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 </p> <p>#1.</p> <p> </p> <p> </p> <p> </p> <p>병신같이 살아왔다는게 온 몸으로 체감되는 순간이였다.</p> <p>새 직업을 가진 후에 나는 초보들이 할 수 있는 몇번인가의</p> <p>실수를 했고, 그 전이라면... 온몸으로 죄송함을 표현하면서</p> <p>내가 잘못한 일을 다시 하지 않을거라는 강력한 의사표현과 동시에</p> <p>저자세로 굽히는 모습을 보였을텐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p> <p> </p> <p>뭐 내가 돈벌러왔지 죄지은거 참회하러 왔어?</p> <p> </p> <p>그런 생각으로 누군가 어떤 실수를 지적했을 때,</p> <p> </p> <p>"넵, 알겠습니다."</p> <p> </p> <p>딱 그정도다.</p> <p> </p> <p>반성하는 태도가 있어야 발전한다는 말에</p> <p>"네." 하고 짤막하게 대답할 뿐이다. 다른 말이 필요가 없다.</p> <p> </p> <p> </p> <p>좀 친해진 사람들이 장난을 칠 때도 병신같이 다 받아주곤</p> <p>했는데 이제는 내가 불쾌하면 "그만좀 합시다." 하고 이야기한다.</p> <p>그래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쉬운일이겠지만 그동안 나에게는 엄청나게</p> <p>어려운 일이였는데 이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렸다.</p> <p> </p> <p>그냥 어느순간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br></p> <p>물론 그때야, 일을 배우러 온 사람이 그래서야 쓰냐느니,</p> <p>장난이라느니 정색하는 사람도 있고 훈계하려는 사람도 있는데<br></p> <p>"한번해서 잘 하면 그게 경력직이고 저는 그냥 초짜인데요.."</p> <p> </p> <p>그러고 말아버린다.</p> <p> </p> <p> </p> <p> </p> <p>가장 최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p> <p> </p> <p>사장과 점장, 부장의 지시가 모두 달랐고 나는 최선의 선택으로</p> <p>그들 중 누군가가 상주해 있을때만 그들이 내렸던 지시대로 움직였는데</p> <p>이게 셋이 동시에 모여있으니 셋이 와서 감나라 배놔라를 하는데</p> <p>나는 그냥 한숨을 쉬고, 뭐 화도 별로 나지 않고,</p> <p> </p> <p> </p> <p>"그럼 한가지로 해 주세요. 누구 말씀을 들어야 하는지 진짜 모르겠습니다.</p> <p>세분 다 방향이 다르고 방법도 다른데 제가 어떻게 세분을 만족시킵니까?"</p> <p> </p> <p> </p> <p>욕좀 먹은들 뭐 어때 내가 없는이야기 한것도 아니고 죄졌어 내가?</p> <p>그래놓고 나는 내 할일을 하러 갔다. </p> <p>나는 이제 속으로 생각만 하고 집에와서 괴로워하지 않는다.</p> <p> </p> <p> </p> <p> </p> <p> </p> <p>나는 일을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껏 열심히는</p> <p>했는데 온통 세상천지 내 밑으로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으로 저자세로</p> <p>살다보니 그들을 대하다보니,</p> <p>그간 온갖 재미로 괴롭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속아왔다는</p> <p>생각이 든다.</p> <p> </p> <p>그래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 난 너무 병신같이 살았다.</p> <p> </p> <p> </p> <p> </p> <p> </p> <p> </p> <p>실제로 내가 그정도쯤 이야기 한다고 해서 잘릴만큼 대한민국 노동법이</p> <p>허술하지도 않고, 그래 뭐 잘리더라도 내가 전과자인것도 아니고 다른데</p> <p>가면 그만이지. 대신에 내 능력안에서 맡은일만 다 하면 그뿐이다.</p> <p> </p> <p> </p> <p> </p> <p> </p> <p> </p> <p>#1-2.</p> <p> </p> <p> </p> <p>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것이다.</p> <p>나는 꽤 힘든일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와서 거의 술을 먹지 않는다.</p> <p>이제 그냥 아 피곤하구만. 하고 잠들거나 좋아하는 것들을 보거나 한 뒤에</p> <p>잠든다. 다음날 좀 피곤하긴 한데,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p> <p> </p> <p>나는 요새 거의 술을 먹지 않는다.</p> <p>회식때 아니면 동네형들 만날땐 먹는다. 그런데 그것도 다음날 내가 이정도</p> <p>더 먹으면 죽겠다 싶은때가 오면 멈추고 음료수나 물 뭐 그런거 마시면서</p> <p>논다. 불과 몇개월전이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뭐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p> <p> </p> <p>술을 덜 마시고 안마시니 결과적으로는 힘든일이라는 어드벤티지(?)가 겹쳐</p> <p>미친듯이 다이어트가 되고있다. 이번주에만 두 번 바지를 새로 샀다.</p> <p>아마 다다음주 쯤에는 새로운 바지를 사야할 것 같다.</p> <p> </p> <p> </p> <p> </p> <p> </p> <p> </p> <p>#2.</p> <p> </p> <p>수없이 많은 대출상환 독촉전화, 카드사 통신사 독촉전화</p> <p>블라블라. 하루에 스무통 서른통이 넘게 받던 전화에 보도씨</p> <p>막고 막아도 안되던 것들에 지쳐 결국 전화를 안받기 시작했다.</p> <p>그리고 그들은 이제 가압류를 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낸다.</p> <p> </p> <p>ㅈ됐네 이거 진짜.</p> <p> </p> <p>그와중에,</p> <p>나는 어제 첫 월급을 받았다.</p> <p>대출과 카드, 통신사와 개인 빚등 모두 보내고 나니 수중에</p> <p>삼만원이 남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나에게는 한통의 전화도 안온다.</p> <p>어... 이거 좀 서운한데... 그냥 안부인사차 전화라도 좀 해주지...</p> <p> </p> <p> </p> <p>휴대폰 벨소리를 마음껏 듣기 위해 진동으로 해놨던 걸 소리로 바꾸고</p> <p>설레는 마음으로 언제 전화벨이 울릴까 기대했는데 오늘 누구에게든</p> <p>어떤 곳에든 전화 한통 온곳이 없다.</p> <p> </p> <p>아 맞다 나 친구 없지 참.</p> <p> </p> <p> </p> <p>돈 많이 벌고 하루에 저녁값 턱턱 내던때는 그렇게 사장님 친구야 하던</p> <p>사람들이 이젠 뭐.</p> <p> </p> <p> </p> <p>그래도 앞으로 아는사람한테만 전화올거라고 생각하니 그 현실이 참</p> <p>담담하게 기쁘다.</p> <p> </p> <p> </p> <p> </p> <p>아 맞다 나 아는사람 없지 참.</p> <p> </p> <p> </p> <p> </p> <p> </p> <p> </p> <p>#2-1.</p> <p> </p> <p> </p> <p>그러던 와중에 집에 돌아와보니 내 책상에 은행으로 부터 온 독촉장</p> <p>하나가 올려져 있는것을 보았다.</p> <p> </p> <p>아 어차피 어제 다 상환한거라 상관없는거긴 한데.</p> <p> </p> <p>이게 왜 또 뜯어져 있어?</p> <p> </p> <p> </p> <p>젠장.</p> <p> </p> <p> </p> <p>또 아빠가 뜯었구나. 다 보고 안본척 내일 아침 일어나면</p> <p>너 그거 또 무슨 독촉이냐 돈 안냈냐 어디에 쓴거냐 영수증 가져와라</p> <p>진저리나게 쫓아다니며 나는 또 며칠을 피해다녀야겠지.</p> <p>갚는거야 내가 갚는건데 왜 그리 역성이고 난리야.</p> <p> </p> <p> </p> <p> </p> <p> </p> <p>그래요.</p> <p>아버지.</p> <p>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한번도 저 혼자 컸다고</p> <p>생각한 적이 없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성인이 되고 나서 겪어야 했던</p> <p>고초들로부터 당신이 지켜줬던 적 또한 한번도 없잖아요.</p> <p> </p> <p>그 고초들은 내 잘못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들이였지만 나는 한번도</p> <p>그 잘못으로부터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며 자식을 살려달라고</p> <p>읍소한적이 없어요. 적어도 나는 똥을 많이 싸는 인간이였지만,</p> <p>그래도 스스로 싼 똥은 스스로 치우곤 했죠.</p> <p> </p> <p>그게 안타까웠다면,</p> <p>그냥 위로 한마디면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을거에요.</p> <p>그런데 내가 사고를 칠 때마다 수통씩 전화를 하며 잠도 못자게</p> <p>잔소리를 해대고, 술자리라는 이름으로 내가 체해서 다 토할때까지</p> <p>잔소리를 해놓고도 손가락질 하던건, 그것도 애정인가요?</p> <p> </p> <p> </p> <p>과정이 좀 지랄맞아서 그렇지만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p> <p>걱정되는 마음 한켠에 어째서 내 사생활을 그렇게 뒤지고 싶어하는 건가요.</p> <p>이나이 먹도록 둥지를 벗어나지 못한 새와같은 삶이 당신들에게</p> <p>독이 된다면 언제든 떠나겠어요. 그런데 그조차 막는건 곁에두고 조지겠다는거죠?</p> <p> </p> <p>하지만 딱히 원망하지는 않을게요.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들이여서</p> <p>죄송해요. 동생처럼 좋은 집에 살지도 못하고, 여전히 철없죠.</p> <p> </p> <p> </p> <p>어렸을 적 갖고싶던 로보트를 못사줘서 미안해했던 당신들이 떠올라요.</p> <p>그런데 내가 학교폭력으로 전교생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교사에게 그 사실이</p> <p>알려지고, 교사는 내가 하지 않은 것 까지 학폭 가해자들 말만 듣고 나를 지도실에</p> <p>가둬놓은 채 일방적으로 부모님에게 연락했죠.</p> <p>학교에 찾아온 당신들은 되려 학폭 가해자들의 말만 듣고 내가 가해자인</p> <p>것처럼 포장된 말에 집에 오는 길에 폭언을 하고 때리고,</p> <p> </p> <p>교사가 "노동자가 생각이 짧은게 경계성 지능이 의심되니 대안학교에 보내는게."</p> <p>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당신들이,</p> <p> </p> <p>나를 대안학교에 보내려고 했던 기억들이 더 생생해요.</p> <p> </p> <p>대안학교 조차도 돈이 많이 들어서 결국 안보내셨지만요.</p> <p> </p> <p> </p> <p> </p> <p>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은 그정도쯤 괴롭힘 받고, 아니 잠깐만 6년이에요 6년.</p> <p>6년동안 그렇게 괴롭힘받고 돈뜯기고 다니면서도 남들은 그정도면 미쳐 죽었을거에요.</p> <p>그런데 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하고 살았어요.</p> <p>그래서 잠깐이나마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던 시절과, 당신들에게 잘사는 아들이</p> <p>해줄 수 있는 모든것들을 해주던 시절도 나의 의지로 모두 이뤄낸거죠.</p> <p>내 과거의 괴로움은 피비린내 날때까지 입술을 깨물고 내가 미치면,</p> <p>그래서 죽어버리면 나는 별것도 아닌 인간이 된다며 생존해왔던 그 시절이 떠올라요.</p> <p>그러니까 나는 그시절 당신들이 조금만 나를 바라봐줬더라도 지금쯤 어떤 인간이</p> <p>되어있을지. 나는 상상이 되지 않아요.</p> <p> </p> <p> </p> <p>방학식날 오천원을 가지고 오지 않아 뒷산으로 끌려가 네다섯시간을</p> <p>맞고 놀림당하면서 있던 그 시간에 나는 집에 돌아와 '친구들과 축구하느라</p> <p>그랬다' 라는 말을 하는게 내 유일한 방어였을 뿐인데,</p> <p> </p> <p>나는 아무도 때리지 않았고, 아무도 괴롭힌 적 없어요.</p> <p> </p> <p>나는 아무에게도 괴롭힘 받았고, 아무에게도 맞았을 뿐이죠.</p> <p> </p> <p> </p> <p>하지만 괜찮아요.</p> <p> </p> <p>언제나 그래왔듯, 과거가 어찌되었든 간에</p> <p>나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요.</p> <p> </p> <p> </p> <p>별 하나가 사그라들고, 탄생하는 억겁의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p> <p>나는 언제나 지금보다는 낫고 좋은 사람이 될거니까요.</p> <p>전혀 걱정하지 않아요.</p> <p> </p> <p>나는 결국 해낼거니까요.</p> <p>내가 잘되는건 결국 나 자신을 위한거니까요.</p> <p> </p> <p> </p> <p> </p> <p> </p> <p>그리고,</p> <p>미련스럽게도 그 영광스러운, 나의 승리에 결국 나는 당신들에게도 그 영광을</p> <p>돌릴거에요. 적어도 엄마아빠는, 내가 잘 될때는 한없이 인자한 부모님이니까</p> <p>내가 잘 되는 모습을 보면 다시 인자한 부모님으로 돌아올테니까요.</p> <p> </p> <p> </p> <p>추레했던 과거를 표면으로나마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줄거니까요.</p> <p>그거면 됐어요.</p> <p> </p> <p> </p> <p>그러다가 또 조지면 난 세상에 혼자 남겠지만 아무렴 어때요.</p> <p> </p> <p>난 그 때에 가서 또 새로 싸우는 법을 알아내고,</p> <p>이기면 그만이에요.</p> <p> </p> <p> </p> <p> </p> <p> </p> <p>그러니까 제발 내가 처한 상황을 문서로 보여주는</p> <p>독촉장 혹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온 편지같은걸 여는건 그만두세요.</p> <p> </p> <p>나는 당신들의 어떠한 행위들보다, 스스럼없이 내 사생활을 본인의</p> <p>것들로 당연히 여기는 그런것들이 싫어요.</p> <p> </p> <p> </p> <p>아참.</p> <p> </p> <p>책임은 내 것이고, 추궁의 권리는 당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는</p> <p>그런것들이 싫어요. 나의 실패와 도전에 당신들의 돈과 시간이</p> <p>들어간적은 단 한번도 없잖아요.</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그치만 내가 잘 되어서, 다시 웃어주는 날의 부모님이 온다면</p> <p>그땐 환영할게요.</p> <p> </p> <p> </p> <p> </p> <p> </p> <p> </p> <p>#3.</p> <p> </p> <p> </p> <p>간만에 술 땡기네.</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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