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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7630
    작성자 : 습관성우울
    추천 : 18
    조회수 : 2982
    IP : 117.111.***.111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20/07/08 08:26:20
    http://todayhumor.com/?love_47630 모바일
    남자친구가 동생 폭행했다고 글 올린 사람이에요
    안녕하세요. 큰 일이 있고 나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인지 몸이 얼마간 좋지 않아 고생을 좀 하고 있어요.
    40개 가까이 되는 댓글들은 하나 하나 꼼꼼히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많은 의견 너무 감사드려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 때 왜 내가 먼저 나서서 제지하지 못했나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남자친구에게도 글을 보여주었고, 한 없이 미안하고 죄스럽다는 남자친구가 댓글을 읽고 자신의 행동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고 하네요. 

    우선, 처음에는 댓글들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맞을만 했다. 동생이 잘못한 거다." 라는 의견이 전부라서요.
    저도 그 상황에서 "말이 좀 심한데? 동생 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상하게 동생에게 뭐라 할 수가 없었어요.
    "화나니까 본색을 드러내네. 경찰 불러!!!" 라고 하며 온갖 욕을 하는 동생 말이 맞는 것 같았거든요.

    이 후에 아무런 사과도 받지 않고 언니인 저까지 상종도 하기 싫다고 강경하게 말하길래 저는 남자친구 편을 드는 제가 이상한 줄 알았어요.
    어릴 적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 폭력에 더 예민하기도 하고요.
     주도적으로 판단이 서지도 않고 내가 잘못 생각한 건지 너무 헷갈려서 질문 글을 올렸던 거에요.

    아는 언니에게 상담해보니 혹시 가스라이팅을 당한 건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어릴 적 부터 부모님의 손길이 거의 없다시피 동생과 저는 서로 의지하며 자랐고 세상에 둘도 없이 제일 친한 친구였어요.
    동생은 평소 사람들이 동생보고 언니냐고 할 정도로 똑부러지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성격이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싸가지 없이 세 보여서 그런 것 같기도..) 
    그런데 예전에는 안 그러더니 성인이 되고 난 후로 제 의견은 대부분 무시하는 듯한 말을 많이 했어요. 

    지금 동생이라는 연락을 일체 안 하고 지내는데 저 혼자 주도적으로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뭘 같이 배울 때도 늘 평가를 하고, 제가 완성한 것에 대해 "그게 뭐냐? ㅋㅋ 내가 한 게 훨씬 낫다." 같은 말을 해서 자존감을 낮춘다던가,
    "넌 나 없으면 못 살아." 같은 말도 엄청 많이 들었어요.
    언제부턴가 남자친구를 사귈 때 마다 허락이라도 맡는 냥 동생에게 제일 먼저 소개하게 됐구요.
    제 친구들을 보고 "니 친구들은 다 이상해. 저런 애들 만날 바엔 혼자가 낫다 ㅋㅋ" 라며 무시하기도 하고,
    예전에 2년간 같이 살았을 때 보증금은 걔가 냈고, 대신 월세는 제가 10만원 가량 더 냈었는데
    싸울 때 마다 항상 보증금은 자기 거니 집 나가라로 마무리되고
    자기가 항상 잘났고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자꾸만 인식시켰어요.
    저런 식으로 행동해서 오래 된 인연 끊긴 것도 여러번이에요.
     그렇게 20을 넘게 살다보니 뭔가 걔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말 같고 잘난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나봐요.

    생각해보면 학생 때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였고, yellow 스펠링도 못 쓸만큼 무식한 애였는데.
    직업도 변변찮고 말도 무논리에다가 자기 편 안 들어주면 성내고
    아르바이트생이 조금이라고 불친절하면 눈에 불 켜고 싸우던 애였는데.
    처음보는 사람 앞에서 트름 꺼억 하고 아무렇지 않게 방귀 뀔만큼 예의없고 내로남불도 심했는데 왜 눈치를 못채고 늘 내가 잘못했다 생각했는지...

    열등감에 똘똘 뭉쳐 남을 아래에 깔아서 자존심 채우던 애였는데.

    언니 말 들어보니 가스라이팅같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자기 하자는대로 다 해주고 언제든 듣기 좋은 말만 해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래도 힘든 시간 함께 견뎌낸 동생이라고 저딴 인성을 가지고 있어도 마냥 안쓰러워 오냐오냐 했나 봅니다.
    지나고 나니 별 거 아니네요. 오히려 없으니까 마음이 편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요.

    남자친구랑은 그 상황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동조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남자친구는 아니라고 자기가 다 잘못한 거라고 다 떠나서 손찌검한 건 큰 죄라고 서로 울고 불고 했네요.

    참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이 사람을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요. 제가 얼마나 어리석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는 지.. 댓글들 보고 깨닳았습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자존감 브레이커였던 친동생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어서 고마워요. 만약 서로 사랑이 다 해 나중에 헤어지게 되더라도 동생과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네요.

    많은 의견들 감사드리고, 쓴 소리도 감사했습니다. 원하시는 후기는 아닐지도 모르나...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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