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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39054
    작성자 : 좀비바이러스
    추천 : 5
    조회수 : 1092
    IP : 203.100.***.198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7/24 00:11:53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9054 모바일
    '도를 아십니까'에게 두 번 붙잡힌 이야기
    옵션
    • 창작글
    오늘 낮에 부천역 로데오거리에 있는 오락실 게임장 앞에서 인형뽑기를 했는데 운수 좋게 파우치형 리락쿠마를 많이 건졌습니다 옆에서 관전하시며 추가 플레이를 권유 부자연스러운 발음으로 리액션을 하셨던 할머니 & 여자아이에게 하나 주고(다행히 여자아이는 20대 중반의 커다란 남징어를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부천의 새로운 놀만한 곳을 탐색하던 중에 길거리에서 2명의 여성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각각 20대 중/후반, 40대로 추정됐습니다) 오늘 만난 게 인연이라니(아니 이년이?), 집이 힘든 게 조상님을 챙기지 않아서라니, 기가 세다느니 진부한 레퍼토리부터 시작해서 '녹명지'라는 종이를 태우는게 조상님에게 효도하는 유일한 길이라니 누가 들어도 '도를 아십니까 최신판'이라는 게 느껴졌고 어차피 그런 거 믿을 생각이 애초에 없었으니 그 시간 동안만은 다른 행인들에게 못 가게 어그로를 끄는 겸해서 '한 번 씨부려봐라'라는 마음으로 언쟁(?)을 했습니다 (사실 말싸움은 자신 없었지만 정중한 거절 & 설득이라도 하고 싶었던 마음에 그랬는데 그게 제 실수였죠..)

     처음엔 40대 여성이 전도를 시도하다가 10분 쯤 지나니 옆에 있던 젊은 여성이 진 보스였다 본격적으로 전도(자기들 말론 자칭 수도하는 사람들이라 종교와는 다르므로 이건 전도가 아니라네요..)를 시작하는데 제가 경계하고 절대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니 대놓고 답답하다거나 (답답해하는 제스쳐도 노골적으로 취했습니다) 저보고 고집이 세다거나 제 가치관(종교관 & 다양성 및 상식 등)을 부정하며 저를 '조상님 안 챙기는 불효자' 드립을 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가뜩이나 초면에 사람들이 경계할만한 주제라는 걸 그 사람들은 오랜 전도 활동으로 알 터인데 남을 설득하는 자세부터 글러먹었다는 생각도 들고 제가 마음에 쌓아둔 게 많고 표출을 못한다며 (자기들이 쌓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지..) 제가 경계심을 드러내고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해도 그 딴거 없다 해놓고 무작정 종이 태우고 가자며 자신은 심장을 걸고 약속하는데 왜 사람을 못믿냐며 의심이 너무 많다며 막무가내더군요.. 제가 아무리 '방어본능', '경각심',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어',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닐 것 같아' 드립을 쳐도 '무조건 자신들이 맞고 너는 따라가면 돼' 모드로 나오는 두 여인네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화가 잘 안 나는 둔감한 성격에 주변사람들에게 웬만해선 친절하고 남 싫은 소리 못하는 저조차 가슴 속에서 플라즈마가 압축된 듯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언짢아졌고 (당장 그 두 여인네에게 드래곤 브레스 같은 걸 날릴 수 있을 것 같아) 저 조차 인식하지 못한 까칠한 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전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비가 틈틈이 오는 길거리에서 두 여인네와 아가리파이트를 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쏼라쏼라/거절/좀 가자/설득/실패]를 반복했던 것 같네요..)  그 와중에도 상대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낯설지만 가까운 곳인데 왜 효(孝)를 안 하냐니, 지 심장 걸고 위험하지 않다는데 왜 안 믿냐니, 힘들게 사냐니 다소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고 전 시간이 흐르며 더 단호해질 뿐이었죠.. 결국 둘은 포기하고 갔지만 인형뽑기 하다가 생겼던 훈훈했던 감정은 나노 단위로 분열한 지 오래고 제 가슴 속 플라즈마는 아직 날뛰었죠.. 다행히 제가 하는 게임 길드원이 철권7 게임장을 알려줘서 씽나게 알리사질 플레이 하다보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두 번째 전도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양반들 또 만날까봐 귀가길은 사람 많지만 다른 길로 갔지만 다른 40대(로 추정되는) 아줌마가 (저격이라도 했는지) 저에게 오더니 초면에 또 말을 걸면서 절 따라오는데 말머리가 아까랑 유사한(데다 제 얼굴을 보고 잘생겼다고 하는)걸 보면 "아까 그 부류구나" 라는 걸 직감했죠.. 그 아줌마의 말을 요약해보면 "난 아까 그 풋내기들과는 다르게 너에게 공격적이진 않지만 네 시간을 잡아먹고 결국엔 끌고 가리라"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나아졌던 기분이 다시 망가졌습니다. 아까의 래퍼토리처럼 기가 세다는 말도 하는데 진심 그 아줌마에게 제 기를 나눠주고 싶더군요..아도겐이나 가메하메파 같은 걸로요..

     결국 주차장 쪽에서 멈추다가 뒤에 울린 자동차 경적소리를 부스터 삼아 비켜주는 척 버스정류장으로 과감하게 튀었고(다행히 따라오진 않았습니다) 마침 주차된 버스에 탑승해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Z전사들에게 다굴 쳐맞고 떡실신 직전까지 가서 우주선 타고 후퇴하는 베지터의 심정을 알겠더군요..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부천역에서 다른 것도 하고 싶었는데 지체돼서 못 했네요..)
     여러분은 이런 전도사를 만나면 단호하게 거절하세요..시간 끌면 정말 힘들어져요..



    허접한 요약
    1. 전도사 2명이 '도를 아십니까' 시전
    2. 1시간 넘게 아가리 파이팅
    3. 지쳤는데 또 다른 전도사 등장
    4. 몇 분 잡히다가 도주


    여담으로 별 의미 없는 사진도 올려봅니다.

    KakaoTalk_20150723_183414439 - 복사본.jpg
    제 뽑기 인생 최대의 운빨이었습니다. 2000원으로 3개를 뽑았으니 그 순간만큼은 제가 뽑기 전문 BJ 못지 않았습니다. 시청자(?)에게 리락쿠마 1개를 쏜 괸계로 2개 남았고 1개는 어머니께서 뽑기 좀 그만 하라는 말과 함께 파우치로 쓴다며 가져가서 하나 남았네염..

    KakaoTalk_20150723_171515223 - 복사본.jpg
    주캐입니다만 이런 안드로이드도 썸남이 있는데..ㅠ.ㅠ 
    출처 부천북부역에서 철권7 게임장을 찾다가 현실에서 레이지 아츠를 쓰고 싶었던 1人
    좀비바이러스의 꼬릿말입니다
    가끔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문제는 알리사처럼 난다는 것이다..
    20대 중반 덩치 큰 남성은 꿈에서나마 '이키마스'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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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4 00:24:03  222.232.***.171  오빠윤서사랑  567424
    [2] 2015/07/24 00:36:01  39.121.***.201  OSA101  515474
    [3] 2015/07/24 01:13:56  223.62.***.55  애기미  606935
    [4] 2015/07/24 05:45:28  175.112.***.12  뽀룹뽀룹  5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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