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헤진다.
오래된 옷이 헤지듯 계절도 그렇게 헤진다.
짱짱하던 새옷의 또는 계절의 어색하지만
설레였던 여밈은 사라졌다.
나에게 남은건 어떤식으로 헤진 나만의 옷. 계절.
새옷의 불편함과 동시의 설렘. 그것들은.
근거없는 기쁨과 아픔은 그럭저럭 대체가능한
앎과 희끄무리한 모름으로 채워졌고 또한 편해졌다.
새벽나절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톺아본
내 그간생을 정리하기도 전에 나는 아주 또 낯선 소리를
듣는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분명 이번 여름은 아주 이상했다. 비는 내리고 하늘은
검고 그렇게 쏟아지며 모든걸 집어삼킬것만 같은 그 빗소리에
질세라 어쨌든 여름이니 나는 울어주마. 매미소리가 빗소리에
지지않고 울어대던 그 여름이 괴상하게 영원할것 같았는데
나는 오는길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들었다.
영원히 오지 않을것만 같았던 가을이 왔구나.
세상의 이치란 놀라울만큼 순종적이여라.
내 기분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올 것은 어떻게든 오기마련이구나.
헤진 계절 가운데 이치란 세상을 움직이는 명료하고 간단한
또한 강단있는 것들의 집합체.
놀란다. 자연이란 계절이란 내게 익숙한 헤지고 편한
옷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어떤 가감도 없, 나완 상관없이
이치에 맞게 헤지고 언젠가 사라질 것들이라니.
놀란다. 놀랐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이 시간 이후로 또 놀랄것인가 그러지
않으면 오늘 이날처럼 순응하고 깨달을것인가.
나는 가만히 앉아 담배를 피우며 계절에게 내 인생에 묻는다.
기약없는 답장을 기다리며.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거냐고.
언제까지 여기 나와 함께 머물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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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08/19 03:58:58 110.70.***.110 풀뜯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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