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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896271
    작성자 : 으컁킁컁
    추천 : 11
    조회수 : 2378
    IP : 122.44.***.225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21/02/28 18:28:40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96271 모바일
    잃어버렸던 첫사랑 반지
    옵션
    • 창작글
    <p>글을 쓰기에 앞서 친구놈이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p> <p>쓸데없는 생각은 말로 내뱉지 않아야 한다고</p> <p>그리고 교복 입고 연애 해본 내가 부럽다며 10년 가까이 우려먹으며 기억하는 내 기억력</p> <p>무슨 소린가 싶지만 그 교복 입고 연애할 때와 연관 되어 있기에 더욱이 떠오른다</p> <p>쓸데없는 생각을 말로 내뱉는게 아니라 글로 써도 마찬가지겠지만</p> <p>명분이 없다 라며 빨간탈쓰고 벌레 먹는 뚱뚱한 아저씨가 생각났다</p> <p>명분이라...</p> <p>한동안 오유에 글도 안썼으니 그냥 한번 써보자 그게 내 명분이다</p> <p> </p> <p>29살 백수에 쏠로</p> <p>이 나이 되도록 뭐했나 싶다 @팡 배달 해보라고 주변에서 권하길래</p> <p>전재산의 반이상이나 되는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8만원을 들여서 몇년전에 샀던 자전거 앞뒤 바퀴를 바꿨더니</span></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이게 웬걸 </span><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친구녀석의 연결로 마트에서 2주 단기 알바 자리가 잡혔다</span> </p> <p>이것 저것 서류 준비 해서 와달라기에 인쇄소까지 버스를 타고 갈까 싶었지만</p> <p>운동도 할겸 기왕 고친 자전거도 뽕 뽑아야지 라는 생각에</p> <p>중학생 때 샀던 등산용 덧장갑을 끼고 출발 했다</p> <p>담임 선생님과 방학 때 지리산 종주 하러 여름 겨울 2번이나 갈 때</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없는 형편에</span><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그 비싼 등산 장비를 부모님께서 사주실 때 같이 샀던 것이었다 </p> <p>시원하게 내리막을 달려서 서류를 뽑고 돌아오는 길</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딸랑 2장 뽑자고 이 힘든 언덕 길을 올라가자니 허벅지가 터질꺼 같다</span> </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버스를 타자니 버스비가 아깝고 허벅지는 아프고 간신히 신호등에서 멈춰섰다</span> </p> <p>장갑위에 바람막이겸 눈에 젖지 말라고 덧 씌우는 장갑이라 손에 비해 꽤 컷기에</p> <p>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는데</p> <p>왼손 약지 부분에서 달랑 달랑 거리며 무언가 들어있는게 느껴졌다</p> <p>설마 했지만 손 끝에 닿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반지라는걸 알아차렸다</p> <p> </p> <p>고2 겨울 방학 눈이 꽤 내린 날</p> <p>첫사랑이자 첫 연애 상대였던 그녀가 눈이 많이 왔다며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같이 놀자고 그녀의 아파트 놀이터로 나를 불렀었다</span></p> <p>그때도 그 장갑을 끼고 갔었고 눈사람도 만들고 장난도 치며 놀고 집에 돌아오니 반지는 안보였고</p> <p>놀이터에 다시 들려 눈속을 헤집으며 찾고 주머니를 뒤져보아도 나오지 않았다</p> <p>그녀에게 울며불며 이야기를 했고 그때는 다행히도 내가 너무 속상해 한것 때문에 그녀는 화는 커녕 오히려 나를 달랬다</p> <p>속상하고 분통했다 처음으로 맞춘 커플링인데다가 이미 추석 용돈과 전재산으로 샀던 반지라 돈이 없어 새로 맞출수는 없는 상황</p> <p>아빠에게 이야기를 실토했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한채 새로 반지를 맞출수 있게 도와주셨었다</p> <p>그뒤로 50일 쯤 지나 보기좋게 차이며 첫번째 반지에 대한 기억은 지난 10년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p> <p> </p> <p>설마 그때 그 반지인가!</p> <p>머릿속 퍼즐들이 맞춰지며 모든걸 다시 기억해냈다</p> <p>장갑 속에서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장갑을 벗었다</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색이 바래 검어진 반지가 헐겁게 내 약지에 끼워져 있었다</span> </p> <p>운동도 안하고 끼니도 제때 안먹어 살이 빠졌는지 반지는 헐거웠다</p> <p>아니,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조금 헐거워서 빠졌을 것이다</p> <p>화가 치솟는다</p> <p>장갑속을 찾지 않은 과거의 나에게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p> <p>그리고 제일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온 타이밍에게</p> <p>그렇다고 딱히 화풀이를 할수 없어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큰 페트 콜라를 사들고 집으로 무작정 내달렸다</span></p> <p>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콜라를 홀짝대며 글을 쓰면서 생각이 들었다</p> <p>괜히 반지를 손위에 두고 만지작 거렸다</p> <p>이것을 어떻게 처분할까</p> <p>그냥 버려야 하는 것인가 재활용인가 일반쓰레기인가</p> <p>아니 그냥 애초에 연애란걸 안했으면 이런 상황도 안 벌어졌을 텐데!</p> <p>괜히 커플링이란건 해가지고 이게 무슨 절망감이란 말인가!</p> <p>안그래도 사회에서 도태된 자에게 이 무슨 시련인가!</p> <p> </p> <p>라고 생각 해봐도 나태한 나 자신에게 뭐래도 별 상관 없었다</p> <p>과거의 기억이 날 괴롭혀도 이 망할 코로나 때문에 커피쟁이에게 취직도 안되는 요즘</p> <p>추억에 젖어 문학학품 주인공 마냥 가슴 아파할 여유 따위 없다</p> <p>반지 하나 때문에 기분이 잡친것이 유머였고</p> <p>그것이 명분이어서 글을 쓴것 뿐이다</p> <p>신세 한탄은 이쯤이면 됐다</p> <p>어차피 내일 부턴 아르바이트니까 바빠서 금방 잊겠지</p> <p> </p>
    으컁킁컁의 꼬릿말입니다
    Adieu, ché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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