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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785072
    작성자 : 호구방지위원
    추천 : 17
    조회수 : 1893
    IP : 182.210.***.156
    댓글 : 39개
    등록시간 : 2018/12/03 16:37:09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85072 모바일
    그땐 싫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진짜 참 스승이었던 담임선생님.
    옵션
    • 창작글
    <p><br></p> <p><br></p> <p>중3? 16살때였어요.</p> <p><br></p> <p>우리 지역은 소위 '연합고사'라고 불려지는 시험을 통해서</p> <p><br></p> <p>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할 수 있었어요.</p> <p><br></p> <p>기억 나는건. </p> <p><br></p> <p>연합고사 점수 180점 만점.</p> <p>내신 70점 만점. </p> <p>총 250점 만점중</p> <p><br></p> <p>커트라인이 약 200점 내외?</p> <p><br></p> <p><br></p> <p><br></p> <p>우리 반은 </p> <p>꼴등반이었어요.</p> <p><br></p> <p><br></p> <p>다른 반 선생들은</p> <p>꼴등반이라며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고요</p> <p><br></p> <p>아무튼 개무시 속에 중3 수험생(?)시절을 보내야 했답니다.</p> <p><br></p> <p><br></p> <p><br></p> <p>일찍이 성적이 멀어져 실업계 고교를 택하는 친구들도 많았고</p> <p><br></p> <p>(물론, 실업계에 성적과 관계없지 본인의 의지대로 진학하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p> <p><br></p> <p>그러다 보니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통해 줄 세우기를 좋아하던 어른들에게</p> <p><br></p> <p><br></p> <p>우리반은 </p> <p>뭐 좋은 먹잇감이었죠.</p> <p><br></p> <p><br></p> <p><br></p> <p>우리도 스트레스인데 </p> <p><br></p> <p>꼴찌반 담임을 맡았던 담임선생님은..</p> <p><br></p> <p>얼마나 스트레스였을까요?</p> <p><br></p> <p><br></p> <p><br></p> <p><br></p> <p><br></p> <p>담임 선생님은 36세 여성분이셨습니다.</p> <p>타 학교에서 온 첫 해에</p> <p><br></p> <p>우리 담임을 맡으셨으니 </p> <p>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거에요.</p> <p><br></p> <p><br></p> <p><br></p> <p><br></p> <p>우리는 그런 선생님을 싫어했어요.</p> <p><br></p> <p><br></p> <p>일단 소통이 잘 안됐어요.</p> <p><br></p> <p><br></p> <p>말 그대로 일.방.통.행.</p> <p><br></p> <p><br></p> <p>학생들에게 반말은 하지 않았지만</p> <p><br></p> <p>차가운 존댓말로 우리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주시고 했죠.</p> <p>(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공부해라~ 놀지마라~ 일찍와라 이런 것들..)</p> <p><br></p> <p><br></p> <p>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셨어요.</p> <p><br></p> <p>매일 단어 시험을 봤었어요. </p> <p>진도 나갈 내용을 미리 예습해와야 시험을 치룰 수 있었죠.</p> <p><br></p> <p>7개를 무작위로 문제로 내셨는데</p> <p>5개 이하로 맞으면 </p> <p><br></p> <p>손등을 맞곤 했었어요.</p> <p><br></p> <p>다른 반에 비해 손등맞는 사람이 많아</p> <p>우리를 다그치시기도 했었죠.</p> <p><br></p> <p>속상하셨는지,</p> <p>눈물을 보이신 적도 있으셨어요.</p> <p><br></p> <p><br></p> <p><br></p> <p>중3 사춘기 애기들이 뭘 알겠습니까..</p> <p>"야 담임 운대!"</p> <p>"단어시험 못봤다고 왜 울어, 맞은 우리가 울어야지"</p> <p><br></p> <p>철없는 소리만했었어요.</p> <p><br></p> <p><br></p> <p><br></p> <p><br></p> <p>어느 날 단체로 담임선생님을 싫어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p> <p><br></p> <p><br></p> <p><br></p> <p>국영수사과.. 기술. 음악. 체육 이런거 다 꼴등인 우리반에게</p> <p>특단의 조치를 내리셨어요.</p> <p><br></p> <p><br></p> <p>매일 나머지 공부를 시키셨습니다.</p> <p><br></p> <p>내신도 높아야 좋은 인문계, 실업계 학교를 갈 수 있다는 지론하에.</p> <p><br></p> <p><br></p> <p>반 학생 전부가 매일 정규 수업이 끝난 뒤</p> <p><br></p> <p>남아서 공부를 했어야 했어요.</p> <p><br></p> <p>하교의 조건은</p> <p><br></p> <p>담임 선생님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p> <p><br></p> <p><br></p> <p>얼마나 싫겠어요.</p> <p><br></p> <p>다른 반 친구들은 다 집에 가거나</p> <p><br></p> <p>나를 기다리는데,</p> <p><br></p> <p><br></p> <p>남아서 공부를 하라고 하니</p> <p><br></p> <p>다들 짜증이 났죠.</p> <p><br></p> <p><br></p> <p><br></p> <p>그 땐 몰랐습니다.</p> <p><br></p> <p>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p> <p><br></p> <p><br></p> <p>선생님은</p> <p><br></p> <p>영어 선생님이셨지만..</p> <p><br></p> <p><br></p> <p><br></p> <p>우리에게 인수분해, 근의 공식 같은 수학 문제를 가르침은 물론..</p> <p><br></p> <p>한용운의 임의 침묵에 대해서 해석을 해주시기도 했죠.</p> <p><br></p> <p><br></p> <p>예체능 시험을 보는 날은 </p> <p>비지스의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의 박자가 몇 박자인지</p> <p>피처 보크가 무엇인지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나이 서른이 넘어서 깨닫네요.</p> <p><br></p> <p>내가 맡은 일만 하기도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인지</p> <p><br></p> <p><br></p> <p><br></p> <p><br></p> <p><br></p> <p>이렇게 추워지면 연합고사보러가던 날이 생각합니다.</p> <p><br></p> <p>학교 앞에서 따뜻한 레쓰비 한 캔을 주시면서 웃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을</p> <p><br></p> <p><br></p> <p><br></p> <p>지금은 쉰이 넘으셨을 선생님..</p> <p><br></p> <p>안녕하시겠죠?</p> <p><br></p> <p><br></p>
    출처 내머리
    호구방지위원의 꼬릿말입니다
    선생님 덕에 인문계 희망하던 모든 반 학생들이 합격을 했죠.

    전체 9개 반중에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 했었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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