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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471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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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humordata_1825152
    작성자 : 나눔계 (가입일자:2015-09-05 방문횟수:471)
    추천 : 26
    조회수 : 2105
    IP : 121.164.***.134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9/07/23 04:10:54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25152 모바일
    (편갤문학) 왼손
    옵션
    • 창작글
    https://youtu.be/PUKteVgeKBc

    중학생 때의 음악 선생님은 이야기하는걸 참 좋아했다.
    주로 음악에 관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오늘은 파울 비트겐슈타인 이라는 피아니스트에 대해 이야기할까 해요.
    혹시 그 얘기 들어본적 있나요?'

    '아니요-'

    '만약 인간의 손가락이 10개가 아닌, 12개였다면 인류는 12진법을 기본으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
    선생님의 말이 끝나고 모두들 술렁였다.
    이제 막 근의공식을 외우기 시작했던 우리의 수학적 지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난해한 질문이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였지만 1차대전에 참가해 오른팔을 잃었어요.
    하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고 친했던 작곡가 라벨에게 왼손만을 쓰는 피아니스트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해달라 부탁했지요.'
    그 말이 끝나고 선생님은 피아노에 앉아 한 곡을 연주했다.
    오로지 왼손만으로 연주한 곡이었다.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탓일까.
    선생님이 연주한 그 곡은 그저 평범한 피아노 곡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굉장히 단순한 연주법으로 간단명료하게 전달되는 젓가락 행진곡이 있지 않은가?

    한 손이 없다는 장애를 극복한 사람에 대한 경이로움과 존경심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됐을 때의 일이다.
    그 날은 게임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수업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난 골드에 올라가야했다.
    나름대로 라이벌이었던 친구놈이 나보다 먼저 골드 승급을 하고와서  '와 이게 실버야 사람새끼야.' 라는 조롱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피씨방으로 달려가 화장실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골라 앉아 로그인을 하고 게임의 매칭을 돌렸다.
    제발 팀운이 좋기를 강하게 기도하고 있을 때 옆자리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그리고 나는 말을 잃었다.
    그는 한 손으로 롤을 하고 있었다.
    마우스를 왼쪽으로 옮겨놓고는 왼손 새끼손가락과 약지손가락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있었고 중지손가락으로 숫자 1번을 연타하고있었는데 아마 마우스 우클릭의 이동버튼을 숫자1로 바꿔놓은듯 했다.
    그리고 나머지 검지와 엄지를이용해 q,w,e,r 등의 스킬을 사용하고있었다.
    피즈를상대로 미니언 사이를 현란하게 움직이며 무빙하는 그의 야스오는 본능적으로 나보다 랭크가 높다는 직감이 느껴졌다.
    나는 돌리던 매칭을 취소하고는 그의 닉네임을 힐끔 홈쳐보며 op.gg에 그의 닉네임을 검색했었다.

    골드 2티어.

    역시 나보다 랭크가 높았다.
    이때 나는 경이로움과 존경심이 들었다.
    그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한 손으로 롤을 하며 골드에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는 나를 몰랐겠지만, 나는 이 때 그의 닉네임을 기억하고는 계속해서 그의 전적을 검색하곤 했다.
    골드에서 플래티넘으로, 플래티넘에서 다이아로 서서히 높아지던 그의 랭크는 2019년 현재 그는 다이아4티어로 얼마전 유튜브를 시작했다.
    다이아4가 그의 벽이 아니면 좋을텐데.

    왼손의 이야기는 편의점으로 이어진다.
    새벽 세 시경 손님의 발걸음이 끊겨 출출한 배를 채우고있을 즈음이었다.
    유튜브를 보며 폐기난 주먹밥과 컵라면을 먹고있을 때에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들렸다.
    꼭 이러더라.
    손님이 없으니 슬슬 청소 시작해야겠다.
    손님이 없으니 슬슬 밥이나 먹어야겠다.
    이런 말 자체를 입에 담으면 안되는데.

    중년의 남성은 신라면 작은컵 하나를 들고 왔는데 오른손에는 주먹밥의 기름이 뭍어있어서 오른손을 쓰지 않고 왼 손만으로 바코드기를 들어 계산해드렸다.
    그러자 그는 "혹시 선생님도 손이 불편하신가요?" 하고 물었다.
    아 그렇게 비춰졌을까.
    나는 "아, 아니에요. 오른손에 뭐가 뭍어서요." 라고 말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치챘다.
    손님이 선생님'도' 라고 말한 이유를.
    그에게는 오른팔이 없었다.

    식사를 끝마치고 다 먹은 라면국물을 버리기 위해 테이블로 다가갔다.
    테이블 구석자리에 앉아 라면을 먹고있는 그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갔는데, 테이블 위에는 택시 호출을 알리는 어플이 켜져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어색한 마음에 시선을 돌리자 그는 멋쩍게 웃으며
    "이런 새벽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라고 말을 걸어왔다.
    나는 최대한 좋은 인상으로 남고자 미소지으며
    "그저 정승처럼 서있을 뿐인데요 뭐." 라고 답했다.
    그는 호호 불어 라면국물을 살짝 마시더니
    "뭔가 준비하시는 모양이죠?"
    라고 말을 이었다.
    흠칫 놀랐다.
    택시기사의 직감은 무섭구나.
    그의 말대로 나는 웹소설 연재를 준비하고있었다.
    아니, 솔직해지겠다.
    웹소설 연재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백수생활을 이어나가는것이 눈치보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내 아들 생각이 나서 그래요."
    그는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미소만으로 그가 얼마나 자상한 아버지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웹툰 준비하겠다고 막 그림그리고 그러는데, 어찌나 열심히하는지... 그러면서 저한테 손 안벌리겠다고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더라구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댁의 아드님처럼 열심히사는 인간이 아니에요.

    "왠지모르게 아들의 얼굴이 보여요."
    나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택시기사님의 직감은 무섭네요."
    그러자 그는 당황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직감도 무서운데요."
    하고 말했다.

    나도모르게 육성으로 웃음이 터져나왔고 그도 웃긴지 껄껄대며 웃었다.

    그는 라면국물을 남기지않고 다 마시고는 냉장고에서 이프로를 두 병 들고 계산대에 와서 "던힐 라이트 한 갑 주세요." 라고 말했다.
    밝게 웃으며
    "육 천 오 백원 계산해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내게
    이프로 한 병을 건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나.
    편돌이의 바램을 참 잘 알고있는 그였다.

    나는 고개숙여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왼손으로 담배를 들고는 앞니로 포장을 뜯고나서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이프로를 허벅지 사이에 끼고 왼손으로 뚜껑을 열었다.
    부자연스러운 동작이었지만 능숙하고 신속했다.

    내 시선을 눈치챈 그는
    "조금 보기 추하죠.?"
    하고 말했다.

    나는
    "아니에요. 저도모르게 그동안의 노고를 지켜본 느낌이 나서 감탄하고 있었어요." 라고 솔직한 감상을 전했다.
    그는 부끄러운듯이 웃으며 고개숙여 인사했다.

    그는 문 밖에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고, 다시 찾아올 고독이 두려웠던 나는 담배를 꺼내 따라나갔다.

    관상학은 정말 믿을만한 정론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몹시도 온화한 인상과 정중한 그의 화법은 마치 어린이집 원장님을 연상케했다.
    저런 원장님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라면 아무리 블랙 컨슈머 기질이 심한 학부모라도 내 아이를 믿고 맡기리라.

    반팔 아래로 팔꿈치 직전까지만 나있는 그의 오른팔은, 그가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아왔는지 어렴풋이 짐작케했다.

    담배가 반쯤 탔을때 그는 입을 열었다.
    "팔이 절단됐을땐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았어요."
    씁쓸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도 미소를 잃지 않다니,
    어떤 인간이기에.

    "그래도 받아주는데가 있더라구요."
    택시 회사 이야기라고 받아들였다.
    그러고보니 택시기사를 모집하는 현수막에서 '여성, 장애인 우대' 라는 글을 봤었지.

    "너무 대단하셔서... 제 자신이 너무도 작게 느껴져요."
    그가 신체적 장애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보다는
    그가 이 얘기를 웃으며 할 수 있다는 게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 사람처럼 되고싶다.
    아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래로 손님을 닮고싶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리라.

    부끄러운듯 손사레치는 그에게 나는 다시한 번
    "빈말이 아니에요. 정말 너무 대단하세요."
    라고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의 웃음기는 어느새 잦아들어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서둘러 담배불을 끄더니 편의점을 떠났다.
    택시기사님이니 자주 오시겠지 싶었지만 그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 선 넘는 말을 한 걸까.

    찾아오지 않는 그의 안부가 궁금했다.
    편의점 인근엔 택시회사가 있었는데 새벽 네 시가 되면 택시 교대시간으로 택시기사님들이 종종 오곤 했다.

    교대시간이 되면 택시기사 네 분이 와서 비엔나와 소주를 먹으며 하루의 고단함을 배설하곤 했는데, 자주 보던 사이라 안면이 있었다.
    야외테이블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혹시 택시기사 분 중에 한 팔이 없는 분 있지 않나요?"

    그러자 그들은

    "아, 진석이 그친구?"
    라고 말했다.

    "그 친구도 참 안됐어."
    네 분중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혹은 선배로 보이는) 사람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나는 조용히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며칠 전에 관뒀어."
    그는 종이컵에 1/4쯤 따라져있는 소주를 들이키며 말했다.

    "자네는 카카오택시 알지?"

    "네. 쓰진 않지만."
    택시기사님에겐 자칫 민감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어 사족을 덧붙였다.

    "카카오택시는 경고제라는게 있거든.
    호출을 받으면 제한시간안에 가야되는데 시간이 늦으면 정지를 당해."

    "예?"
    모르는 얘기였다.

    "그니까, 카카오택시는 호출 받고나서 제한시간안에 가야돼."

    "가지 않으면...?"
    나는 조심스레 되물었다.

    "카카오택시 호출을 못 받게 돼."
    맙소사.

    "처음엔 하루, 또 그러면 사흘, 또 그러면 일 주일 이렇게 늘어나다가 나중되면 한달까지 정지 돼."
    그런 시스템이었단 말인가.
    모르고 있었다.

    "이게 별 거 아닌것같지만, 젊은이들이 워낙 많이써야말이지..."
    제일 선배로 보이던 분이 씁쓸한표정으로 침묵하자 옆자리에 앉은 분이 말을 이었다.

    "좌우지간 그런거야. 이게 하루라도 이용정지당하면 그날 장사는 꽝이거든."
    우리가 그저 호출을 넣고 언제오나 기다릴 때, 그들은 생존권을 잃지 않도록 엑셀을 필사적으로 밟았으리라.

    "호출이 오면 한 손으로 호출받기를 눌러야되는데, 그 친구는 한 손이 없었으니..."
    아...
    얼핏 기억이 난다.
    택시를 탈 때면 네비게이션 밑 거치대에 핸드폰이 걸려있었고. 'n km거리에서 호출되었습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세지가 주기적으로 울리곤 했었지.

    "그 친구는 호출을 승인하려면 핸들을 손에서 놔야 됐었어."

    "그래서 호출받는게 어려움이 있었나봐. 원래 우리같은 늙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잘 다루겠나? 그 친구는 한 팔이 없었으니 더 했겠지."
    그가 빈 종이컵을 확인하고 술을 따르려고하자 나는 양 손으로 술을 따라드렸다.

    "카카오택시를 한 달이나 정지당하고도 어떻게든 돈 벌겠다고 이곳저곳 다닌 모양이지만.."
    거기서 이야기는 끝이났다.
    뒷 얘기는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괜한 걸 물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한 뒤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오른 손을 쓰지 않은 채 말이다.

    꺼내 물기까진 쉬웠는데 라이터 불을 켜는게 쉽지 않았다.
    한 손으로 바람을 가리지 못해 불이 켜지지 않아 몸을 돌려 몇 번이나 라이터의 부싯돌을 켰다.

    왼손만으로 피아노를 치는 걸 대단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중학생의 나와
    왼손만으로 롤을 하는 걸 경이롭다 생각했던 고등학생의 나와
    왼손만으로 운전하는 택시기사를 닮고싶다 생각했던 나는

    경솔했다.

    감히 나로써는 그들을 동정하지도, 판단하지도 못했을텐데.
    내가 뭐라고 그들을 판단했을까.
    유독 담배는 맛이 없었고, 아무 쓸모 없는 오른 팔은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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