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군대를 다녀온 후였으니 2005~6년 쯤 될 겁니다.</div> <div> </div> <div>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를 데리고 경주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div> <div> </div> <div>저는 차운전 때문에 술을 안먹었는데 당시의 아내는 술을 많이 먹은 상태였습니다.</div> <div> </div> <div>당시의 아내는 통금시간이 있어서 집에 가야했기에 뻗어버린 여자친구를 조수석에 억지로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어주고</div> <div> </div> <div>울산으로 출발했습니다. </div> <div> </div> <div>20분쯤 지났을까요. </div> <div> </div> <div>아내가 기괴한 소리와 함께 조수석에 누운 채, 토악질을 시작했습니다.</div> <div> </div> <div>생애 첫 차였습니다. 2003년식 산타페였죠. </div> <div> </div> <div>중고인데다가 선루프가 고장났지만 소중했습니다. </div> <div> </div> <div>운전 중이라 바로 설수가 없어서 조금 더 가서 논길 옆에 차를 세웠습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늦었습니다. </div> <div> </div> <div>차는 이미... 범벅이 되어버렸고. 가죽시트가 아닌 관계로 시트는 토사물을 머금었죠. </div> <div> </div> <div>그렇게 차를 세워 10분을 고민했습니다.</div> <div> </div> <div>주변을 둘러보니 약 100 미터 거리에 덩그러니 있는 편의점이 보였습니다. </div> <div> </div> <div>멀지않은 거리였기에 일단은 아내를 놔두고 편의점에서 </div> <div> </div> <div>생수, 물티슈, 각티슈 등 청소에 쓸만한 물건들을 쓸어담아 차로 돌아왔습니다. </div> <div> </div> <div>일단은 트렁크에서 돗자리를 꺼내어 차도 옆의 넓은 논에 깔았습니다. </div> <div> </div> <div>인도가 없는 차도였기에 어쩔 수 없었지요. </div> <div> </div> <div>그리고 집사람을 끙차끙차 짊어지고 돗자리에 뉘였습니다. </div> <div> </div> <div>범벅이 된 차를 생수와 물티슈를 이용해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div> <div> </div> <div>웩웩...</div> <div> </div> <div>집사람은 돗자리에 누워서도 열심히 토악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대충 차를 청소했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div> <div> </div> <div>어쩔 수 없이 차 청소는 포기하고 집사람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닦아 주고 있을 때였습니다. </div> <div> </div> <div>"위잉위잉"</div> <div> </div> <div>약 10m 떨어진 거리에 경찰차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div> <div> </div> <div>"멈춰!! 손 들어!!" </div> <div> </div> <div>어두워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한명의 경찰이 내게 무언가를 겨누고 있더군요. </div> <div> </div> <div>그리도 또 한명의 경찰은 천천히 내게 다가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저는 그 상황이 단번에 이해가지 않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어두운 논에 눕혀진 여자와 돗자리에 범벅이된 얼룩들. </div> <div> </div> <div>생수통과 물티슈로 열심히 무언가를 닦는 모습. </div> <div> </div> <div>저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습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그들에겐 아니었나봅니다. </div> <div> </div> <div>"움직이면 쏜다. 당장 손 들어!"</div> <div> </div> <div>그때 타이밍 좋게 집사람이 끄응거리면서 옆으로 돌아눕더군요.</div> <div> </div> <div>"살아있다! 살아있어!"</div> <div> </div> <div>네네... 집사람은 살아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압도적인 상황에 저는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div> <div> </div> <div>다가오려던 경찰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구급차를 요청하더군요. </div> <div> </div> <div>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습니다. </div> <div> </div> <div>"저기.. 오해가 있으신거 같은데.." </div> <div> </div> <div>"손들어!"</div> <div> </div> <div>저는 손을 들고 천천히 뒤로 물어났습니다. 그제서야 경찰은 집사람에게 다가가더군요. </div> <div> </div> <div>그리고 내게 무언가를 겨누고 있던 경찰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div> <div> </div> <div>"토했어요."</div> <div> </div> <div>그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div> <div> </div> <div>"술을 많이 먹어서 차에 토했다고요!"</div> <div> </div> <div>가까이 다가온 경찰의 뻥진 모습. </div> <div> </div> <div>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생애 첫차의 순결. </div> <div> </div> <div>범죄자 취급당하는 지금 이 상황.</div> <div> </div> <div>모든 감정을 담아 소리쳤습니다.</div> <div> </div> <div>"아씨! 짜증나!!!"</div> <div> </div> <div> </div> <div>오해는 풀렸습니다. 누군가가 신고를 했다하더군요. </div> <div> </div> <div>왠 남자가 쓰러진 여자를 데리고 논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div> <div> </div> <div>신고정신 투철한 그 시민에게 아주 고마웠습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순결을 잃은 산타페는 싼값에 처분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차였던 카렌스가 제게 왔죠. </div> <div> </div> <div>주변 형님들에게 한번씩 술먹고 이 이야기를 꺼내면 형님들은 이야기합니다.</div> <div> </div> <div>자기라면 차를 안바꾸고 여자친구를 바꿨다고.</div> <div> </div> <div> </div> <div>지금 생각하면 나름 재미있었던 기억입니다. </div>
사카린처럼 달달한 행복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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