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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계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5-09-05
    방문 : 467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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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humordata_1824443
    작성자 : 나눔계 (가입일자:2015-09-05 방문횟수:467)
    추천 : 18
    조회수 : 2388
    IP : 121.164.***.134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9/07/18 02:25:44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24443 모바일
    (편갤문학)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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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갤문학) 살인자

    2019년 7월 5일
    금요일 새벽이었다.

    문에 달린 종소리와 함께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들어왔다.
    20대 초반즈음일까
    에코백을 멘 채 꽃다발을 안고있는 남자와 검은머리에 풍성한 펌이 들어간 여자는 누가봐도 잘어울리는 선남선녀라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취객아닌 손님이었기에 기운이 났다.
    커플은 2+1 요거트와 깔라만시, 좋은데이 블루베리맛을 들고 왔다.
    계산하려고 눈을 마주치니 남자가 들고있던 꽃다발에 눈이 갔다.
    스타치스였다.

    문득 회상했다.
    강원도 화천의 초록나라에 같혀 억겁의 시간을 보내다 첫휴가를 나갔을때의 일이다.
    입대할적에 여자친구는 내게 카모마일을 선물하며
    '카모마일의 꽃말은 역경속의 힘이야' 라는 말을 하고는 작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 답례로 나도 첫휴가를 나가게되면 꼭 꽃을 선물해주리라 다짐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바로 보이는 꽃집에 들어갔었는데 모양이 예쁜 꽃보다 꽃말이 좋은 꽃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식물엔 식견이 없었기에 점원에게 물어봤었는데 점원은 스타치스를 추천해주었다.
    '스타치스는 시들어도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스타치스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지요.  변하지않는 모습, 변하지않는 마음.'

    그때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이야기하는 점원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났다.
    그 이야기를 커플에게도 전해주고싶었다.
    "스타치스네요."
    내 말을 들은 커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때 점원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러자 커플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었구나..."
    라고 작게 속삭였다.
    낭만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기억된다면 좋을텐데.

    그 날은 유난히도 편의점(주점)이용자가 많았다.
    호가든 5캔에 11000원 행사 때문인건지
    야외테이블은 꽉 차있었고
    주점 이용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먹고난 뒤의 쓰레기는 치우지 않았다.
    치우지않아도 되니까 다 마시지 않은 맥주캔에 담배꽁초를 버리지만 않으면 정말 좋을텐데.

    그래서 차라리  노숙자가 좋았다.
    기차역이 붙어있는 역사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이었기에 노숙자 손님이 굉장히 많았는데
    노숙자는 대체로 공손했으며 안주없이 막걸리나 소주 한병만을 사마셨다.
    그들도 먹고난 뒤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지만, 병을 깨끗이 다 비워 마시는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래서 도시락 폐기가 나오면 대부분은 그들에게 주곤 했다.

    원칙적으로 유통기한 음식을 손님에게 주면 안되지만
    (손님이 먹고나서 탈이났다는 컴플레인을 걸면 상당히 난처해진다.)
    노숙자와 편의점아르바이트생 간에는 상호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굳이 포장을 뜯어 음식물쓰레기로 버릴 귀찮음을 덜 수 있었고 착한일을 한다는 지적허영심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료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완벽한 이해관계의 일치 아닌가.
    그래서 나는 노숙자 손님을 좋아했다.

    새벽 세시가 넘어 슬슬 편의점(주점) 고객들은 수많은 맥주캔과 마른안주, 여기저기 널브러진 과자봉지들을 두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처음보는 노숙자 한 명이 테이블에 엎드려있었다.
    이마부터 정수리까지는 숯이 없었고 나머지는 6mm이하로 삭발한건지 흰머리가 마른 잔디처럼 존재감을 발하고있었다.

    그를 무시한채 서둘러 테이블을 정리했다.
    테이블정리를 빨리 하지 않으면
    나를 서빙 알바라고 생각하는 손님들이 당연하다는 듯 테이블좀 치워달라고 부탁할 게 뻔하니까.

    청소하고있는 내 기척을 눈치챈건지 노숙자는 잠에서 깼다.
    그리고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미안한데, 맥주랑 안주 하나만 갖다주면 안될까?"
    나는 재차 확인했다.
    "예?"
    그는 다시 쉬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그래, 맥주랑 안주 하나만 갖다주면 안될까?"
    그의 부탁이 이해됐다.
    요컨대 그는 계산대까지 갈 수 없으니 맥주랑 안주를 테이블까지 가져다달라는 말이리라.
    딱히 기분나쁘진 않았다.
    공손하게 부탁받은거고, 나를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는 정중함도 비춰주었다.
    그정도야 못해줄 게 뭐 있겠는가.

    그는 손님인 게 확인됐으니 양손을 모아 밝게 웃으며 말했다.
    "맥주랑 안주는 어떤걸로 드릴까요?"
    그러자 그는
    "내가 뭐가 뭔지 잘 몰라, 아무거나 가져다 줘."
    라고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꾸껴져있는 오천원짜리 지폐를 건넸다.

    머리를 굴렸다.
    그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정도로 보였다.
    가장 간단한 카스로 할까
    테라가 은근히 맛있던데 어르신들이 좋아할까
    어르신들은 대부분 카스 마시지 않나
    그렇게 카스와 테라 사이를 고민하다 테라를 골랐다.
    카스는 맛 없잖아.
    안주는 오징어채와 땅콩이 같이있는걸 골랐다.
    가격은 4950원

    훌륭한 판단이었다.
    나의 현명함에 감탄한채 술과 안주, 50원을 들고 그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안주와 술을 올려주었다.
    그는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떨리는 손으로 캔을 들었다.
    손님도 끊겼겠다 괴물같은 고독이 찾아오는게 두려워 아까 하던 테이블정리를 이어서 하던 참이었다.
    캔맥주를 부탁했던 노숙자가 말했다.
    "정말 미안한데, 부탁하나만 더 해도 될까?"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말씀하세요."
    "핸드폰좀 빌려주면 안될까?"
    아.
    이건 조금 곤란한데
    확실히 곤란하다.
    할부가 아직 일년이나 남은 v30을 분실하면 상당히 속쓰릴것같았다.
    처음으로 샀던 보급형 아닌 핸드폰인데
    "그건... 조금 곤란한데... 혹시 무슨일때문에....?"
    라고 난처한듯 말하자.
    그는
    "내가 7년간 옥살이하다가 어제 출소해서그래... 연락을 조금 해야되는데..."
    문득 머릿속에 여러 뉴스가 스쳐지나갔다
    '봉투값 달라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앙심 품어 살해'
    아.
    뭔가 생존본능이 솟아났다.
    그가 그저 공손하고 선량한 노숙자가 아니라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거라면..."
    이라고 말하고는 핸드폰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는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하고는 물어봤다.
    아.
    그렇겠지.
    7년간 사회에서 격리된 사람이었으니
    나는 "전화번호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전화 걸어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그가 부른 전화번호를 적고 전화를 걸어 핸드폰을 그에게 건넸다.
    새벽의 고요함으로인해 뚜- 뚜- 하고 울리는 착신음이 작게 들려왔다.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초조해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메세지좀 보내도 될까?"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러세요. 말씀하시면 제가 받아적어서 이 번호로 보낼게요."

    '나 기철, 의정부소에서 나왔어. 많이 변했네. 내가 부탁한것좀 보내줘 미안해.'
    '누나 지금 힘들어 부탁좀 해.'

    문자를 보냈다는걸 확인시켜주자 정말 고맙다며 고개숙였다.
    내 목숨도 핸드폰도 무사했구나.

    잦아들어든 위기감에 안심한 내 몸은 니코틴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연기를 깊게 마시고 토해내자 나를 바라보는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왼손으로 능숙하게 담배곽을  열고 그의 앞에 가져갔다.
    그는 정말 고맙다며 다시한번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양손으로 불을 붙여주었다.

    "나 한심하지?"
    그는 큰 한숨을 내쉬듯 연기를 토해내고 입을 열었다.
    눈가가 촉촉해 10초이상 눈을 마주친다면 나까지 슬픔이 전염될것같은 표정이었다.
    "글쎄요."
    진심이었다.
    한심하다 생각들지도 않았고 훌륭하다고 생각들지도 않았다.
    그냥 7년옥살이 하고 나온 공손한 사람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자네는 군대 다녀왔나?"

    "전역한지 이년 쯤 됐어요."

    "육군 중령이었어."

    "아."
    작게 탄식했다.

    "7년전에 옷벗었어."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물어본다면 그의 슬픈 표정이 한층 더 구겨질 테니까.
    7년 징역이라면 결코 가벼운 죄는 아니었겠지.
    어느정도의 죄였을까
    분명 중범죄였으리라.

    나는 범죄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름대로 착실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범죄자의 판결소식을 들으면 화가 났었다.
    강간범이라면 물리적인 거세를 하길 원했고
    살인범이라면 종신형을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막상 눈 앞에 중범죄자를 보니 신기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많은사람들에게 경례받고
    많은사람들에게 위엄있던 육군 장교가 한낱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굽신거리는 그 모습은 화보단 동정이 들었다.

    그는 죄를 지었을 것이고
    그의 죄는 대한민국 최고 지성인의 판단하에 죗값을 치뤘을 것이다.
    그의 죗값은 끝났고 지금은 복역수가 아닌 민간인이다.
    굳이 그런사람에게 화를 내야될까
    그런 생각이었다.

    "육사 64기였어. 동기들이랑 같이 육사의 자긍심있는 육사기라고 자부하곤 했었지."
    그는 몹시도 맛있게 담배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분명 금연중인 사람이 그를 본다면 강한 흡연욕에 사로잡히리라.

    "자네는 몇사단에 있었나?"

    "7사단에 있었습니다."

    "어? 내가 7사단 작정과장이었어."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단결 할 수 있습니다."
    7사단의 경례구호였다.
    부끄러운 행동이었지만 바라보면 나까지 전염될것같은 그의 슬픈 표정이 보기싫었다.
    예상대로 그는 껄껄대며 웃었다.

    몇시간동안이나 군대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세간에서 말하는 꼰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기분나쁘지않는 온화한 화법의 소유자였다.
    듣는 나도 즐거웠으며 그는
    '출소하고나서 내 이야기를 이렇게나 진솔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었어.' 라며 계속해서 감사인사를 전했다.

    며칠동안이나 그의 방문은 이어졌다.
    돈이 없어 난처해하는 그에게 나는 사비를 들여 막걸리를 드렸고, 폐기도시락을 드렸다.
    그는 거절했지만 나는 '노숙자에게 돈을 기부한것이 아니라, 이야기꾼에게 이야기값을 지불하는거니까 받아줘라. 이거 안받으시면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라고 말했다.

    그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넘어, 신분을 넘어
    서로 격식없이 웃으며 담배를 나눠피고
    하루에 몇시간동안 웃으며 이야기하는 친구 말이다.

    군대이야기를 메인으로 가정사, 꿈, 대학, 여자 등 여러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마 둘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의 죄를 제외하고는.

    오늘 찾아온 그는 오랜만에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내가 왜 옥살이를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
    궁금했다.
    "무리해서 듣고싶진 않지만 괜찮으시다면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내가 건넨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작게 말했다.

    "자네가 7년전에 몇살이었지?"
    나는 손가락을 이용해 잠깐 계산을 하고는

    "지금이 스물 세살이니까... 16살이었네요."

    "비슷한 또래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먼, 내 막내 아들이 그때 9살이었어."

    "..."

    "아들이 테레비 광고를 보더니 전동칫솔이 갖고싶다며 졸라댔어. 기특했지. 어린나이에 양치질하는게 싫었을텐데 칫솔을 사달라는게."

    "그렇겠지요."

    "내 주머니엔 오만원이 있었어. 그정도는 사줄 수 있었지. 하지만 나는 사줄 수 없었어."

    "왜죠...?"

    "연대장님의 집 세탁기가 고장났었거든."

    나는 작게 탄식했다.

    "대령진급을 앞둔 시점에서 나는 연대장님의 모든 수발을 들었어. 집사람도 같이 말이야. 위계질서란 그런거거든."

    "보증을 서주고, 수천만원의 돈도 빌려줬어. 대령진급만 가능하다면 받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연금과 전역후에 비상계획관이 될 수 있었으니 그정도는 가치있는 투자였지."

    "주머니에 있던 오만원은 연대장님의 세탁기를 수리해야됐었어. 수중에있는 돈이란 돈은 죄다 빌려줬었으니 돈이 없었지."

    "그래서 막내의 부탁을 거절했어."

    "다음날 막내는 교통사고로 죽었어."

    "학교끝나고 기특하게 혼자 집에 돌아오다, 운전병의 레토나에 치여 죽었어."

    "내탓이지."

    "내가 죽인게야."
    마음속에선 선생님의 탓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때 전동칫솔을 사줬더라면..."

    "진급에 눈이 멀어 뭐가 중요한지를 몰랐어."

    "내가 막내아이를 죽인게야."

    어느새 그는 울고있었다.

    "그렇게 정신이 나갔어."

    "어느새 손엔 칼이 쥐어져있었지."

    "연대장을 죽였어."

    "그게 내 죄라네."

    그의 말이 끝나자 고양이가 섬뜩하게 울부짖었다.
    마치 애기 울음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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