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나와 내 친구들을 보면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생각하는 것도 성적도 심지어 여자친구가 없는 것도 우린 비슷했다.</div> <div>(딱히 우리가 여자에게 인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단지 여자들이 우리를 부담스럽게 생각해서 거부했을 뿐이지...)</div> <div>심지어 나이가 드니 머리숱이 빠지는 것도 비슷하다. </div> <div> </div> <div>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술을 마시면 항상 여자 이야기 조금 더 나이 들어서는 회사와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는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div> <div>탈모로 결론이 난다. (심지어 최근 나라 꼴 이야기하다가도 "그런데 차은택 대머리더라.." 로 결론이 난다. 최순실이 대머리가 아닌 게 천만</div> <div>다행이다. 그랬다면 시작과 끝이 대머리인 우울한 자리가 돼버렸을 것이다.)</div> <div> </div> <div>최근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항상 대머리 사람 이름 대기로 술값 내기를 한다. 나도 그렇지만 아마도 녀석들도 약속 장소로 오기 전에 </div> <div>핸드폰으로 대머리 검색을 하면서 올 것이다. 항상 등장하는 이름은 전두환, 브루스 윌리스, 제이슨 스테뎀, 무천도사, 사이타마 </div> <div>그리고 최근에는 차은택이다. </div> <div> </div> <div>얼마 전 친구 녀석들과 술을 마시는데 한 녀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div> <div> </div> <div>"너희들은 장가라도 갔지만, 난 아직 장가도 못 갔잖아. 그런데 머리는 계속 빠지고 있고 아무래도 탈모 약이라도 먹어야겠어.."</div> <div> </div> <div>어느 누구하나 "네가 장가를 못 가는 이유는 대머리 때문만은 아니야..." 라는 말을 하지 못한 채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div> <div>그때 한 녀석이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div> <div> </div> <div>"이 새끼야.. 너 탈모 약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을 알아? 바로 발기부전이야! 발기부전... 너 풍성한 머리를 가진 고자 될래? 아니면</div> <div>머리는 조금 아니 많이 없지만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유지할래?"</div> <div> </div> <div>"야.. 그래도 고자라는 말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div> <div> </div> <div>내가 생각해도 아직 장가도 못 간 녀석에게 고자될래? 말은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탈모 약을 먹겠다는 녀석이 반박했다.</div> <div> </div> <div>"네가 먹어봤어? 내가 먹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div> <div> </div> <div>"야 이.. 자식... 하아..." 녀석은 뭔가 말을 하려다 참고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div> <div> </div> <div>우리 모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 새끼 우리 몰래 탈모 약 먹어봤구나..그깟 머리털 때문에 남자의 자존심을 판 새끼..' 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div> <div>(그런다고 절대 탈모 약을 복용하고 있는 분들을 모독하려는 것은 아니다. 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div> <div>녀석은 화제를 돌리려는 듯이 "탈모약 이야기는 그만하고 대머리 이름 대기나 하자.." 라고 했다.</div> <div> </div> <div>전두환, 브루스 윌리스, 숀 코너리, 사이타마, 설운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머리 이름들이 입에서 나왔다. 게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div> <div>그때 한 녀석이 말했다.</div> <div> </div> <div>"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정치인, 영화배우, 일반 가수들은 은근히 대머리가 많은데 록이나 메탈음악하는 사람 중에 대머리는 없는 거 같아.."</div> <div> </div> <div>"생각해보니 그러네.. 김태원 아저씨도 그렇고 김도균 아저씨도 그렇고.. 심지어 외국 록 밴드에도 대머리는 없었던 거 같아."</div> <div>(물론 따지고 보면 쥬다스 프리스트의 롭 핼포드나 스킨헤드 스타일의 몇 명의 가수가 있긴 한 것 같다.)</div> <div> </div> <div>녀석의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하나둘씩 록음악이나 메탈음악하는 사람 중에 대머리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div> <div>그때 탈모 약을 먹고 부작용인 발기부전으로 고민했을 거라 추정되는 녀석이 한 가지 쓸데없는 제안을 했다.</div> <div> </div> <div>"우리도 그럼 탈모방지 차원에서 록밴드 하나 만들까? 요즘 직장인 밴드들도 많고 취미생활로 많이 하잖아."</div> <div> </div> <div>"그거 괜찮네.. 우리도 매번 만나서 술이나 마시는 게 아니고 이제는 탈모 방지 차원에서 건전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거지!"</div> <div> </div> <div>한 녀석이 말도 안 되는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럴 때는 그나마 가장 현명한 내가 나설 타이밍이라 생각됐다.</div> <div> </div> <div>"이 미칭놈들아.. 무슨 록밴드가 상처에 대일밴드 붙이는 것처럼 쉬운 거 같아? 너 연주할 수 있는 악기나 있어?"</div> <div>밴드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던 녀석에게 물었다.</div> <div> </div> <div>"있어 새끼야.. 탬버린..."</div> <div> </div> <div>"아오.. 탬버린? 넌 그럼 어떤 악기 연주할 줄 아는데?" 옆에서 동조했던 녀석에게도 물었다.</div> <div> </div> <div>"나도 탬버린.."</div> <div> </div> <div>"미칭 새끼들.. 그럼 너희 둘이 쌍으로 리드 탬버린, 리듬 탬버린 해라.. 그럼 우리 중에 탬버린 말고 다른 악기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은 있고?"</div> <div> </div> <div>그때 말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한 녀석이 말했다.</div> <div> </div> <div>"나 중학교 때 리코더 잘 분다고 선생님께 칭찬 들었어...그리고 알토 리코더도 불 줄 알아.."</div> <div> </div> <div>저 새끼 표정이 진지했다. 장난이 아닌 정말 리드 탬버린과 리듬 탬버린 사이에서 리코더를 불어 보겠다는 표정이다..</div> <div>두 녀석이 탬버린을 흔들고 한 녀석은 알토 리코더 부는 이 조합이 과연 브레멘 음악대의 음악성이라도 능가할 수 있을까 하는</div> <div>의문이 들었다. </div> <div> </div> <div>제발 이 대머리 아저씨들이 현실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