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했다.<br><br>좁디좁은 교실과 냄새나던 독서실에서 드디어 해방이다.<br><br>4월의 캠퍼스는 정말 아름답다. 이 풍경을 느끼기위해 잠도 줄여가며 게임도 끊어가며 공부만 했던가.<br><br>선배 중 한명이 입학식때 이런 말을 했다. 니들 인생에 스무살의 봄은 다시 오지않는다.<br><br>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학교 여기저기엔 꺄륵거리는 교태가득한 웃음소리와 페로몬향이 진동을 한다.<br><br>여기저기 흩날리는 꽃가루...흩날리는 치마자ㄹ...<br><br>기초과목 수강시간에 우리과에선 못 보던 여자애가 앉아있었다.<br><br>강의실 맨 앞, 오른쪽 끝자리.<br><br>아무도 탐내지 않는, 대학교 강의실에서 맨앞자리란 목을씻고 죽음을 기다리는 여포만 앉는곳인데<br><br> 그곳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교수와 아이컨택을 하는 은진이는 너무 아름다웠다.<br><br>내가 좋아하는 단발머리, 쌍커풀이 없이 크고 서글서글한 눈, 웃을 때 나타나는 덧니.<br><br>2주 동안 말도 못 걸고 수업시간 내내 교실 중앙이 아닌 주인 기다리는 개마냥 앞 문만 바라봤다.<br><br>우리학과 고학번 선배랑 매번 같이앉던데 아는사이인거 같으니 대신 부탁해서 번호를 받아봐야겠다.<br><br>처음엔 거절 당했지만 신입생환영회때 날 예쁘게 봐주던 선배는 기어코 11자리 번호를 나에게 넘겨주었다.<br><br>그렇게 만나게 된 내 첫 여자친구.<br><br>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지만 스무 살, 캠퍼스에서 싹트는 사랑앞에 그깟 알파벳 점수가 중요한가.<br><br>중간고사가 일주일정도 남은시점에서 요즘 자꾸 뉴스에 한강 밀실텐트 단속이 난리란다.<br><br>은진이한테 물어보니 예전에 두 번정도 친구들과 함께 가본 적이 있다고했다.<br><br>아직은 중간고사까지 기간도 있고 시험기간이 다가오면서 수업도 꽤 많이 비었으니 자체휴강을 하고 한강에 놀러가기로한다.<br><br>tmi) 벚꽃축제 기간엔 사람도 많고 한강변은 저녁엔 체하기좋을만큼 정말 춥다. 오바하지말자.<br><br>그렇게 4월 셋째주, 여의나루역에 도착했다. 여의도 고등학교 근처 상가에 가서 텐트를 대여했다.<br><br>2인셋트에 만오천원. 2인용 텐트. 낚시의자.테이블, 등산용방석, 담요, 돗자리까지....그것도 4시간.<br><br>어색하게 웃고있는 민증을 맡기고 수레를 받는다.<br><br>시간은 세시 반. 돗자리를 깔고 놀고있는 커플은 몇몇 보이지만 평일 이시간부터 텐트를 치고 누워있는 커플은 없다. 괜시리 부끄러워진다.<br><br>tmi) 텐트를 자리잡을 땐 잔디밭의 중간보다 약간 뒤, 나무의 그늘이 적당히 가려주는 자리가 좋다. 경사가 없는.<br><br>햇볕은 은진이의 머릿결을 빛나게 해주고 바람은 은진이의 원피스를 살랑살랑 흔든다. 향수향이 후각을 자극한다.<br><br>텐트설치와 테이블, 돗자리까지 펴도 오분도 시간이 안 갔다. 괜히 둘이 나란히 앉아서 시키지도않은 군인 자세를 취하고<br><br>"날씨가 너무좋다." "우와 여기 배달도 된대 어떻게 알아보고 가져다 주는거지?" 같은 의미없는 소리만 해대면서<br><br> 여의나루역에서 아주머니들한테 받은 애꿎은 전단지만 쥐었다폈다 하고있다.<br><br>괜히 어제 웃대에서 본 밀실텐트 단속 1호커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br><br>아직 사람들이 몰려들려면 한참 남았다. 퇴근시간도 멀었고 중간고사기간이라 대학생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br><br>배가고프지않냐고 여기 편의점엔 라면끓여주는 기계도 있다면서 은진이와 편의점으로 간다.<br><br>치킨 한마리를 주문하고 라면공장마냥 온갖 라면이 진열되어있는 편의점에서 라면을 끓여 텐트로 돌아온다.<br><br>tmi) 전단지 치킨과 피자는 창렬이다. 지도로 검색해서 가까운 프랜차이즈 피자집이나 치킨집에 전화주문하고 픽업하자.<br><br>은진이와 같이 텐트로 돌아오던 중, 나무젓가락을 안가지고왔다는 핑계로 헐레벌떡 편의점으로 들어간다.<br><br>콘돔이...초박형이... 아 여깄다. 혹시 모르니 휴지와 물티슈도 같이산다. 혹시모르니.<br><br>난 변태가 아니다. 그냥 성인으로써 책임감있는 쾌락을 위해 혹시 모르니 준비하는거다. 니들과는 다르다는것만 알아둬라.<br><br>콘돔 곽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용물만 뒷주머니에 쑤셔 넣는다.<br><br>은진이는 센스가 좋다면서 휴지와 물티슈를 사온 날 칭찬한다. 기쁘다.<br><br>치킨과 라면, 그리고 맥주를 먹으니 제법 어둑어둑해지고 한강변에 사람도 많아졌다.<br><br>여기저기 우리같은 텐트도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난 니들과는 다르다.<br><br>아까 말했듯 강바람은 생각보다 차갑다. 해가지니 더 추워지고 맥주를 마시니 더욱 그렇다.<br><br>춥지않냐며 텐트안으로 들어가본다.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있지만 물이겠지.<br><br>보이스카웃때 학교운동장에 펼쳐두고 들어가서 잠을 자던 텐트만도 못한 텐트지만 괜히 여기저기 만져보며 추임새를 넣고있다.<br><br> "아이고 따뜻하다~" 등을 대고 누워보니 척추5번 6번사이에 돌멩이가 끼어들어간거같지만 기분만은 좋다.<br><br>은진이도 날따라 핸드백을 옆으로 밀고 살짝 눕는다.<br><br>목걸이가 한쪽으로 쏠리고 목부분이 구겨지며 맨 살이 보였다. 쇄골이 살짝 보이지만 못본 척 한다.<br><br> "좋다 그치?" "으..응 좋네 따뜻하다 생각보다 편하네." "아 핸드폰 충전기 좀 있어?"<br><br>핸드폰 충전기를 찾는 은진이 핸드백을 보니 물티슈와 휴지가 보인다. 어 설마?<br><br>오후 6시. 이제 해는 거의 다 졌고 텐트 지퍼를 올리면 이 시끄럽고 개방적인 공간에서 우리 둘만의 공간이 생긴다.<br><br>주변은 굉장히 시끄럽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우리 앞뒤양옆을 왔다갔다하지만<br><br> 역설적으로 한강만큼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않고, 신경쓰지않아도 되는 공간은 없을 것이다.<br><br>5미터 전방에 앉아서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고있는 한 대학생 무리는 우리 둘의 소음을 막아줄 것이고 <br><br>5미터 후방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이는 저 커플은 둘의 사랑을 속삭이느라 우리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br><br>은진이는 맥주를 마시고 발그레 취기가 오른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난 당연하단듯 입술을 포갰다.<br><br>사범대학교건물 1층 중앙계단 앞에서 했던 첫 키스 이후로 두번째다. 부드럽다.<br><br>블랑. 은진이의 입술은 달짝지근한 프랑스맥주맛이였다. 달콤한 맥주향이 내 입술을 타고 입안으로 들어갔고 여긴 몽마르뜨 언덕이됐다.<br><br>맥주덕에 상기된 은진이의 얼굴은 예쁘다는 말론 부족했다. 아름다웠다. <br><br>그녀의 허벅지를 가리고있던 담요를 걷어내고 살짝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br><br>누워있느라 말려올라간 원피스의 끝자락. 내 왼손의 절반은 허벅지의 맨살, 절반은 원피스의 끝자락.<br><br>용기를 내서 원피스 안 쪽으로 손을 넣었지만 저항은 없다. 엉덩이의 굴곡이 느껴진다. 역사는 오늘 밤 여기서.<br><br>키스는 점점 더 격정적으로 변해가고있었다. 바깥의 소음은 점점 심해져가고있었지만 귀엔 숨소리 밖에 들리지않는다.<br><br>맥주향이 가득한 숨을 내뱉으며 서로의 타액을 뒤섞고, 입술과 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br><br>언제 벗었는지 내 안경은 벗겨져 있었고 내 손은 허벅지를 떠나 은진이 등 뒤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br><br>영화에서도 그러하듯, 거지같은 원피스 지퍼는 항상 이렇게 안 내려가는건가? 은진이가 답답하단듯 몸을 약간 움직여준다.<br><br>지퍼를 내리면서 은진이의 등이 느껴진다. 약간은 더운지 땀이 약간 묻어 끈적하다. 하지만 부드럽다.<br><br>손으로 등을 살짝 쓸어만졌다. 눈으로 보지않아도 이 등엔 여드름 하나없이 하얗고 부드러울 것이다.<br><br>브라후크가 손에 닿았다. 어떻게 푸는거더라. 영화보면 여자가 남자위에 올라타서 알아서 풀던데...<br><br>한손으로 이리저리 후크를 꼬집고 당겨봐도 풀리지않는다... 어쩔수 없이 오른손을 쓰려고하자 은진이가 작은 한숨을 쉬면서<br><br> 내 오른손이 들어갈수 있도록 겨드랑이를 들어준다.<br><br> '틱'<br><br>됐다. 후크의 고리가 서로 맞물리지않고 멀어지는 마찰음 소리가 나면서 은진이의 브라가 옷 앞으로 쏠렸다.<br><br>브라가 툭 풀리며 땀 냄새가 살짝 섞인 새콤한 향수냄새가 코로 들어왔다.<br><br>내 손은 갈비뼈를 스쳐 점점 앞쪽으로 가고있었고 은진이의 오른손은 내 허리에서 주춤주춤하고있었다.<br><br>은진이의 손을 잡아 자신감있게 나의 바지 가운데에 가져갔다. 은진이는 살짝 놀란듯 눈을 떴다 감았지만 모른척했다. <br><br>꽤 놀랐는지 은진이의 손이 달팽이 더듬이마냥 약간 움츠러 들었지만 잠시였다.<br><br>난 드디어 한손에 들어오는 약간 작지만 부드럽고 말캉한 은진이의 가슴 한 쪽을 손으로 움켜쥐었다.<br><br>아...바라보기만 해도 수컷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그 위대하고도 위대한 흉부 지방이다.<br><br>은진이도 나의 39000원짜리 유니클로 벨트를 풀기위해 오른손에 힘을주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br><br>이제 끝이다. 서로의 부끄러움을 대변해주던 이 실오라기같은 옷 한꺼풀을 벗겨내면 마음껏 서로의 몸을 탐 할수 있다.<br><br>내 바지의 지퍼아래 해면체는 당장이라도 팬티를 찢을듯 성나있었고 은진이의 원피스는 이미 반쯤 벗겨져 가슴을 드러내고있었다.<br><br>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br><br> "실례지만 밀실텐트 단속반 입니다. 텐트 지퍼 열어주십시오!"<br><br>이런 젠장.<br><br>벗기는데 10분이나 걸렸던 은진이의 원피스와 브라는 10초만에 다시 올라갔고 내 해면체도 고개를 숙이고 팬티속으로 숨어버렸다.<br><br>천천히 텐트 지퍼를 내리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를 향해있었다.<br><br>은진이의 헝클어진 머리와 나의 눌린 옆머리, 바지밖으로 삐져나온 셔츠를 본 사람들의 눈에 비웃음과 경멸이 들어서있다.<br><br> "텐트 지퍼 닫으시면 안됩니다. 열고 있으세요."<br><br>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단속반이 경고를 주고 떠나 간 후 우린 쫓겨나듯 짐을싸고 텐트를 접어 한강공원을 빠져나왔다.<br><br>여의나루역으로 걸어가는데 아까부터 은진이의 얼굴이 어둡다.<br><br> "나 오늘은 안 데려다줘도돼 그냥 집에갈게... 그리고 이제 시험기간이니깐 연락 잘 안되더라도 이해해줘."<br><br>애써 밝은 척 열공하라며 은진이를 지하철에 태웠다. 유리창을 등지고 앉아 이쪽을 바라보지 않는다.<br><br>플랫폼 의자에 터덜터덜 걸어가 털썩 엉덩이를 깔았다. 뭐지? 뒷주머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br><br>6000원 3p 듀렉스. 파란색 포장지를 한참을 바라보며 쓴 미소를 짓다 휴지통에 던져버렸다.<br><br>이젠 쓸 일이 없을 거 같다. 그냥, 그럴 거 같다.<br><br>은진이가 탄 지하철은 플랫폼 오른쪽으로 멀어져가고 있었다.<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