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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830176
    작성자 : 으컁킁컁
    추천 : 14
    조회수 : 3657
    IP : 14.5.***.98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9/08/30 00:37:34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30176 모바일
    소나기처럼 찾아온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온몸으로 비를 맞은 상태로 힘겹게 현관문을 열었다

    비에 젖어 벗겨지지도 않는 양말을 벗기도 전에

    술에 취했다는것이 무색하게 변기통으로 달려갔다

    갑자기 지나간 소나기를 피하려 뛰었던 것이

    주량을 뛰어넘은 위장에 부담이었으리라

    한참을 토악질을 하다 힘이 다해 변기에 팔을 걸치고 주저 앉았다


    '주임님은 왜 여자친구 안사겨요?'


    멍한 정신에 낮에 그녀와 나눴던 말들이 떠오른다



    일손이 부족했던 회사에 그녀는 갑작스레 신입으로 찾아왔다

    새로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그녀는 당돌했다

    씩씩하고 당차고 예의 바른 그녀였다

    처음엔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 나눴으나 점점 말이 트였다

    대화를 하다보니 그녀가 어딜가나 주목 받는 이유가 있었다

    상당히 외향적인 그녀는 나와는 정 반대 였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대화법을 알고 얼굴은 항상 밝았다

    어딜가든 누구를 만나든 가뭄에 내리는 소나기 처럼

    사람들은 웃음에 젖어 들었다

    우리 부서에 온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그녀와 대화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허나 딱히 관심이 없었다

    많은 이 오유 유저들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이쁘고 활기찬 그녀와 어둡고 칙칙한 내가 

    좋은 일로 엮이는 그런 상상 조차 포기한지 오래다

    그래서 더욱 허물 없이 그녀를 대했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도 그런 나의 태도가 거부감이 안들었는지 

    서슴없이 나에게 나가와 이야기를 했다

    업무 이야기부터 시시콜콜한 농담까지

    초등학생 시절 수업 몰래 짝꿍과 이야기 하는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문득 물었다

    남자친구 선물이 뭐가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역시...'


    기대하지 않기로 한 내가 잠시나마 기특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가서 일이나 해"

    "아니이이 그러지 말고 좀 골라줘요~ 지갑이 좋을까요 가방이 좋을까요?"

    "아 몰라 몰라 난 그런거 안끼어들꺼야"

    "아 왜요!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찾아온건데!"

    "너 내가 골라준거 사줬다가 잘 안되면 어쩔꺼야 나만 나쁜놈 되잖아"

    "아... 그래도오오오!"

    "그래도오~! 는 무슨 가서 일이나 해!"


    대화를 피하려 바로 탕비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따라들어온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주임님도 여자친구 있으실꺼 아니에요 선물 받은거 없어요?"

    "그런거 없어 안키워"

    "아 진짜 웃겨 ㅋㅋㅋㅋ 뭘 키워요 ㅋㅋㅋㅋㅋ"

    "됐고 얼른 나가라 좀 있다 회의 한다"

    "주임님 모쏠은 아니잖아요 다 알고 있거든요"

    "허 참 나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대"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럼 여자친구 지금은 진짜 없어요?"

    "있었 었 었 었 었 었는데 지금은 없다 왜!"


    그냥 생각없이 내뱉은 말인데 그녀는 깔깔 웃으며 의자에 주저 앉는다

    쓴웃음을 삼키며 자판기에 돈을 넣었다

    망할 천원짜리가 구겨져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아 주임님 완전 웃곀ㅋㅋㅋㅋㅋ 아 배아파 ㅋㅋㅋㅋㅋ"


    왠지 웃음거리가 된것 같아 기분이 착잡하다

    마음을 다잡고 천원을 곱게 펴서 다시 집어넣으려는 순간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주임님은 왜 여자친구 안사겨요?"


    자판기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나는 흐려진 눈 앞에 들어온 빨간 버튼을 아무거나 눌렀다


    "연애 혼자 하냐?"


    음료도 꺼내지 않고 나는 그냥 돌아서 나갔다

    뒤에서 그녀가 음료수 가져가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지만

    멍한 정신이 돌아온건 혼자서 연거푸 마신 술을 다 토하고 나서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

    몸도 마음도 소나기를 맞았다

    그녀에게 감정이 있던걸까

    그건 아닌것 같다

    그런데 그 한마디에 왜이리 흔들리는 걸까

    채 아물지도 않은 상처에 소나기를 맞아서 그런걸까

    따갑고 쓰라리다

    조금은 슬픈것 같다

    으컁킁컁의 꼬릿말입니다
    Adieu, ché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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