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 </p> <p> </p> <p>새벽 네시 반에 눈이 떠진건 다행이였다. 친칠라 새끼 표범보고 도망가는 마냥</p> <p>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려는데 아 물이안나와. 맞다 동파때문에 단수였지.</p> <p>문득 이영도 작가님의 소설 중 한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p> <p> </p> <p> </p> <p>아냐 너는 단수 맞아 ㅇㅇ 삼일째 물이 안나오니까.</p> <p> </p> <p> </p> <p>사실 물이 안나온 첫날 좀 당황하긴 했다. 동파라느니 단수라느니 이런건</p> <p>뉴스에서밖에 볼 수 없었던 이야기였는데 내 이야기가 되니까 빡친다기보다</p> <p>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ㅈ같음이 가슴속에서부터 차고 올라왔다.</p> <p> </p> <p> </p> <p> </p> <p>집주인은 3층에 산다.</p> <p>그리고 집주인은 나와 같은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다.</p> <p>정확히는 그의 아들이다. 물이 안나온 첫날 아침 여덟시 쾅쾅쾅 나는 집주인집의</p> <p>문을 세차게 두드렸다.</p> <p> </p> <p> </p> <p>"누구세요!"</p> <p> </p> <p> </p> <p>이 형은 화가나면 목소리를 중저음 톤으로 올리는데 평소에는 뱁새새끼마냥</p> <p>앵앵거리다가 화만나면 꼭 중저음 톤으로 올린다. 처음엔 좀 쫄았는데 이젠 씨알도</p> <p>안먹힌다.</p> <p> </p> <p> </p> <p>"세입자올시다. 문좀 열어보슈."</p> <p> </p> <p> </p> <p>"야. 아침부터 뭐야. 어머니도 주무시는데."</p> <p> </p> <p> </p> <p>"어머님 포천가신거 다 알고 왔수다. 물이 안나오는데 어떻게 된거요?"</p> <p> </p> <p> </p> <p>"아 그거?" 가오잡고 뭔가 이야기 하려던 집주인의 아들이자 같은가게 직원인 형은</p> <p>근엄한 얼굴이였다가 순식간에 빵돌이같은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다.</p> <p> </p> <p> </p> <p>"진정해라. 우리집도 안나온다."</p> <p> </p> <p> </p> <p>"뭔! 그럼 어떻게 씻어요?!"</p> <p> </p> <p> </p> <p>"출근하기전에 목욕탕갈래?"</p> <p> </p> <p> </p> <p>"됐그등요."</p> <p> </p> <p> </p> <p>집에 내려오자마자 가만히 생각을 했다. 1층은 물이 나온단다.</p> <p>그런데 2층과 3층에는 물이 안나온다? 아하. 문제는...</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p> <p> </p> <p> </p> <p> </p> <p> </p> <p>일단 업자를 불렀다니 그렇게 알고 집에 내려왔는데</p> <p>이젠 정말로 출근전까지 이 까치머리와 입에서 나는 단내 그리고 전날</p> <p>마셨던 음료수 담긴 텀블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한꺼번에 그 번뇌들이</p> <p>밀려왔다. 중생아 네 어찌 텀블러에 사이다를 따라 마셨느냐.</p> <p> </p> <p> </p> <p> </p> <p> </p> <p>그러다 문득, 입주선물로 받은 2L x 48병 생수더미가 눈에 들어왔다.</p> <p> </p> <p> </p> <p> </p> <p> </p> <p> </p> <p>그 뭐라더라 어떤 부자들은 생수로만 씻는다는데 1리터는 요 머리 감고</p> <p>남은 1리터는 요 세수하고, 2리터짜리 세통 더 따서 물안내려가는 요 변기통에 넣고</p> <p>와-예 또 물 쳐 쓸데 있으예?(주 : 영화 내부자들 드립)</p> <p> </p> <p> </p> <p> </p> <p>일단 머리감고 세수하고 이닦고 물안내려가던 변기통도 해결은 했다.</p> <p>역시 암쏘 지니어스 와타시가 한국의 마리앙투아네트다 상수도가 막히면 생수를</p> <p>쓰면 될것을 우매한 놈들.</p> <p> </p> <p> </p> <p>그리고 밀려드는 후회. 생수 단가와 내가 생수를 나르기 위해 썼던 시간들. 그냥 성저공원</p> <p>화장실 가서 씻을걸 그랬나...? 그렇지만 아침부터 떡진머리와 부스스한 얼굴로 버스를</p> <p>타긴 싫었다. 씻는다고 딱히 정상으로 보이는 얼굴은 아니긴 한! 데! </p> <p> </p> <p> </p> <p>가게 도착하자마자 까치머리로 웨이브를 넣은 집주인의 아들이 부스스한 얼굴로 주방에서</p> <p>재료준비를 하고 있을때 난 생수라도 씻고 나와야겠다는 다짐을 더 하게 되었다.</p> <p> </p> <p> </p> <p> </p> <p>그리고 3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상수도를 고치러 사람이 오지 않았다.</p> <p>빡침이 단전에서 머리 끝까지 오르는건 진정한 빡침이 아니다. 그건 만화적 표현일 뿐이다.</p> <p>진짜 빡친다는건 단전에서 계속 머무르는 화다. 마치 손오공이 셀을 상대하기전에 힘을 응축해</p> <p>놓은 것 처럼, 내 화는 단전에서 계속 머물러 있었다. 집주인의 아들이 헛기침을 하며</p> <p>어제 퇴근하는 나를 밖으로 부르더니 뜬금없이 양갈비를 사주길래 일단은 먹고, 술김에 차분하게</p> <p>이야기했다.</p> <p> </p> <p> </p> <p>"안불렀으면 안불렀다고 솔직히 이야기하쇼. 내돈주고 내가 부를라니까."</p> <p> </p> <p> </p> <p>"야. 불렀다니까? 근데 일이 많다고 안와. 내일은 꼭 올거야."</p> <p> </p> <p> </p> <p>"올거야? 라고요? 내일은 꼭 온다. 가 아니라 내일은 꼭 올거야 라는 말은 꼭 온다는 겁니까</p> <p>꼭 오길 희망한다는 겁니까?"</p> <p> </p> <p> </p> <p>나는 사실 말을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닌데(주댕이는 못털어도 손가락만 잘턴다. 전형적인</p> <p>키보드워리어다.) 빡침이 극에 달해 단전에 머무는 상태가 되면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p> <p>나온다. 그리고 이날이 그랬다.</p> <p> </p> <p> </p> <p>"그게, 꼭 올거야."</p> <p> </p> <p> </p> <p>"말 끝을 흐리지 마시고요. 솔리드도 이 밤의 끝은 잘 잡고 은퇴했수다. 거 뭐냐</p> <p>천문학적으로도 어떻게 못하는 밤도 잘 잡고 은퇴한 가수도 있는데 말 끝 잘 붙잡는게</p> <p>뭐 대수라고. 안그래요? 그니까네,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가는날까지 안전하고 쾌적하게 집주인 아들 대우 </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받고싶으시면 상수도부터 터트려주세요. </span><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안그러면 내가 터질라니까."</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일단 목욕탕 회원권 다섯장과 24시 빨래방 5회에 준하는 금액을 준다고 약속했는데,</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나는 사실 그 말에 더 빡이 돌았다.</span></p> <p> </p> <p> </p> <p>"아니이이이이이이----! 목욕탕 회원권이랑 빨래방 당분간 다니라는거잖아요오---!</p> <p>물 안나오냐고오오오---!!!"</p> <p> </p> <p> </p> <p>결국 참지못한 나는 삐져가지고 남부끄러운것도 모른채 넓은 양갈비집 쇼파의자에서</p> <p>버둥거렸다. "아 내일까지 상수도 고쳐달라오고오오오오----!" "미1친놈아 알았으니까</p> <p>그만해;" 그리고 오늘은 분명히 상수도 수리업자가 올테니, 쉬는김에 오면 잘좀</p> <p>해달라고 부탁하는 말까지 듣고 지금 이 글을 쓰고있다.</p> <p> </p> <p> </p> <p>만약 오늘 상수도 업자가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오지 않는다면,</span></p> <p><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이번달 월세도 오지 않을거란 이야기를 해놓긴 했는데 진짜 오늘 오지</span></p> <p>않더라도 월세를 안줄 생각은 없지만, 아마 당분간 집주인의 아들은 그냥 나와 맨날</p> <p>싸우는 직원A쯤으로 한동안 기억될 것이다. 물론 그는 사태의 종식을 위해 수많은 회유와</p> <p>협박 그리고 짬으로 누르려 하겠지만 어쩌라고. 떠받들어지고 싶으면 상수도부터 고쳐놔요.</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E02 짤막하게 쓰는 기억에 남는 현재진행형 손님.</p> <p> </p> <p> </p> <p>사실 1달 24일 쉬는날빼고는 하루종일 가게에 붙어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p> <p>온갖 인간군상들을 만나게 되는건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우리 가게에는 왜인지 모르지만</p> <p>노인들이 많이 오곤 하는데, 이건 어떤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특별케이스에 해당되는</p> <p>에피소드다.</p> <p> </p> <p> </p> <p>노부부는 이틀? 삼일? 에 한번씩 방문하곤 한다. 패턴은 항상 똑같다.</p> <p> </p> <p>"어서오세요. 어머님 아버님 여기 전화번호로 전화하셔서 등록해주세요. 코로나 명부대신에</p> <p>이거 쓰는거에요."</p> <p> </p> <p> </p> <p>그럼 할아버지는 온갖 쌍욕을 하며 난 코로나 안걸렸으니까 안한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p> <p>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말리며 "아이고 미안합니다 제가 할게요." 하면서 고개를 숙인다.</p> <p>매번 똑같은 패턴이다. 처음엔 "할아버지 말씀이 너무 심하세요!" 라고 말했는데 뭐 한 세달쯤</p> <p>겪으니까 지금은 "어허허. 이건 병 안걸린 사람들이 하는 전화에요" 하고 말한다.</p> <p> </p> <p>그래도 처음엔 썅놈이 어쩌고 호로새끼 어쩌고 했는데 요샌 안면좀 텄다고 에이 개1새끼</p> <p>정도로 끝난다. 거 할배 욕 되게 잘하신다.</p> <p> </p> <p> </p> <p>이들은 시키는 메뉴도 똑같고 패턴도 똑같다. 국밥 두그릇 시키고, 막걸리 한병 시키고</p> <p>중간에 할아버지가 그릇을 탕탕 치며 "야! 김치 줘!" 하는데 처음에는 "저희는 직접 가져다 드셔야</p> <p>합니다." 했고 매번 그 문제로 싸우고 할머니는 "아이고 여긴 그런데 아니에요" 하면서 가져다</p> <p>드시곤 했는데, 지금은 그냥 지나가면서 "어허헣 아버님 김치 더 드려요?" 하고 그냥 갖다준다.</p> <p>할배는 의외로 "응 응" 하면서 얌전하게 식사만 하신다.</p> <p> </p> <p>진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뭐 욕하는거보니까 아직은 정정하시구만 게다가 딱히 바쁜시간에</p> <p>와서 그러는것도 아니고 한가한 시간에 와서 그러는거니까 에지간하면 다 해준다.</p> <p> </p> <p>사실 계산도 쉽지는 않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자식이 하나 있는 모양인데, 매번</p> <p>올때마다 포장을 해가곤 한다. 자식에게 먹인다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할머니는 봉투에</p> <p>담아달라 하고, 할아버지는 항상 내 면상에 갈비탕 포장을 집어던진다.</p> <p> </p> <p>처음에 맞았을 땐 경찰출동까지도 고려했는데 지금은 그냥 손으로 받는다.</p> <p> </p> <p>"에이 썅 내가 안쳐먹이겠다는데 왜 줘! 저새끼(할머니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가 달라해도</p> <p>주지 말라고!"</p> <p> </p> <p> </p> <p>"아니 뭐 그래놓고 또 사가실거잖아요."</p> <p> </p> <p> </p> <p>"안사!"</p> <p> </p> <p> </p> <p>"그럼 포장 다시 넣어요?"</p> <p> </p> <p> </p> <p>"아니야 줘!"</p> <p> </p> <p> </p> <p>"네네. 여기요."</p> <p> </p> <p> </p> <p>요샌 안오는 날은 좀 서운하다. ㅋㅋㅋ</p> <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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