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2000년 전. 사도 바울을 비롯한 예수의 제자들은 로마 제국의 탄압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p> <p> <br></p> <p>복음을 전파하였고, 결국 하나 둘씩 순교하며 영원한 안식처인 천국으로 직행하였다.</p> <p> <br></p> <p> "오오! 제 앞에 고결한 자태를 한 형상이 정녕 주님이시옵나이까?!"</p> <p> <br></p> <p>바울이 자기를 마중 나온 예수에게 감격하여 외쳤다. </p> <p> <br></p> <p>예수는 말없이 온화한 미소를 띠며 바울을 지그시 바라봤다.</p> <p> <br></p> <p>뒤이어 천국으로 올라온 베드로가 예수 앞에 나타나 울먹이며 말했다.</p> <p> <br></p> <p> "나의 주님이시여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p> <p> <br></p> <p> 주님 뜻을 따라 이 베드로는 지상에서 복음을 곳곳에 알리는데 힘을 다하였나이다"</p> <p> <br></p> <p>예수는 베드로에게도 온화한 미소만 보일 뿐 말이 없었다.</p> <p> <br></p> <p>옆에 있던 바울이 베드로에게 말했다.</p> <p> <br></p> <p> "우리들은 지상에서 복음을 전파하느라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죽음을 맞이했지만 </p> <p> <br></p> <p> 이는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소</p> <p> <br></p> <p> 주님이 우리를 위해 친히 마중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p> <p> <br></p> <p>베드로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p> <p> <br></p> <p> "바울 형제여 그 말이 참으로 맞습니다 </p> <p> <br></p> <p> 이제 형제와 나는 이곳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겁니다"</p> <p> <br></p> <p>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예수가 뒤를 돌아 천국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p> <p> <br></p> <p>불과 찰나 순간에 두 사람이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지며 바울과 베드로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p> <p> <br></p> <p>정신이 번쩍든 바울이 급히 발을 떼며 말했다.</p> <p> <br></p> <p> "주님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버겁사옵나이다 조금만 천천히 가시옵소서"</p> <p> <br></p> <p> "나의 주님이시여 다시는 배반하지 않겠나이다 제발 저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p> <p> <br></p> <p>멀어지는 예수를 보고 뜀박질을 하며 따라잡을려는 두 사람. </p> <p> <br></p> <p>반면 예수는 그런 두 사람을 따라오라는 듯 미소를 보이며 기다렸다.</p> <p> <br></p> <p>그렇게 한참 달린 끝에 드디어 예수 앞에 당도한 두 사람.</p> <p> <br></p> <p>순간 오로지 하얗게 빛나기만 하던 주변 풍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니</p> <p> <br></p> <p>곧 두 사람 주위로 알록달록한 빛깔의 수많은 유리병들이 쭈욱 놓여졌다.</p> <p> <br></p> <p> "주님 대체 이것이 무엇이옵나이까?"</p> <p> <br></p> <p>갑자기 닥친 기이한 광경 앞에 궁금한 베드로가 예수에게 물었으나</p> <p> <br></p> <p>예수는 여전히 미소만 보일 뿐 말이 없었다.</p> <p> <br></p> <p>그때 바울이 유리병들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던 어떤 물체를 응시하고 있었는데</p> <p> <br></p> <p>곧 그 물체를 알아본 바울이 소리치며 예수에게 물었다.</p> <p> <br></p> <p> "아니 저것은 십자가가 아니옵니까!! 주님!!"</p> <p> <br></p> <p>예수는 온화한 미소로 바울을 바라보며 손으로 십자가를 가리켰다.</p> <p> <br></p> <p>바울이 이상하게 여겨 예수에게 물었다.</p> <p> <br></p> <p> "주님 혹시 소인이 십자가에 매달리라는 말씀이옵니까?"</p> <p> <br></p> <p>바울의 물음에도 예수는 미소만 보일 뿐이었고,</p> <p> <br></p> <p>짐짓 예수의 뜻을 알아챈 바울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p> <p> <br></p> <p> "주님 그것이 정녕 주님의 뜻이라면 소인 받들겠나이다 </p> <p> <br></p> <p> 소인에게 주님의 십자가에 매달리게 하는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매우 영광이옵나이다. </p> <p> <br></p> <p>저쪽에 또다른 십자가가 보였고, 마찬가지로 베드로에게도 매달리기를 권하는 예수였다.</p> <p> <br></p> <p> "나의 주님이시여 천국에서도 주님의 십자가를 허락하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p> <p> <br></p> <p>베드로 역시 눈물을 흘리며 예수를 찬미했다.</p> <p> <br></p> <p>그렇게 십자가에 매달린 두 사람.</p> <p> <br></p> <p>어느새 날카로운 창을 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두 사람 가까이 다가오더니</p> <p> <br></p> <p>바울과 베드로의 옆구리를 푹푹 찌르기 시작했다. </p> <p> <br></p> <p>곧 두 사람 옆구리에선 붉은 피가 샘솟듯이 흘러내렸고,</p> <p> <br></p> <p>고통을 느낀 두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괴로워했다.</p> <p> </p> <p> "악악! 아프옵니다 주님!"</p> <p> <br></p> <p> "아악! 주님 천국인데도 고통이 느껴지옵니다 악!"</p> <p> <br></p> <p>고통스런 와중에도 자기들의 주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찬송가를 부르는 두 사람.</p> <p> <br></p> <p> "♬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p> <p> <br></p> <p>얼마 후 많은 피를 쏟아낸 두 사람은 말라 비틀어진 송장으로 변해 있었다.</p> <p> <br></p> <p>숨을 거둔 두 사람 옆구리에선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았고 </p> <p> <br></p> <p>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며 발밑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p> <p> <br></p> <p>떨어지는 피는 발밑에 놓인 어떤 유리병 안을 붉게 채우고 있었는데</p> <p> <br></p> <p>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다 채워진 유리병을 흡족한 미소로 바라본 예수가 </p> <p> <br></p> <p>유리병을 마개로 닫고는 다른 유리병들 사이에 가져다 놓았다.</p> <p> <br></p> <p>그 유리병엔 「고통,사랑 혼합 페로몬」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p> <p> </p> <p> <br></p> <p> - 끝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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