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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21204
    작성자 : 빵똥
    추천 : 22
    조회수 : 3872
    IP : 121.124.***.182
    댓글 : 44개
    등록시간 : 2019/06/25 19:55:21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21204 모바일
    [클량펌] 로또 1등 당첨 관련 개인적인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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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특이한 동기가 한 명 있었습니다.

    넉살 좋고 유쾌하고 누가봐도 쾌남으로 보이는 그런 친구였는데..

    별명이 '돗대맨' 

    꼭 담배 한 개피만 남았을 때 담배 하나만 달라고 나타난다고 해서 붙은 별명 ㅎ

    그리고 한학기 동안 제대로 시험을 치르고 학점을 받은 수업이 한 개라서 굳어진 별명이기도 했죠.

    너는 학점도 돗대로 받냐 하고 다들 놀리기도..

    결석은 물론이고 수업 도중에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그 친구가 사라진 뒤에는 한무리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나타나서 동기를 찾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 주변에서 언성을 높이며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습니다.


    한학기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IMF + 아버지 빚보증 더블 크리로 동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급한 불 끄려고 동기 이름으로까지 대출을 받아서 빚쟁이들이 학교까지 출몰했던 거였습니다.

    말죽거리에 있는 고등학교 나오고 집도 꽤 부유했었는데 그냥 한방에 쫄딱 망해서 바닥까지 떨어진..

    그렇게 2학기 초반까지 다니다가 군대를 가더군요.

    일설에는 아버지 일이 잘 풀려서 돈이 융통이 됐다는 얘기도 있고 여전히 쫓긴다는 얘기도 있고

    확실한 내용은 없이 소문만 떠돌다가 저도 군대를 가고 유학을 가고..


    세월이 흘러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건 학교가 아니라 서울 시내 한복판이었습니다.

    방학이라 잠깐 귀국해서 친구들이랑 술한잔하려고 번화가에 갔는데 그날따라 나이트 삐끼가 엄청 끈질지게 따라 붙더군요.

    상대도 안 하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하니까

    "친구 친구 나야나 돗대맨~" 이러더군요.

    흠칫해서 얼굴을 보니 진짜 그 친구더군요.

    가슴에 붙은 명찰이 '돗대맨' ㅎㅎ

    너무나 반갑고 이런 우연히 다있나 싶어서(정말로 순수하게 100% 이유는 이것뿐)

    술도 팔아주고 그동안 못다한 얘기도 해야겠다 싶어서 

    친구가 일하는 나이트로 갔습니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가까이서 보니까 얼굴이 무척 많이 상했더군요.

    그동안의 고생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얼굴만 봐도 순탄하게 살아오지는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척 하는 친구한테 그걸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본인은 제 앞에서 예전처럼 유쾌하게 떠드는데  저 혼자 심각해도 웃긴 것 같아서.

    그날은 그렇게 술을 마시고 정작 그 친구는 바빠서 얘기도 몇 마디 못하고

    그냥 연락처랑 이메일이나 주고 받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근황 얘기는 딱 하나 들었네요.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자기는 동생하고 할머니랑 같이 산다고..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른 어느날..

    제 msn메신저로 메시지가 하나 오더군요.(연식 인증 ㅠㅠ)

    카톡이고 뭐고 없던 시절이라 msn메신저로 위아더월드하던 시절이라..

    돗대맨이더군요.

    제 메일 주소를 메신저에 추가해서 저에게 대화를 건 듯 싶었습니다.

    자기 지금 pc방인데 msn 채팅으로 통화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늦은 시간이라 룸메한테 눈치 보이지만 알겠다고 하고 통화를 수락했습니다.

    술을 마셨는지 무척 횡설수설하면서 얘기를 시작하는데

    결론은 돈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냈는데 질안좋은 상대한테 걸려서 합의금 500을 요구 받고 있다고.

    그냥 딱 듣기에도 너무나도 급조한 티가 나는 이야기..

    내가 오죽하면 한국에 있지도 않은 너에게 연락을 했겠냐고 하면서 읍소를 하더군요.

    유학 가서 하도 사람한테 당하고 살아서 마음이 지쳐있던 저는 

    내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거절하고 통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가더군요.

    이 친구가 돈이 없지 거짓말을 해서 남의 등을 쳐먹거나 사기를 칠 친구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아주 친하지도 않았고 한국 잠깐 들어갔다가 우연히 다시 만난게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돈까지 빌려줄 사이인가? 

    잠깐 고민이 들었지만 다음날 여행 경비로 모으던 10만엔을 보내줬습니다.

    당시 환율로 110만원 좀 넘었겠네요.

    지금 와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에 홀려서 그냥 돈을 보내준 건지. 

    그냥 막연하게 그 친구에게 갖고 있던 믿음이라는 게 존재했던 모양입니다.

    돗대맨에게 메시지가 오더군요. 

    정말 고맙다고. 절대로 이 고마움 잊지 못할 거라고. 믿어줘서 고맙다고. 

    그후로 다른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돈을 빌려줬다는 일이 가물가물해질 만큼의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대학 동기들 모임에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돗대맨 얘기가 나오더군요.

    동기들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돈 빌려달라는 얘기를 했나 봅니다.

    다들 한마디씩 하더군요.

    생전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전화해서 무슨 피싱 사기인줄 알았다고 미쳤다고 돈을 빌려주겠냐고.

    저는 그냥 잠자코 있었습니다. 

    갑자기 자괴감 비슷한 감정이 들면서 내 믿음을 져버리고 그냥 돈 떼어먹고 달아난 돗대맨에 대한 원망이 들더군요.

    그리고 얼마후에 돗대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귀국했다는 소식 들었다고 한번 만나자고.

    솔직히 돈을 받을 생각조차 들지 않을만큼 별로 보고싶지가 않아서 거절하려고 했지만

    꼭 만나자고 만나야 한다고 하길래 만났습니다.

    구김살 없이 유쾌하던 돗대맨은 온데간데 없고 새카만 얼굴에 흡사 노숙자와 같은 몰골을 하고 나타났더군요.

    듣자하니 결국 그때 돈을 마련하지 못해서 배(!)를 탔다고 합니다.

    배타기 전에 서약서 쓰고 선수금 받은 거로 여기저기서 마련한 돈하고 합쳐서 합의금 처리하고 

    배타서 일하다가 지금은 그때 알게된 인연으로 수산물 시장쪽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냥 누가 봐도 엄청 고생하면서 살았다는 아우라가 팍팍 느껴지는 친구 앞에서

    돈 얘기는커녕 요즘 밥이나 잘 먹고 다니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습니다.

    소주를 세병쯤 나눠마셨을 때 갑자기 품에서 봉투를 꺼내더군요.

    그리고 좀 망설이는듯 하더니 친구가 입을 열었습니다.


    돈이 생기면 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났어.

    빨리 너한테 돈을 갚아야지.

    그러다가도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너는 나를 믿어주니까 조금 더 기다려주지 않을까.

    그래서 너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다시 그 돈을 빌린다는 생각으로 급한 곳에 그 돈을 썼어..

    정말 미안하다..


    이러면서 봉투를 제 손에 쥐어주면서 뜨겁게 눈물을 흘리는데 

    친구를 원망했던 자신이 좀 부끄럽기도 하고 친구 사정이 딱해서 저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데 이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받으려니 오히려 내 돈이 아닌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안 받겠다고 하면 동정하는 것 같고 친구가 어렵게 모아온 돈인데 자존심에 상처 입힐까봐 그냥 받았습니다.

    봉투를 슬쩍 보니 엔화로 넣었더군요.

    이자 쳐서 11만엔 넣었다고 멋쩍게 웃으며 친구는 말했지만 환율이 이놈아 ㅠㅠ

    엔화 환율이 최저로 떨어지는 마당이라 있는 엔화도 다 팔았구만 또 엔화를 주다니..

    아무튼 그렇게 빌려준 돈을 받았고 헤어지면서 친구가 말하더군요.

    원양어선(!) 같은 배를 타고 몇년 나가게 될 거 같아서 이제 한동안 또 못볼거 같다고.

    아쉬웠지만 어디 가서든 잘 살 놈이라는 생각에 이제 인생이 좀 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바로 은행으로 갔습니다.

    엔화 곤두박질에서 단 몇 천원이라도 건져 보려고요 ㅠㅠ

    사실 저도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허덕이고 있던 참이라..

    환전 창구에 가서 봉투 속의 돈을 꺼내서 건냈는데 은행 직원이 그러더군요.

    고객님 엔화가 아닌 권종이 섞여 있네요~

    사실 봉투 속에 얼마가 들었는지 세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져와서..

    돗대맨 이놈이 천원짜리 섞어 놨나 싶어서 은행 직원에게 건내 받은 것은

    돈이 아니라 수표였습니다.

    자기앞 수표 일천만원

    순간 너무 당황해서 환전 수수료가 어쩌고 하는 말도 하나도 안들리고 그냥 계좌에 넣어달라고 하고 은행을 나왔습니다.

    돗대맨에게 전화해서 돈 잘못넣었다고 말하려고 하려다가

    수표 뒷면을 보니 뭔가 적혀 있더군요.


    친구야 네가 날 믿어준 믿음의 값어치로는 부족하겠지만 부디 받아주길 바란다.

    정말 고맙다. 이 고마움 잊지 않을게.


    띠용..

    이 미1친놈이 빌려준 돈을 10배로 갚겠답시고 수표를 중간에 끼어 놨더군요..

    전화해보니 사용 정지된 번호라고 나오고..

    어안이 벙벙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돈이 생겨서 기쁘다기 보다는 내가 진짜 이 돈 받아도 되나 이 생각만 ㅎㅎ

    그리고 복학을 하니 난리가 났더군요.

    돗대맨이 방학 동안 학교에 나타나서 자퇴서 제출하고 장학금 1억 내놓고 갔다고..

    로또 1등 당첨돼서 외국으로 나갔다는둥 

    도박을 해서 떼돈을 벌었다는둥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둥 

    온갖 얘기만 난무하고..

    동기들은 모여서 돗대맨한테 잘해줄걸 그때 돈빌려달라고 할때 빌려줄걸 말하면서 한탄의 술잔을 기울이더군요.


    물론 저는 정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하죠.

    게다가 수표 발행처가 국민은행의 바로 그 지점 ㅎㅎ

    돗대맨은 그 이후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상대방 믿음을 갖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지만 대가 없이 누군가를 믿어보는 것도

    꽤 가치가 있는 일이구나 느낀 경험이었네요.


    어디에 있든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길 바란다 돗대맨.


    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642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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