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이별한 지 3개월, 900일이 넘는 시간을 돌이켜 보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div> <div>3개월 사이에 내 삶이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었지만</div> <div>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네가 없다는 것일 테다.</div> <div><br></div> <div>스물 일곱의 어느날, 모든 길을 잃고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사랑받게 해달라는 비명같은 울음 사이로</div> <div>네가 찾아왔다. 무엇이 좋았을 지 모를 만큼, 11월의 어느날에 찾아와 무작정 내 애인이 되겠다던 네가 생각난다.</div> <div>그 시절의 생기, 그 시절의 기운참.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div> <div><br></div> <div>천 일이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처음부터 널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div> <div>다만 너무나 외로운 시간들에, 그래. 모든 어려움도 다 제치고 내가 좋다던 네게 마음 한 켠을 잠깐 내 주어 본 것이었다.</div> <div>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며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서 </div> <div>너만큼 시간이 갈 수록 사랑하게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div> <div><br></div> <div>긴 연애 시간동안 우리는 참 많이 어려웠다. 길을 잃고 긴 취업준비에 빠져든 남자친구와, 새로운 직장에서 늘 지치고 힘들었던 여자친구의</div> <div>연애란 세상 사람들이 으레 좋아할 만큼 충분히 반짝이지도, 화려하지도 못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서로를 보듬어가며</div> <div>그 시간 속에서도 크게 다투는 일 없이, 서로를 많이 배려하며 시간을 보내왔다.</div> <div><br></div> <div>처음 내가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을 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잠시 떨어져 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네가 남긴 편지들이 생각난다.</div> <div>힘든 시간을 잘 넘기고 다시 알콩달콩 만나, 예쁜 꽃나무를 바라보며 걸었던 기억이 난다.</div> <div>처음 헤어지고 내가 널 몇 주동안 붙잡았을 때, 다시 돌아오면서 다음에 헤어질 때에는 네 결정을 존중해 달라는 말이 깊게 가슴에 박혔다.</div> <div>그럴 일 없이 잘 해보자는 나의 말에 너 역시 고개를 끄덕여 주었을때는 다 괜찮을 줄 알았다.</div> <div><br></div> <div>몇 달동안은 참 괜찮았다. 우리는 서로가 좋았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서로를 위해 더 마음을 쓰고 서로를 아끼고자 했다.</div> <div>하지만 좋은 추억이 늘어나고, 행복함 사이에서도 아마 균열은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나보다.</div> <div>너는 혼자 있고싶어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조금씩 내게서 멀어져갔다. 너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div> <div>사소한 몸짓, 눈빛, 말투 하나하나에서 나는 네가 애써 끌어올려보려 힘냈던</div> <div>사랑을 지켜보고자 했던 힘이 다 사라져 버렸음을 어렴풋이 눈치챘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어느날, 아주 한심한 이유로 우리는 이별을 했다. 뉴스기사 한 줄을 읽고 서로의 의견이 달랐다는 이유로</div> <div>네가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던 나의 설움과, 더 이상 내게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너의 종언에</div> <div>우리의 관계도 끝이 났다. 나는 그 동안 네게 보여준 최선과, 너를 포용하고자 했던 마음들이 억울하고 화가 나서</div> <div>다시 붙잡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하루쯤 지나서였을까, 너는 나를 붙잡았다. 너무 많이 지쳐있었다고. 너무 힘들었었다고. 그런게 아니었다고.</div> <div><br></div> <div>그러나 내가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 변해가는 네 모습이 생생했는데, </div> <div>당장 아니라는 너의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마음속으로는 그 말을 믿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div> <div>네가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는 말을, 그냥 별거 아닌 흔들림이었다는 말을, 그 날 이후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div> <div>너 역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느끼고 있었지만. 결국 터져버린 것처럼.</div> <div><br></div> <div>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도, 정말로 그렇다면. 나도 너도 조금 차분히 다시 이야기 할 기회를 갖자며 우리는 그렇게 </div> <div>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기로 하였다. </div> <div><br></div> <div>그러나 그 사이가 네게는 정말 싫었던 건지. 몇 번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div> <div>너는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다며 떠나갔다. 한 달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다림의 끝이었다.<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br></div> <div>이별의 예의가, 세상에서 없는 사람 처럼 모두 차단하고 사라져버리는것임을</div> <div>몇 번쯤 네가 그렇게 얘기해 주었다마는. 막상 당하고 나니 그 충격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늘 너를 그리워하다가도, </div> <div>차라리 얼굴을 보고 한 마디 남기고 떠나가지 그랬냐며</div> <div>전화로 우리의 관계를 끝내버리고서는</div> <div>이렇게 쉽사리 비워내는 네가 참 미우면서도</div> <div>그 모든 말을 꾹 삼키고</div> <div>그저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떠나줘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div> <div><br></div> <div>여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럴 때 남자가 너희 집 앞에 찾아가서</div> <div>한 없이 너를 기다리기도 한다마는</div> <div>처음 헤어졌을 때, 절대로 찾아오지 말라던, 전화통화조차 무섭다던 네가 떠올라서</div> <div>나는 그저 가만히 침잠해가는 나를 계속 끌어올리려 애 쓸 뿐이었다.</div> <div><br></div> <div>인간은 삶에 있어서 몇 가지 문장만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고들 한다.</div> <div>그것은 삶의 목적이기도하고, 지지대이기도 할 것이다.</div> <div>네가 내게 왔을 때, 나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아왔던 문장을 막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떄였다.</div> <div>그 문장이 좋아서 네가 나에게 왔지만, 이미 나는 그 문장을 잃어가고 있었다.</div> <div>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내게 네가 보여준 삶은 롤모델과도 같았고</div> <div>어느 순간 내 삶에 남은 몇 가지 문장은 다 네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div> <div>그리고 그 문장중에서 가장 크고 깊게 새겨졌던 것은, 진부하게도 너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div> <div>한 마디의 문장으로, 내 삶의 인생관을 뿌리부터 바꿔버린 것이었다. 그 떄부터 나의 모든 노력은</div> <div>내 삶에서 당면한 문제들을 이겨내고자 하는 힘은</div> <div>다 그 문장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br></div> <div>네가 그렇게 떠나갈 때에, 그 깊게 새겨둔 문장도 통쨰로 뜯어가버리고</div> <div>나는 다시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을 채워보고자 무던히 노력했다.</div> <div>찾아오는 슬픔도, 그리움도 삭여내고 삼켜내면서</div> <div>괜찮아 질 거라는 믿음으로,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div> <div>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는 말들에 기대어</div> <div>잘 지내려고 애썼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오늘, 문득 깨닫고야 마는 것이다.</div> <div>네가 뜯어간 그 자리에 무엇을 채워넣으려 해도</div> <div>이미 잔뜩 구멍난 곳들 사이로 다 쏟아져 흩어져버릴 뿐이었음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루를 온전히 내 마음을 바라보다가</div> <div>천천히, 주변을 정리하기로 했다.</div> <div>가볍게 알던 이들부터, 가까운 이들과, 인연이라 부를 수 있을 사람들에게</div> <div>나름의 인사를 남기고, 내가 남겨온 것들을 천천히, 차분히 정리해가기로 하였다.</div> <div>하루 이틀로 끝날 수 있는 일은 아니겠다마는</div> <div><br></div> <div>모두에게 예의를 갖추고 조용히, 연유를 알 수 없이</div> <div>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거라는 가벼운 파편만을 남기고</div> <div><br></div> <div>그렇게 떠나가리라는 문장 하나를 새기고</div> <div>남은 올해와 함께 떠날 준비를 한다.</div> <div><br></div> <div>삶에는 몇 마디의 문장만 잘 새겨두면 충분하건만</div> <div>이제는 도저히 그 문장 몇 가지를 골라낼 힘이 없으니</div> <div>내게는 이별도, 단절도 평화롭기와는 너무 멀었으며</div> <div>다만 너를 몹시도 과하고 순진하게 사랑했던 것만이 나의 어리숙함이고</div> <div>첫 연애도 아닐 진데 마음 전부를 내 줘버린 것에 대한 책임이면 책임을 것이다.</div> <div><br></div> <div>떠올려보니, 배갯잎에 눈물을 적시며</div> <div>한 명이라도 좋으니 깊게 사랑하고 난다면</div> <div>삶은 그걸로 충분하다는, 종교도 없는 나의 주인없는 소원이</div> <div>용케도 하늘에 솔직하게 닿아 소원대로 가는 구나 싶다.</div> <div>조금 더 길었더라도, 좋았을 것이다마는</div> <div>과분한 사랑에, 과분한 시간을 보냈다.</div> <div>미움도 그리움도 걷어내고 난 자리에</div> <div>고마움이 남는다는 것이야말로</div> <div>네가 무척이나 기적같은 사람이었음을.</div> <div><br></div> <div><br></div> <div>마지막 선택을 마음에 담으며</div> <div>시간을 들여 정리하고자 하는 태도야말로</div> <div>내가 살아온 시간동안 길들여온 책임감이 남아 있음에</div> <div>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div> <div><br></div> <div>그러고보면 너는 내게 늘 현명하다고 했지만</div> <div>진정으로 현명한 것은 너라는 생각이 든다.</div> <div>일찌기 나를 깔끔하게 차단하고 도려낸 덕분에</div> <div>내 소식이 너에게는 도착하지 않을 테니까.</div> <div><br></div> <div>그리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너에게</div> <div>닿지 않을 마지막 말을 깊이 남기고 싶다.</div> <div>고집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던 너였지만</div> <div>마지막 말이니 만큼 한 번정도는 고집을 꺾고</div> <div>들어주길 바란다.</div> <div><br></div> <div>부디 오래, 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아라. </div> <div>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주어서, 고마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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