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조별과제 조장을 하다보면 세상은 참 다사다난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다사다난한 세상풍파는 나를 쏙 빼놓은 채 조원들한테만 휘몰아치곤 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과제 시즌만 되면 조원들은 장례식을 가야 하거나 집안에 갑작스런 우환이 생기고는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다급하고도 중요한 사정이 생기거나. 미안하다는 말로 가득찬 단톡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면 나 혼자만 이렇게 무탈히 지낸다는 사실에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울컥 차오르고는 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어쨌든 세상살이가 힘겹기 그지없는 조원들에게 조별 과제는 당연하게도 뒷전이었다. 절을 두 번 하는 건 째째하다고 생각하는지 아예 제사를 두 번 드리는 조원도 있었고 갑작스레 닥친 우환에 실어증, 아니 실톡증에라도 걸렸는가 모든 단톡에 침묵으로 답하는 조원도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각자의 사정이 간혹 참신하고 간혹 이해가 가지않는 일이 있어도 그 사정은 모두 저마다의 몫이었다. 저마다의 사정은 모두 절박했고, 절박한 사정들이 모여서 단톡을 빈틈없이 덮었다. 각자의 사연은 각자의 고유한 것이어서 나는 감히 그 사연에 이유를 묻지 못했다. 나는 그저 계속 그렇게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면 당신의 학점에도 우환이 생길 거라는 말을 남길 따름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어쨌든 시간은 흘렀고 과제는 어떻게든 윤곽이 잡히더니 기어이 완성이 되었다. 내가 보기엔 오병이어급의 기적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맨날 깜빡했다면서 조별 모임에 빠졌던 조원은 과제 PT를 낼 때 나도 그만 깜빡 잊는 바람에 이름을 빼버렸고, 열심히 과제에 참여한 조원들에게는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나는 조별과제를 마무리지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그렇게 조별과제가 끝났다. 조별과제가 끝날 때쯤에 내가 얻은 건 수월한 과제 처리 능력이 아니라 바쁘기 그지없는 조원님들을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모임을 성사시키고 마는 파티 호스트로서의 능력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