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 (77) – 산중문답 “계파”의 정의>

 

E 빗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수업은 뒷전이고 주무시겠다. (혀를 차며) 마음대로 하십시오. 아직도 믿었던 선거 참패에 대한 후유증이 크실 테니까요. 소인은 그동안 정리 못한 우편물을 정리하도록 하겠사옵니다. 먼저 우편함을 열고 내용물 척! 아니 이건 전도협 회장 선거에서 참패한 도사님들의 엽서가 대부분 아냐. 그럼 내용을 살펴볼까? 뭐야?! 이번 우리 진봉파가 진 것은 순전히 탄핵당한 장돌 도사협회장의 친돌 파 때문이다. 이게 뭐야?! 그러니까 속세를 떠나 진정한 도를 닦으시겠다는 분들이 아직도 속세의 나쁜 관습을 유지한다는 거야 뭐야! (한숨을 내쉬며) 이래서 아무도 믿을 인간이 없다고 한다니까! (가슴을 치며) 어유! 어유! 불상하다 불쌍해!

스승 :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제자야! 제자야! 불상을 애타게 찾는 불자가 길을 잃었는가 보다 빨리 가서 뒷산 너머에 있는 절을 가리켜 드려라!

제자 : (한숨을 내쉬며) 스승님. 어제도 부탁 드렸지만 제발 보청기 좀 제대로 끼십시오! 지금 이 소리는 소인이 허탈해 한탄을 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스승 : (얼렁뚱땅) 그래?! 인마 그러면 한탄보다는 하산이 해결이 빨라!

제자 : (엽서를 내밀며) 끝까지 이러시면 전도협의 계파 갈등을 속세에 까발리겠습니다.

스승 : (당황해) 아....아니다. 내 오늘 바로 비대위를 발족해 쇄신을 하도록 하겠다. 그러니 이쯤에서 넘어 가고 수업을 하자. 그래. 오늘의 궁금증이 뭐냐?

제자 : (진지하게) 그럼, 그 말씀을 믿고 수업에 임하겠사옵니다. 오늘의 궁금증은 요즘 선거 참패를 당한 모 당이, 반성과 혁신에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싸움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심하다고 하던데요. 과연 “계파”의 정의는 무엇이옵니까?

스승 : (짜증) 인석아! 뭐긴 뭐야! “머리끄덩이지”이지!

제자 : 머리끄덩이라 함은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는 의미인데요. 그건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왜긴 왜야! 대부분 계가 끝나면 처음에 화합과 단결 협조의 의미로 시작했던 거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다보면 계주가 불법으로 곗돈을 유용했다든지 아니면 모두 챙겨서 도주해 싸움이 나니까 그렇지! 근데 말이야 웃기는 것은 모두가 합심해서 도망간 계주를 찾아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보다 계원들 간에 싸운다는 거야. 일테면 너 때문에 들어서 이 모양 됐다. 내가 들라고 사정을 했냐? 식으로 갈려서 말이야. 아마도 이 당도 그 꼴이지 않느냐 싶다. 시장잡배들처럼 왜들 이 모양인지. 그러면 그럴수록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닐 텐데 말이야. 이래서 똥개도 그들의 똥은 외면하는가 보다. 안 그러냐? 제자야?

제자 : (단호하게) 맞사옵니다. 하오면 스승님께서 이번 전노협선거에서 패하자 동문수학하신 칠봉산의 칠봉파 허풍도사님이 단일화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문자를 보내신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옵니까?

스승 : (당황해) 이 인마! 그건 아냐?! 문자 커닝을 해도 제대로 해라! 내가 보낸 건 앞으로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낭비하지 말고 스승님의 유지이신 절친 버전을 실천하자고 보냈어. 녀석도 OK 사인을 보내 왔고! 근데 뭐?! 좌우지간 저 녀석은 불난데 부채질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니까. 인마 내가 그렇게 싫으면 하산하라니까! 하산해!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하옵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그동안 스승님 수발로 망가진 제 청춘을 원상 복귀해 주시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못 물러섭니다.

스승 : (빈정대며) 뭐야! 원상복귀?! 거머리 같은 놈!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널 떼어 내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