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스물 여덟 3년차 사수 그리고 스물 일곱 1년차 신입사원 부사수.</div> <div>우린 이렇게 만났다.</div> <div>조심조심 눈치보는 모습이 딱 내 막내동생 같기도 했었다.</div> <div>혼나고 풀죽어있다가도 커피한잔에 금새 생글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철부지 어린애였다.</div> <div>그 모습들에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div> <div> </div> <div>일을 할 땐 옆에 앉혀두고 가르쳐가며 했었고,</div> <div>외근이라도 나갈때면 꼭 데리고 나가 밥 한끼라도 먹였고, 한시간이라도 일찍 퇴근시켰다.</div> <div>타 부서에서 이유없이 혼나고 왔을땐 선배한테도 찾아가 따져 물었다.</div> <div>왜 그랬는지는 모른다.</div> <div>그냥 그러고 싶었다.</div> <div><br>너는 나를 참 잘 따랐고, 나는 너를 참 잘 챙겼다.</div> <div><br>우린 비슷한게 참 많았다.</div> <div><br>축구를 좋아해서 사내 동호회에 같이 가입을 했고,</div> <div>운동을 좋아해서 스쿼시나 베드민턴을 함께 배웠고,</div> <div>등산을 좋아해서 주말엔 등산을 다녔고,</div> <div>사우나를 좋아해서 등산 후엔 사우나를 갔었다.</div> <div>여행을 좋아해서 산으로 바다로, 바다건너 여행을 다녔고,</div> <div>스키를 좋아해서 겨울엔 매주 스키장을 다녔다.</div> <div>게임을 좋아해서 근무시간 중에 몰래 피시방을 가기도 했었고,</div> <div>술을 좋아해서 퇴근후엔 술한잔 기울이는 일이 잦았다.</div> <div><br>그리고 몇년 전 너는 여자친구와 헤어졌고,</div> <div>나또한 몇년 전 예비신부와 파혼을 했다.</div> <div>비슷한 시기에 우린 이별을 겪었고,</div> <div>그맘때 우린 술 한잔을 참 많이 했었다.</div> <div><br>어느새 나는 서른 넷, 너는 서른 셋.</div> <div>각자의 이별 후에도 얼마전까진 우린 언제나 처럼 같았다.</div> <div><br>그러나 지금은</div> <div>우리는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div> <div><br>함께 축구를 하지 않고,</div> <div>함께 운동을 하지 않고,</div> <div>함께 등산을 가지도, 게임을 하지도 않는다.</div> <div>함께 기울이는 술 한잔 조차도 이제는 없다.</div> <div><br>너는 날 참 잘 따랐었고, 나는 널 참 잘 챙겼었다.</div> <div>언젠가부터 니가 날 잘 따름의 이유는 나를 좋아해서였고,</div> <div>언젠가부터 내가 널 잘 챙김의 이유는 너를 좋아해서였다.</div> <div>너는 너의 마음을 알았고, 나는 나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div> <div><br>우린 참 비슷한 사람이라.</div> <div>너는 그 마음 또한 비슷할거라 생각해 나에게 말을 했고,</div> <div>나는 나의 마음이 너와는 다르다 생각해 당장 거리를 두었다.</div> <div><br>이것이 우리에게 "함께"라는 말이 사라진 이유이다.</div> <div>내가 나의 마음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div> <div>나도 너와 같은 마음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div> <div><br>비슷한 면이 그리도 많았는데,</div> <div>왜 이 마음 또한 비슷할거라 생각치 못했을까.</div> <div>축구가, 등산이, 게임이 좋았던 것이 아니었음을 왜 몰랐을까.</div> <div>너와 함께였기에 좋을 수 있었던 것을 왜 몰랐을까.</div> <div>후회한다.</div> <div><br>지금도 여전히 난 내 자리에, 넌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div> <div><br>그러나 난 니 어깨에 어깨동무를 할 수가 없고</div> <div>니 머리위에 손을 얹을 수도 없다.</div> <div>커피 두 잔을 뽑아들고 담배를 피우러 가자 할 수가 없다.</div> <div>퇴근 후에 뭘 해야 할 지 모른다.</div> <div>주말엔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div> <div>일주일 남짓한 이 시간은 오로지 후회로만 가득 차 있었다.</div> <div><br>후회한다.</div> <div><br>니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div> <div>니 머리에 손을 얹어 흐트리고 싶다.</div> <div>커피 두잔을 뽑아들고 담배를 피우러 가자 말하고 싶다.</div> <div>너의 생글거리는 표정이 보고싶다.</div> <div>이미 옥상이면서 동전 가져오라는 너의 전화를 받고싶다.</div> <div><br>겁쟁이 형이라, 고개만 돌려 말 하면 되는 것을</div> <div>이리도 길게 늘어쓴다.</div> <div><br>오늘 술 한잔 어떠냐 물어봐다오.</div> <div>----------------------------------------------</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제 고민게시판에 썼던 글 입니다.</span></div> <div>동생과는 어제 얘기가 잘 끝났습니다.</div> <div>새로운 관계를 시작함에 있어서.</div> <div><br>우린 이렇게 만나고있다.</div> <div>보여주고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div> <div>그렇게 하기 참 어렵죠.</div> <div>오유 연애게시판에 끄적여봐도 될까요.</div> <div>이런 저런 얘기들.</div> <div>나중에 같이 읽으면 아마도 많이 머쓱하겠죠.</div> <div> </div> <div>사실 본래 아이디가 따로 있습니다.</div> <div>위에 언급한 것 처럼 겁쟁이라 본 아이디로는 글을 쓸 생각을 못합니다.</div> <div>그렇다고 익명으로도 쓰고싶지 않아서 예전에 만들어놓고 한번도 쓰지 않은 아이디를 찾았습니다.</div> <div> </div> <div>오유 연애게시판에 간간히 적어봐도 될까요.</div> <div>그냥 사람과 사람의 연애로 봐 주실 분들이 계실까요.</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