남방을 돌려받았다</p><p>다른 이에게 이 사정을 구구 절절이 말하는 내가 유치했지만</p><p>그래도 그 기억을 가지고 싶었다.</p><p><br></p><p><br></p><p>종이 가방에 담긴 그 옷을 돌려받았지만</p><p>열어보지 못했다</p><p>그 날의 기억의 아름다움보다 </p><p>나 자신에 대한 초라함과 그녀의 냉정한 거절이 떠오를 것 같았다</p><p><br></p><p><br></p><p>그녀를 잊은 건 아니지만 그 남방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p><p>여름동안 그 남방을 입을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p><p>일부러라도 그 기억을 돌이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p><p>옷장 구석에 종이가방 채로 쳐박혀 있던 5월의 기억을 꺼내지는 않았다</p><p><br></p><p>긴 여름동안 나는 방황했고</p><p>내 방을 어질러져 있었다</p><p>그 종이 가방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p><p><br></p><p>시월이 왔고, 어떤 사람을 만났고, </p><p>겨울이 왔고, 나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p><p>어질러져 있는 내 방을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p><p>그녀로 인해 몇개월을 방황한건 아니지만,</p><p>어질러져있던 방은 그냥 관성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p><p>어질러져있는 내 방이 그녀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흔적이었다</p><p><br></p><p>방 정리를 하는 동안 그 종이 가방이 보였다</p><p>이제는 열어볼 수 있었다</p><p>향긋한 냄새가 났다</p><p>옷장 구석에 숨겨져있던 그 남방만큼이나</p><p>내 마음은 어느 한켠에 그녀가 아직은 있었나보다</p><p><br></p><p>그녀도 그날 밤의 바람은 상쾌했고, 별은 빛났고</p><p>아름다운 밤이었겠지....</p><p><br></p><p>이제 그녀를 내 마음속 어느 구석에 있는 것까지 떠나보낼수 있었다</p><p><br></p><p>안녕...</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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