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새벽 1시경이었다. 필자, 겨우 졸음을 이겨내며 티아고 산토스와 지미 마누와의 경기를 예상하기 위해 열심히 경기 영상을 챙겨보고, 승자 예상 글을 포스팅하고 난 뒤였다. 담배를 한 대 피우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 정말 추운 새벽이었고, 그래서 롱 패딩을 입었다. (안 입었으면 진짜 큰일 날뻔함) 주머니에는 핸드폰과 담배, 라이터가 전부였다.
담배를 태운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따뜻한 방으로 가자!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자!
그런데 도어락 덮개를 여니 번호 키 전체에 불이 켜진 채로 버튼이 안 먹히는 거 아닌가? 아무리 버튼을 눌러봐도 전혀 버튼이 먹히지 않았다.
필자는 침착했다. (필자는 보통 성격이 위기 상황에서 상당히 침착하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하하)
아마도 집에서 나오기 한두 시간 전 도어락 건전지를 교체했는데, 그때 무언가가 초기화돼서 오작동이 난 것 같았다.
아무튼 침착함을 유지하며 무엇이든 알고 계시는 네이버님께 물었다.
그러나 도어락 방전을 해결하는 방법만 있었다.
그리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아주 정중하게 질문을 드렸다.
도어락 방전을 해결하는 방법밖에 모른다고 하셨다.
경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술에 취한 목소리로 도어락 방전을 해결하는 방법밖에 모른다고 했다.
도어락 A/S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오, 친절한 목소리가 반겨주었다. 도어락 오류 문의는 4번을 누르세요.
도어락 방전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만해 시발
도어락 방전을 해결하는 방법은 9볼트 건전지를 도어락 키패드 위의 동그란 구멍 두 개에 갖다 대고 별 표를 누르는 것이었다.
그래, 일단 이거라도 해보자.
일단 편의점으로 향했다. 집 근처 편의점 사장님은 정말 친절했다. 집에 못 들어가서 송금으로 (다행히 핸드폰으로 송금이 가능했음) 돈을 드린다고 하니, 외상으로 가져가라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빚지는 게 서로 스트레스받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냥 바로 송금했다. (담배 한 갑을 추가했다. 아무래도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서.. PC방 가서 담배라도 피우려고 ㅠㅠ)
희망이 9볼트 전지.. 모두가 말했던 도어락 방전 시 해결하는 방법 9볼트 전지님이시다.. 전지전능한 전지님이시여 제발 집에 들어가게 해주소서..!
자, 침착하게 전지를 도어락 버튼 위에 동그란 구멍 두 개에 갖다 대고 별표를 눌렀다.
음!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양말도 신지 않은 채로 이 추운 겨울날 PC방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PC방에 사람이 많았고, 다행히 그날 롤과 스타크래프트를 모조리 이겼다. 아, 참고로 롤은 실버 등급전에 성공하여 실버 3이 되었다.
서론이 정말 길었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일요일이었지만 누구나 깨어있을 법한 시간 오후 2시. 도어락 A/S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녹음된 기계음이 아닌 따뜻한 사람의 목소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그녀는 말했다. 키 버튼 위에 작은 구멍에 뾰족한 것을 찔러 넣으면 작동할 것이라고..
도어락 건전지 교체 후 버튼이 안 눌러질 때 대처 방법은 키 버튼 위의 작은 구멍에 이쑤시개를 찔러 넣으면 된다.
나는 그렇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허무했다. 그래서 글의 마무리도 허무함.
끝.
p.s 도어락 고장 시 뜯어내고 새로 교체하는 비용은 20만 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