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쉬는날은 어지간하면 집에서 스타나 디아를 하는 편인데,</p> <p>어젠 뭔 바람이 불어(실제로 바람도 많이 분 날이였고(?))</p> <p>짬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왜 알잖아. 배달짬뽕은 최소금액이</p> <p>정해져있고, 배달비라는게 있다는 걸.</p> <p>그립구나 옛날이여. 눈치는 좀 보여도 짬뽕한그릇 시키는게</p> <p>죄악까지는 아니였던 시절이. 심지어 그땐 배달비도 없었잖아.</p> <p>우리동네 중국성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었는데..</p> <p> </p> <p>그래서 나갔다. 그래도 쉬는날인데 나가놀자 싶어서.</p> <p> </p> <p>내가 맛집을 찾는 기준은 간단하다. 인플루언서들이 돌아다니거나</p> <p>줄서서 먹는 집보다는 그냥 지나가다가 '오 여기' 하면 들어간다.</p> <p>근데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건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p> <p>이정도면 거의 신의영역 아닌가?</p> <p> </p> <p>그래서 내 촉을 믿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p> <p>가려고 했던 짬뽕집은 지인이 "거기 면이 참 맛있다" 라는 리뷰까지</p> <p>보장해 준 집이여서 더욱 기대가 컸다. 이정도면 실패가 더 힘들지.</p> <p> </p> <p>집에서 도보 약 2분 거리에 있는 그 집은 연회석 완비에 스몰웨딩까지</p> <p>하는 중국집이였다. 그러고보니, 동생이 결혼했던 곳이 서울에서 제일</p> <p>큰 중국집(동생은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라고 하지만 뭐 그말이 그말이지</p> <p>한글써라 이년아)이였기에 그때 생각도 좀 나고.</p> <p> </p> <p>들어갔더니 양복입은 사람들이 구십도로 맞이하고 아니 저같은 ㅈ밥한테</p> <p>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돼요 라는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앉았는데</p> <p>어? 짬뽕은 있는데 왜 고기짬뽕이 없어? 이새끼들...?</p> <p> </p> <p>난 고기가 들어간 짬뽕이 없을 때 이상한 느낌을 받고 그때 탈출했어야 했다.</p> <p>근데 뭐, 군산 수송반점도 아니고 고기짬뽕이란게 중요한 사안은 아니니까</p> <p>해물짬뽕 곱배기를 시켰다. 뭐, 게도 올라가 있고 홍합도 있고.</p> <p>근데 게가 좀 오래됐네...? 뭐 좋다. 홍합이... 손질이... 흠 뭐.</p> <p> </p> <p>명색이 해물고추짬뽕인데 풋고추 대충 몇개 썰어놓은 모양새가... 야 이거..?</p> <p>그리고 국물을 한숟갈 뜨는데, 국물이 미지근하다.</p> <p> </p> <p>어...</p> <p>미지근하다. 차다. 그 딱 중간쯤 어딘가 굉장한 불쾌한 온도다.</p> <p>게다가 국물은 빨갛기만 할 뿐 고춧가루 맛 밖에 안난다. 굉장히 고민했다.</p> <p>이걸 다시 데워달라고 할까? 간이 좀 안맞는다고 이야기해볼까?</p> <p>그러기에 가게 분위기는 굉장히 우아하고, 내가 손을 들고</p> <p>'국물 닝닝하고 차다 이새끼들아!!!' 외치는 순간 내일 sns나 뭐 웃긴대학</p> <p>오늘의유머 그런데에 '중국집에 찾아온 진상손님...' 이라는 제목으로</p> <p>올라올 것 같고, 정중하게 말해본다 한들 점심시간에 바빠죽겠는데</p> <p>1인손님이랍시고 와가지고 짬뽕한그릇 먹으면서 거 말 드럽게 많네</p> <p>대충드쇼. 하는 주방의 울림이 전해져와서 그래도 그냥 먹기로 했다.</p> <p> </p> <p>어쨌든 먹기야 다 먹었는데 한 절반쯤 남았다. 원래 내가 야채나 해물을</p> <p>별로 안좋아하긴 하는데 정말 맛있는 짬뽕집에 가면 국물 약 100미리그람</p> <p>정도만 남겨놓은 채 모두 먹는다. 그만큼 맛있다는거지. 그런데 여긴</p> <p>정말, 면만 건져먹고 나머지는 손도 못댔다. 홍합은 비리고 게는 물러터졌고</p> <p>그렇다고 또 싸다고 하냐면, 한그릇에 만삼천원이라는 가격이 그렇게</p> <p>싼건 또 아닌 것 같고.</p> <p> </p> <p>그런데 ㅈ됨을 감지한건 그뿐만이 아니였다. 음식이 너무 맛이 없으니</p> <p>가게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신경을 쓰게 되고 그제서야 눈앞에 보이지 않던</p> <p>것들이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 오는 모든 손님은 볶음밥을</p> <p>먹고 있었다. 심지어 세살짜리 애기도 애기볶음밥을 주문하더라. 애기엄마가.</p> <p>그중에서 면을 먹는 병신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여기 볶음밥 맛집이였어..?</p> <p> </p> <p>아니 그러면, 지인이 거기 면이 참 괜찮다 라고 했던게 그저 면뿐만인</p> <p>이야기였나? 야... 이거?</p> <p> </p> <p>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만삼천원이고 나는 최소한 국물이 뜨겁던지 간이</p> <p>맞던지 그정도만 바랬던건데 둘중 어느것 하나도 나와는 맞지 않았다.</p> <p>그래서 생각했다. 사실 이 집 주방장 혹은 사장이 어렸을 적 너무 짬뽕이</p> <p>먹고싶었는데 집이 가난했어. 엄마한테 짬뽕을 먹고싶다고 졸랐는데 엄마가</p> <p>집에 마지막 남은 얼마 안되는 고춧가루를 싹싹 긁어모아 만들어준 짬뽕이</p> <p>너무 맛있었던거야. 그게 자기의 최애음식이였고, 그래서 지금도 그 레시피를</p> <p>유지하고 있고 엄마를 떠올리며 지금도 가끔 '엄마 보고계시죠?' 를 중얼거리는거야.</p> <p>그정도가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닝닝함 그리고 불쾌한 온도야.</p> <p> </p> <p>하도 열받아서 다시는 이집 짬뽕을 쳐다도 안보겠다며 나오는데 친절하기는</p> <p>또 오지게 친절해. 나같은 ㅈ밥병신한테도 구십도로 인사를 해주는거보니.</p> <p>하긴 그짬뽕을 만삼천원주고 먹고 나가는데 안친절할 이유가 없지.</p> <p> </p> <p>보통 음식이 나오면, 맛이 있다 없다 그저그렇다 괜찮다. 이런 미사여구들</p> <p>정도로 설명이 되는데 이렇게 장황하게 맛없음을 토로한적이 없어서 이런</p> <p>표현들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p> <p> </p> <p> </p> <p>나오자마자 열받아서 담배하나 피우고 날씨는 왜 또 그렇게 좋은지.</p> <p>편의점에서 하늘보리 2리터 한통과 보헴시가6미리 담배하나 사서 집으로</p> <p>돌아온 뒤 오징어집을 씹어먹으며 저녁은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그리고 저녁,</p> <p> </p> <p> </p> <p> </p> <p>(아직 안끝났어...?)</p> <p> </p> <p> </p> <p> </p> <p> </p> <p> </p> <p>낮의 실패를 거울삼아 저녁은 철저히 인플루언서들의 증언과 대중적인</p> <p>입맛을 지향했다. 나는 족발이 먹고싶었고, 조금 비싸지만 배달비 포함</p> <p>사만원을 결제하고 배달이 올 동안 소주를 사러 나갔다. 족발이 어지간해서는</p> <p>맛이 없을 수 없지. 암 그렇지.</p> <p> </p> <p>족발이 왔다. 나는 tv를 틀고 영화 모가디슈를 결제했다.</p> <p>섹스해본 적은 있는데,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닌데 '너네 섹스해본 적 있냐?</p> <p>iptv 영화 결제하고 소주놓고 족발먹으면 그게 섹스야'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p> <p>글라스에 소주 따라 반잔 마시고 족발에 새우젓, 마늘 얹어 한점 먹으니 키야.</p> <p> </p> <p>...</p> <p> </p> <p> </p> <p>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족발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렸다.</p> <p>이렇게 영화에 집중되는 족발맛은 또 살다살다 처음이다. 아니 별점도 조작이</p> <p>가능한가? 아니면 현시대 입맛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건가?</p> <p>나 그래도 식당에서 요리하는 사람인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 입맛이</p> <p>좀 바뀌었나? 아무리 한국사회가 복잡하고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요동친다지만</p> <p>단 며칠사이에 족발을 초벌하기 전에 세슘에 숙성시키는 레시피가 유행하는건가?</p> <p>소주 한병은 어찌저찌 족발에 먹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도저히 족발을 먹을</p> <p>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냉장고에서 분노에 찬 킨더부에노 한조각에 소주 한병을</p> <p>다 먹었다. 그래. 킨더부에노는 맛있지. 족발은 좀 맛이 없을 수도 있지.</p> <p>진짜 주방장 조기축구회에서 회식할때 맨끝자리에 앉아서 발언권 없는</p> <p>막내 윙백이였으면 좋겠다. 하도 성질이 나서 족발 다 치우고 영화 마저보고</p> <p>원피스 쵸파에피소드 한편 보고 잠들었다.</p> <p> </p> <p>진짜 안풀려도 이렇게 안풀리는 하루가 또 있을까.</p> <p>다음 쉬는날엔 이악물고 아침부터 롯데월드나 가야겠다. 끝.</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