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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48671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15
    조회수 : 2835
    IP : 125.177.***.105
    댓글 : 25개
    등록시간 : 2020/01/26 09:33:55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48671 모바일
    고등학교 동창과 이인제와 노래.ssUL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1.</div> <div> </div> <div> </div> <div>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친구가 없다.</div> <div>원인은 빌어먹을 성격과 오랜시간 지방생활로 인한 연락의 부재다.</div> <div>2년 전 돌아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 황량한 인간관계를 마주하니</div> <div>내가 평소에 사람을 마주치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div> <div>다시 한번 깨달았다.</div> <div> </div> <div>부질없을 뿐, 분명히 내 잘못이지만.</div> <div> </div> <div>며칠전에 내가 정말 싫어하던 고등학교 동창과 연락이 닿았다.</div> <div>그런데 간만에 대화를 해보니 이친구와 대화하는게 참 즐거웠다.</div> <div>그친구는 그랬다. 남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좀 황당한 이야기에도 대충</div> <div>맞장구를 쳐도 "야 그게 뭔 개소리래" 하면서 할 말 다하고 다니던 놈.</div> <div> </div> <div>어쩌면 저렇게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을까. 너 그러다가 어디가서</div> <div>굶어죽진 않아도 맞아죽는다고 그렇게 싸우다 연락이 끊어진 친구였는데</div> <div>한참 대화하다 보니 오히려 그것이 편했다. 영혼없는 감정소모만 하던 사람들과는</div> <div>달랐다.</div> <div> </div> <div> </div> <div>"딸이 둘이냐. 참 다행이다. 예쁜게 너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어서."</div> <div> </div> <div>"새해 덕담 졸라 고맙네. 너도 꼭 결혼하면 너 안닮은 자식 낳아라."</div> <div> </div> <div>"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하자. 난 결혼을 못하니까 자식 낳을 일도 없어."</div> <div> </div> <div>"근데 너 그 말 되게 이상한거야. 못하는건 니 혼자 생각이지 니가 맘먹지도 않고</div> <div>그렇게 말하는건 그거 니 스스로를 그 수준으로만 보는거 아니냐?"</div> <div> </div> <div> </div> <div>꼭 결혼할거다 라는 의미없는 이야기만 하는 것 보다는 훨씬 편했다.</div> <div>스스로를 생각하는 시간도 좀 가지게 된 것 같고.</div> <div> </div> <div> </div> <div>"어디가서 한잔 더 할까."</div> <div> </div> <div>"나 옛날부터 술 안먹는거 알면서 그러냐. 말 다 끝났으면 일어나자."</div> <div> </div> <div>"어. 빨리 집에 가라."</div> <div> </div> <div> </div> <div>근 6년만에 만난 우리는 그렇게 짧은 밥자리를 뒤로 하고 헤어졌다.</div> <div>나는 아주 차분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친구는 필요할때만 나에게 연락을 했고</div> <div>나도 그 친구에게 필요할때만 연락을 한다. 필요할때만 연락하는게 뭐가</div> <div>나쁘다는건지 이시점에서 난 잘 모르겠다. 이렇게 편한걸.</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생각해보면 그랬다.</div> <div>할머니 장례식때 친구라고 했던 이들은 핑계를 들어 아무도 오지 않았다.</div> <div>그런데 그놈은 와서 저녁을 먹고, 차를 가지고 왔지만 소주를 한 병 마시고 대리를 불러</div> <div>집에 갔다. 그런데 얘가 술을 못마시는 놈 아니였던가?</div> <div> </div> <div> </div> <div>"그때 할머니 장례식때 너만 왔었어."</div> <div> </div> <div>"어. 아무도 안왔지. 야 애들 뭐 다 부질없어."</div> <div> </div> <div>"그때 와줘서 고마웠지 난."</div> <div> </div> <div>"6년도 더 지난 일인데 지금 이야기해서 뭐하냐?"</div> <div> </div> <div>"그냥 고마웠다고."</div> <div> </div> <div>"가는게 당연한거지. 너 할머니 좋아했다며. 원래 좋은일은 안가도</div> <div>나쁜일은 챙겨야돼. 그래야 너도 나중에 나 나쁜일 생겼을때 올거아냐."</div> <div> </div> <div> </div> <div>머릿속을 알 수가 없는 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시간 지나서야</div> <div>이놈이랑 만나게 됐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div> <div> </div> <div> </div> <div>이놈과 대화를 하면 우주, 세계평화, 인류애적 관점에서 본 인도주의 같은 건 </div> <div>아무 의미없는 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띄워주는 이야기나</div> <div>추억이야기 같은걸 하지 않고도 끊기지 않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div> <div> </div> <div>감정을 내려놓고 대화만 했던 그날은 속도 편하고 마음도 편했다.</div> <div> </div> <div>예전엔 난 그것이 싸가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div> <div>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되길 바랬다.</div> <div>(바랐다가 표준어다. 출처 국립국어원/ 그걸로는 영 느낌이 살지를 않아서. 이게 개그포인트임.)</div> <div>난 감정을 앞세워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오랜 시절을 겪었다.</div> <div> </div> <div> </div> <div>버스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담배 하나를 꺼냈다.</div> <div>이제 또 오늘을 날려보내고 내일을 살아야지. 그가 그랬던 것 처럼 단촐한 감정과</div> <div>넘쳐나는 삶의 의욕을 가지고 살아야지.</div> <div>간만에 아주 기분좋은 담배 어 ㅆ발 이거 담배 밧데리 왜없어. 이 디지털담배새끼.</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에필로그)</div> <div> </div> <div>다음날 그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div> <div> </div> <div>"오늘 내 생일인데 왜 축하한다고 말 안해줬냐?"</div> <div> </div> <div>"몰랐다. 미안하다. 내년엔 좋은 선물 준비해줄게. 생일축하한다."</div> <div> </div> <div>"그래 고맙다. 그런데 아직 오늘 하루 많이 남았으니까 잘 생각해봐라."</div> <div> </div> <div>"아니 생각 안할래. 처가 잘 다녀와라."</div> <div> </div> <div>"어 담에보자."</div> <div> </div> <div> </div> <div>진짜 몰랐다. 미안하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 </div> <div>명절이라 장을 좀 봐 왔는데 아버지가 저녁때 또 장을 봐 왔다.</div> <div>목록을 보니 내가 안산 것만 잔뜩 있었다. 겹치는건</div> <div>참기름 한병과 들깨가루 고사리였다. 우리집은 제사도 안지내는데</div> <div>뭔 음식들을 그렇게 한다고 부산을 떠는지. 그래도 명절에만 먹을 수</div> <div>있는 음식이란게 있으니까 이럴때라도 기분내보는거다. 생각하면</div> <div>제사 안지낸다고 투덜거릴 필요까지 있나 싶기도 한다.</div> <div> </div> <div>아버지가 사온것 중 유독 눈에 띄는건 참치 식용유 선물세트였다.</div> <div>누굴 줄거라고 샀냐고 하면, 당연히 경비아저씨일 것이다.</div> <div> </div> <div>"노동자 너 이거 내일 아침에 경비아저씨한테 가서 드려라."</div> <div> </div> <div>라고 말하기에 나는 짐짓 기분나쁜 표정으로</div> <div> </div> <div>"저 그아저씨 별로 안좋아하는데요."</div> <div> </div> <div>말인즉 그 경비아저씨와는 주차문제로 악연이 되었기 때문이다.</div> <div>아버지 차는 지하 주차장에, 내 차는 지상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는데</div> <div>차를 산지 얼마 안돼서 아파트에 신고를 해 놓고 등록증이 나올때까지</div> <div>반나절 정도 걸렸는데 그 사이에 와서 주민외 차량이라고 딱지를 붙이려는걸</div> <div>가지고 실랑이를 벌였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관리사무소가 개입을 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div> <div>그 아저씨와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div> <div> </div> <div>다음날 나는 선물세트를 가지고 내려가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다.</div> <div>대체 이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굳이 내가 갖다줘야 하는</div> <div>이유가 있는걸까? 그냥 경비실 앞에 무심하게 두고 올까. 하긴, 오늘같은</div> <div>명절에도 와서 힘들게 일하는데 굳이 어두운 낮으로 갔다줄 이유는 없는데.</div> <div>애초에 선물세트가 없었으면 이런 일 없는거 아니야? 불편하네 정말.</div> <div> </div> <div>그리고 이인제 닮았잖아? 난 이인제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휴.</div> <div> </div> <div> </div> <div>그런저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다다르고야 말았고</div> <div>나는 망설일 새도 없이 경비실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안녕하세요. ---호 사는 주민입니다. 이거 별건 아닌데 올해도</div> <div>잘 부탁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해드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div> <div> </div> <div> </div> <div>따로 멘트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입에서 술술 나오는걸 보니 나는 사업</div> <div>안했으면 결국 사기꾼이 되었을거라고 느낀 순간이였다.</div> <div> </div> <div> </div> <div>지금껏 날 대하며 본적 없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div> <div>받으세요 라고 말하는 경비아저씨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이인제라고 생각해서 미안해요. 오늘부터 피닉제 하세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뭐 왜.</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3.</div> <div> </div> <div>과거 긱스라는 그룹이 있었다. 최근에 나온 듀오 긱스 말고, 2000년대 초반에</div> <div>이적이 결성한 긱스라는 그룹.</div> <div> </div> <div> </div> <div>늙은 딜러에게 묻다. 라는 노래가 있다. 긱스라는 그룹은 중학교때부터</div> <div>패닉의 광팬이였던 내가 이적의 모든 노래를 찾다가 알게 된 그룹이다.</div> <div> </div> <div>자유롭게 사는게 좋다고 생각했던 시절에는 밝거나 희망적인 곡들만</div> <div>자주 들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가고 오고를 반복하다보니 가는게 슬쩍</div> <div>아쉽다고 생각되는 마음이 고개를 들고 나니 듣지 않았던 노래에 관심이 동한다.</div> <div> </div> <div>영화를 보거나 만화를 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 음악을 들으며</div> <div>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술을 마시면, 난 꼭 이 노래를 듣곤 한다.</div> <div> </div> <div>생이 도박같은 선택의 연속이다.</div> <div>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지난 선택과 도박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순간을 후회하고</div> <div>내 패를 너무 많이 상대방에게 보여준건 아닌지 너무 감췄던건 아닌지</div> <div>그런 웃긴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니</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지금이라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군대를 다시 가던 어쩌던 만번이라도 되돌려보겠다고</div> <div>다짐하지만 되돌아 간 선택을 어떻게 바꿀건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기에 나는 또 마음의</div> <div>입을 닫는다. 그리고 계속 노래를 듣는다.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수십년 뒤의 늙은 딜러는 살아온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줄지. </div> <div>딜러는 나인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마지막으로 '늙은 딜러에게 묻다' 가사를 올리며 글을 마친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em>난 아직 어려 또 어리석어 희박한 확률에 도취되어<br>마지막 패도 보지 못한 채 손안의 모두를 걸었다오<br>나의 바람대로 일지 혹은 아닐지 지루한 시간은 영영 멈춰 버린 듯<br>내 선택과 운명 사이로 비틀거리던 그 미래란 허약한 놈은 떨고 있소<br>그대 말하오 내 욕심 마저 저주받은 존재의 종양인 건지<br>내게 말하오 마지막 판결 손에 쥔 건 그대요<br>이제 내기를 끝내오</em></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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