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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싫어서 나가는게 아니야.
여긴 엄마랑 아빠가 사는 집이고, 나는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 없어.
나도 내일모레면 나이가 마흔이야. 언제까지고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살기에는 엄마아빠도, 나도 너무 나이를 먹었어. 동생만큼 똑바르게 살 자신도
없지만 그렇다고 누구 말처럼 나이먹고 부모님한테 얹혀사는 한심한 짓까지는
하고싶지 않아."
"너 마음대로 해 그러면. 언제 우리가 너더러 짐이라 했니? 집세 나가고 공과금
나가는거 생각해. 너 그러면 집에 붙어있어야 돼. 그래 그럼, 나가서 산다 치자.
맨날 술먹고 담배 집에서 피우고 컴퓨터게임이나 하고, 그렇게 살면 병나. 너."
주름진 엄마손을 잡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똑바로 살아오지 못한 인생에 대한 반성을 했다. 그리고 그 진심어린 말들은,
걱정 끝에 가시처럼 솟아 또 온 몸을 찔러대는 불신에 한순간 사라졌다. 나는 잡고있던
엄마손을 놓았다.
"...바로 그런점이 내가 집을 나가는 이유 중 하나야."
엄마는 날 이해하지 못했다. 걱정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둘 중 하나만 했다면 나는
조금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마의 말은 내가 마침내 마지막 결심을 하는데에
큰 공헌을 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출근했다. 뭔가 중얼거리며 한숨쉬는 엄마의 목소리와 TV속 무심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그날따라 새파랗게 시리고 맑은 겨울하늘이 모두 차가운 날이였다.
18평짜리 빌라를 구했다. 무보증에 50만원. 좀 외곽이긴 하지만 일하는 곳과 가깝기도 하고
짐도 많은데 원룸같은거 잘못 구했다가 박스도 열어보지 못한 수많은 내 물건들과 밤새 씨름할
생각을 하니 차라리 이편이 낫다 싶었다.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빚갚으면... 뭐 그래도 한달 20만원쯤은 남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난 긍정적이였다.
수많은 파도가 몰아치고 날 때려부쉈던 날들은 날 강하게 만들었다. 쓰레기같은 거래처들에게
조리돌림 당하며 대금받으러 다니던 날들, 그리고 사업의 실패와 수렁에 빠졌던 날들
최후에는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섰던 날들까지. 그 온전한 역사를 지나치고 나서 다시금
새 집에 안착한 내 모습을 거울로 바라보니 뭐랄까.
음... 정말 완벽하게 멋져...?
사실이 그랬다. 새집은 마음에 들었고 비록 월세살이라곤 하지만 날 위한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넓은 내 방과 거실, 그리고 작은 옷방. 내 방을 꽉꽉 채웠던 피규어들도 한숨돌릴만한
공간들이 생겼고 예쁜 식탁보가 깔린 식탁과 격자무늬 카페트도 생겼다. 마지막으로
블랙체리 디퓨저까지 이곳저곳에 놓고 나서야 나는 그날 마침내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이사한 다음날 나는 일하는 가게에서 아주 두꺼운 스테이크용 등심을 썰어 사왔다.
편의점에서 와인과 좋아하는 맥주를 샀다. 기름을 두르고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로보캅- 를 틀어놓고 와인 한병과 맥주 두 캔을 다 마실때까지
봤다. 식사 후에는 모든것들을 치우고 잠들었다.
이제 집에 들어오면 종종걸음으로 내 방에 기어들어갈 일도 없다. 굳은 표정으로
내 방에 수시로 들어와 이것저것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약간의 책임이 생겼지만 그보다 큰 자유가 생겼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날 사랑했지만, 그 마음이 왜곡되어 말과 행동으로 날 옥죄여왔던 부모님은
나를 보내고 다시금 어떤 마음들로 살아갈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 관계는
그때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다시 집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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