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잠에서 깨어 일어나보니, 목이 아프고 코가 막혔다.</div> <div>코를 두 번 풀고 나서야 감기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전날 잠들기 전에</div> <div>조금 덥다고 창문을 살짝 열어놓은 것을 후회했다.</div> <div> </div> <div>어느날 삶에서 깨어 주변을 둘러보니 마음이 아프고 속이 답답했다.</div> <div>방구석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나서야 그게 우울이라는 것을 알았다.</div> <div>나는 오래 혼자 있고, 그게 괜찮다고 말하던 시절들을 후회했다.</div> <div> </div> <div> </div> <div>감기와 우울의 공통점은, 짧지만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에</div> <div>사로잡힌다는 것이다. 몸관리 잘해야지. 앞으로 즐겁게 살아야지.</div> <div>아프고 우울할 때 그딴 생각 해봐야 원래대로 돌아오면 그따위 다짐들은</div> <div>까맣게 잊어버린다는것도.</div> <div> </div> <div>언젠가 일요일 늦은 오전, 인터넷을 끄적이다 잠깐 창문을 열었는데</div> <div>시퍼런 겨울을 품은 청명한 하늘이 나를 반겼다. 까치소리와 겨울냄새</div> <div>뭐 그런거. 나는 모니터로 인터넷과 게임화면을 바라보다 때때로, 일부러</div> <div>창문쪽을 바라보며 겨울하늘 냄새를 맡았다. 그날은 기분이 좋았다.</div> <div> </div> <div>그렇게 간단히 치유되는 우울인데도 나는 혼자 때로 새벽에 우울함에 견딜</div> <div>수가 없이 마포대교로 달려가고 싶다.</div> <div>저 멀리 내것은 한개도 없다만 아름다운 야경과 내가 살아온 시절은 아니되,</div> <div>고대로부터 끝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금 기분이 나아질</div> <div>것 같다. 때때로 피어오르는 그 다짐은 내 안의 우울과 함께 사라진다.</div> <div> </div> <div> </div> <div><em>누군가에게 삶이 이러하다. 너는 그러지 마라. 그런건 안된다. 이건 된다.</em></div> <div><em>내가 이만큼 살아왔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이는 아니다. 그런 마음이</em></div> <div><em>고개를 들 때 동시에 고개를 드는 것은 내 안의 다른 무언가. 그 무언가가</em></div> <div><em>말하길</em></div> <div><em></em> </div> <div><em>'나이는 고사하고 제대로 살아 본 적도 없으면서 뭘?'</em></div> <div><em></em> </div> <div><em>딱히 틀린 말도 없기에 수긍하고 곧 입을 다문다.</em></div> <div> </div> <div><em>아무튼 나는 남의 삶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싶지도 않고 그걸 알 권리도 없다.</em></div> <div><em>허나 적어도 내가 살던 삶이 어땠는지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있는지 정도 말하는건</em></div> <div><em>크게 문제될 건 없으니까.</em></div> <div><em></em> </div> <div><em></em> </div> <div>한 때 사랑과 사람이 삶을 지배했던 적이 있었다.</div> <div>그러던 시절에 기댄 것은 오롯이 사람이였다. 그래서 누군가의 손과 마음을 잡는 것에</div> <div>대해 거부감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렇게 하지 않는다.</div> <div>그들이 나를 배신했다거나, 뒤통수를 맞았다거나 하는 통속적인 이유들은 아니다.</div> <div>그냥 좀 뭐랄까. 계절이 순환하듯 나는 모든 인간관계가 순환하고 결국에는 같은 끝을</div> <div>맞이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순종적인 들판을 가지고 살았다.</div> <div> </div> <div>그런데 사람은 특정지어 관계되더라도 언젠가는 처음의 색이 바래지고 물이 빠지고 햇빛에</div> <div>도화지가 삭아버리고 처음 봤던 그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에 이르러 버린다.</div> <div>순환같은건 없다.</div> <div> </div> <div>죽고못살 것 처럼 했던 관계들도 결국은 데면해지고 남보다도 못한사이가 되고야 만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내가 저 사람을 알긴 하는데... 어.. 그 옛날에 친했지. 옛날에."</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준 적도 받은 적도 딱히 없는데 그냥 옅어진 것 뿐인데.</div> <div> </div> <div>그런 이유 때문에, 이제 더이상 사랑이나 사람은 나의 삶을 지배하지 않는다.</div> <div>그러면 좀 더 편할거라 생각했는데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사랑과 삶이 빠지고</div> <div>그 안을 채운 것은 고름과도 같은 우울과 만성피로다.</div> <div>부정적으로 묘사하기는 했으나 고름이야 짜내면 그만이니까 적어도 이거 빼면 뒤집니다</div> <div>라는 말은 듣지 않으니까. 지금이 좀 더 낫긴 하다. 편한건 모르겠고.</div> <div> </div> <div>차오르면 빼고, 또 차오르면 빼면 된다.</div> <div> </div> <div>편한건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속이 좁다.</div> <div>내가 호언할 정도로 속이 좁다. 우리엄마도 그런걸 보면 속좁은것도 유전이다.</div> <div>우리 아버지도 속이 좁다. 그래서 잘 삐친다. 진짜 유전자 대단하네. 좋은점 다빼고</div> <div>속좁은것만 이렇게 쏙 집어서 닮냐.</div> <div> </div> <div>아버지의 잘생긴편인 얼굴과 어머니의 차분함은 동생이 다 가져갔다. 거기에 어느</div> <div>조상대에서부터 내려왔는지는 모르겠는 키까지 다 가져갔다.</div> <div> </div> <div>난 그냥 작고 속이 좁다. 최근엔 탈모까지 오기 시작한 것 같다 젠장!</div> <div> </div> <div>아무튼 결혼운도 동생이 다 가져갔으니 나에게 남은건 없다. 거 참!</div> <div> </div> <div>그래서 휴일에 방구석에 앉아 프라모델을 조립하거나 뭐 철지난 영화나 예능같은거</div> <div>아니면 이시국에 애니메이션 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div> <div>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항상 가지고 있다.</div> <div>그래서 뭘 실천하고 있냐면.</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일하잖아 일.</div> <div> </div> <div>적어도 그딴것들 내 돈으로 하니까. 난 죄인은 아니야. 그냥 우주방어급으로</div> <div>내가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것 뿐이야. 그리고 즐거우니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오늘은 참 할말이 많은데 담아내지 못했다.</div> <div>할말은 차고 넘치는데 바다가 너무 넓어 내가 잡은 이 키보드와 펜이</div> <div>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도 몰라 언제나 표류한다.</div> <div>오늘만 할말이 많은데 담아내지 못한 것 처럼 결말지은 것 뿐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