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별스럽지 않은 하루라도 보내보겠다고 여기저기 일도하고<br>돌아다니다가 전철타고 집에 드나드는 날이 한 2주째 지속되고<br>있다. 그래. 뭐라도 해야 살지. 밥은 먹어야 할거아냐.</p> <p> <br>그래 고기도 좀 사먹어야 하고 담배도 피워야 하고 가끔<br>술이라도 한잔 하려면 벌어야지. 그런 자본주의적인 마음으로다가<br>접근하니 생각보다 밖에 나가는게 어렵진 않았다. </p> <p>아귀씨.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요.</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br>오늘의 이야기는 전철과 노약자석 외 </p> <p> </p> <p> </p> <p> <br>내가 타는 3호선 전철은 간혹 듣는 1,2호선 전철의 서사에 비하면<br>새발의 피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빌런은 어디에나 있고 히어로<br>공권력의 존재가치는 그런데서 발현되는 것이다. </p> <p> <br>왜이렇게까지 이야기하냐면,<br>퇴근길에 지하철을 타고오는데 내가 서 있던 자리는 노약자석 옆<br>문이였다. 평소와 다른점이라면 노약자석 오른쪽 끝에는 누가봐도<br>30세 미만의 젊은 여성이 앉아있었다는거다.<br></p> <p> </p> <p> </p> <p>모르겠다. 노약자석 자리가 비어있으면 아무나 앉...는거 맞나?<br>불법은 아니고 권장사항인정도로는 알고있다.<br>아무튼 음. 그럼 나도 앉아갈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br>통념상 별로 좋은소리를 들을것 같진 않아서 그냥 서가고 있었다.<br>내가 이렇게 소심하다.</p> <p>대충 생각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아트오브워를 하면서 에잇 이놈의<br>쓸모없는 두억시니같으니 하고 울고있는데 추정 30대 미만 여성의</p> <p>바로 옆칸에 어떤 할아버지가 앉더니 나지막히</p> <p>'ㅆ발년'</p> <p>이라고 중얼거렸다.</p> <p> <br>그 소리를 못들었을리가 없는데 여자가 왜 안쳐다봤을까?<br>아. 여자는 아이팟을 끼우고 있었다. 오케이.<br>그런데 할아버지가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대놓고 들으라는 듯 </p> <p>'ㅆ발년 저런년은 사타구니를 찢어야하는데 외국년마냥 머리는<br>노랗게 해가지고 어쩌고'</p> <p> </p> <p> </p> <p> <br>뒤에 어쩌고라고 이야기를 흐린건, 내용은 똑똑히 기억하지만<br>요새 사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걸 체감할정도로<br>차마 입에담지못할 이야기들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p> <p>사타구니 이야기는 애교축에 들어갈 정도의 험한말을<br>점점 데시벨을 높여가며 이야기하니 이제는 온 전철안의<br>사람들이 다 쳐다보기 시작했다.</p> <p>그래서 내가 서두에 깐 이야기가 그거다. 노약자석에 젊은사람이<br>앉은게 그정도로 죽일일인가 하는것.</p> <p> </p> <p> </p> <p> <br>여자는 자기한테 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는지 아이팟을 뽑았다. </p> <p>그러자 할아버지는 'ㅆ발년 돈많아서 그런거 쓴다고 자랑이나 하고<br>나도 돈많아 어쩌고'</p> <p>여기서의 어쩌고도 사탄일자리 창출을 위해 언급하지 않는 것 뿐이다.<br>아무튼 여자는 사색이 되어 다음칸으로 도망갔고 할아버지는 이제<br>혼자 떠들기 시작하더니 날 쳐다보며 '안그래요?' 하는거다.</p> <p>난 잠깐 그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고</p> <p>'거 할배요 다좋은데 입은 좀 닫읍시다 공공장소에서 증말'</p> <p>하는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3호선 막말노인 묻지마 살인 피해자는 30대 무직 모씨' </p> <p>이런 제목으로 다음날 YTN뉴스에 나오긴 싫었다.</p> <p>사람일은 모르는거니까.<br>그래서 대신 '말걸지마십쇼' 하니까 그냥 조용해졌다.</p> <p> </p> <p> </p> <p>사람 일이란게.</p> <p>'학생. 여기는 노약자석이고 물론 학생이 앉아도 되지만 노인이나<br>불편한 사람이 오면 비켜주실 수 있어요?' 라고 이야기했으면<br>좋게 끝났을거고 음 아주 교양있는 분이군. 하며 뭇사람들이 좋은<br>내색도 했을텐데, 굳이 육두문자와 저주를 퍼부어가며 이야길 했어야<br>했나 싶다.</p> <p>하긴 이상론일 뿐이지.</p> <p> </p> <p> </p> <p> </p> <p> </p> <p> </p> <p>#2</p> <p> </p> <p> </p> <p>글을 쓰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케릭터가 처한 상황에 고스란히<br>담는 편이다. 그래서 감정이입을 좀 심하게 하는데, 때로는 울기도 한다. 예전에 허영만 작가님이</p> <p>식객이라는 만화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자기 글을 보고 울면 삼류작가라던데...'</p> <p>하면서 말끝을 흐리시던 어떤 만화의 후기. 그 말이 생각났다.</p> <p> </p> <p>그래서 내 글을 보면서 나는 잘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사실 어느것에도</p> <p>잘 울고 잘 코를 삼켰다. 최근에 참 많은 일들에 울고 콧물을 짜곤 한다.</p> <p> </p> <p>아주 최근엔 '우리는 형제입니다' 라는 영화를 봤는데 아는 사람은 아는 그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p> <p>그것도 술을 마시면서 이씨 내가 왜울어 하면서 엄청 울었다. 새삼 그러고보니 나이를 먹는다는게</p> <p>느껴진다.</p> <p> </p> <p>그런데 나이를 먹어 성숙해 진다는 것과, 나이를 먹어 청승맞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p> <p>나는 전자쪽은 아니다. 청승맞아지는건 꽤 가슴아픈 일이다. 울지 말아야 할 일과 가슴이 찡해지지 않을 일에도</p> <p>찡해지곤 한다. 그것은 누가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가슴시리다.</p> <p> </p> <p>다만 2평짜리 골방에 누워 창문만 열어놓은 어느 맑은 날에 구름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선뜻 손내밀던</p> <p>가을냄새를 알아차렸을 때 눈물이 나서 참을 수 없었던 건 쓸데없이 먹은 나이에 설탕처럼 들이부어진 청승때문이다.</p> <p>달콤하고 죄책감 드는 맛. 안아주고 싶은데 그러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그런.</p> <p>그거 왜 넣어. 라고 핀잔주면서도 내심 나쁘지는 않은데 언젠가는 나에게 분명히 독으로 돌아올 것 같은 그것.</p> <p> </p> <p>이 가을 잦나무같은 청승이여. 내 너를 어찌 해야 할꼬.</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3.</p> <p> </p> <p> </p> <p>일을 나가지 않는 날에는 골방에 누워 먼지낀 방충망 너머로 높은 가을하늘을</p> <p>자주본다. 거기에는 새소리와 아직 계절분간도 못하고 간혹 울어제끼는 여름벌레들의 소리가 사은품으로</p> <p>들어있다. 가을이라 쌀쌀하고, 옷깃을 여미는 사부작 사부작 소리들도 들려온다.</p> <p>나는 그것들을 값을 제대로 지불하지도 않은 채 가만히 누워 듣는다.</p> <p> </p> <p>오늘 방이 아주 더럽다는걸 느꼈다. 그래서 청소기도 돌리고 바닥도 마포걸레로 닦았다.</p> <p>그리고 또 거기에 누웠다. 간만에 깨끗해진 방에 누워있으니 잠이 아주 잘 왔다.</p> <p>여전히 먼지낀 방충망 너머의 희미한 가을하늘은 나의 가슴에 높은 산처럼 멀어보였다.</p> <p>저 가을의 끝자락 하늘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p> <p> </p> <p>모든 생각이 정리되고 난 후에 나는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갔다.</p> <p>담뱃불을 붙인 채 빨지도 않고 가만히 물다가 들어왔다. 새소리와 풀벌레소리 그리고 왁자지껄한</p> <p>내가 모르는 사람소리들이 여전히 들렸다가 멀리로 사라지길 반복했다.</p> <p> </p> <p>음.</p> <p>나는 외로운걸까. 아니면 힘든걸까.</p> <p>이젠 그런것도 잘 모르겠다.</p> <p>첫번째 파트를 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맨정신이였다.</p> <p>그런데 한잔 두잔 마시면은 마음한구석 피어오르는 요상한 기분때문에 이 문단을 쓸 때 쯤에</p> <p>나는 지금 술에 취해있다.</p> <p>아 그래서 글이 그렇게 중구난방이구나.</p> <p> </p> <p> </p> <p> </p> <p>허허 실실 웃으며 잠이나 자고 싶은 날들이여.</p> <p>넌 대체 언제 철이 들거냐.</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