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개그⑭ – 산중문답 “먼지”의 정의>
E 산새소리 + 스승의 코고는 소리
스승 : (코고는 소리) 드르렁! 드르렁!
제자 : (혼잣말로) 오늘도 여전히 가르침을 나몰라 하시고 주무시겠다. 그렇다면 오늘도 봄맞이 청소를 계속해야지! 먼저 이불을 털어야지! (목청을 가다듬고) 에잇! 팍팍! 팍!
스승 : (벌떡 일어나며) 아이고 왜 이리 숨이 막히지!! 제자야! 제자야! 비상용으로 준비해둔 밀가루 자루를 쥐새끼가 펑크 냈는가 보다 빨리 때워라! 숨쉬기가 힘들다!
제자 : 스승님! 갑자기 무슨 밀가루 타령이시옵니까? 빈대떡 드신 꿈이라도 꾸신 것이옵니까?!
스승 : 그럼, 뭐야? 이번에도 네가 또?!
제자 : 아네. 봄맞이 대청소를 하기 위에 이불을 털고 있었사옵니다!
스승 : 어이고 이놈아! 그건 저번에 털었지 않느냐!
제자 : 이번에는 스승님 전용 이불이옵니다.
스승 : 간사한 놈! 이제는 별의 별 변명을 다 하는구나. (비꼬는) 어이고. 그래, 오늘은 또 뭐가 궁금해 이 사단이냐?
제자 : 아네. 요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급습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데요. 과연 “먼지”의 정의는 무엇이옵니까?
스승 : (짜증) 뭐긴 뭐야! 인석아! “부정”이지!
제자 : 부정이라뇨? 아버지의 사랑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옳지 못함을 뜻하는 것이옵니까?
스승 : 인마! 척하면 삼척이지! 옳지 않다는 부정(不正)을 말하는 거야!
제자 : 왜 그렇사옵니까?
스승 : 왜는 왜야? 흔히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더라고 하지 않느냐. 고로 이 말은 아무리 깨끗한 척을 해도 파보면 부정한 짓이 드러난 다는 거야. 근데 말이야 아이러니 하게도 이 말은 지금 부정을 저지르고 콩밥을 드시고 계시는 분들이 매우 주장하고 있다는 거야. 일테면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식으로 말이야. 그야말로 도둑놈이 몽둥이를 들고 설친다는 적반하장 격이지. 정말로 한심한 꼴이야. 어유! 언제나 이런 비유가 사라질 날이 올지 마냥 기다려진다.
제자 : 아네. 그렇다면, 스승님의 이불을 털면 털수록 먼지가 많이 나오던데 그것도 이 맥락과 같은 것이옵니까?
제자 : (당황해) 이....인마! 그...그건 네 교육 정진에 힘쓰다보니 제대로 씻지 못해 분진이 묻은 거야!! 좌우지간 저 녀석은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걸 나와 연관시켜 흠집을 내려고 안달해요! 그렇게도 내가 맘에 안 드느냐?
제자 : (단호하게) 네!
스승 : (당황해) 아.... 아이고, 그러니까 빨리 하산하라니까!
제자 : (단호하게) 그렇게는 못 하옵니다,
스승 : (빈정대며) 그래?, 그럼, 알아서 해라! 내 기필코 네 고집을 꺾고 말테니까! 그럼 난 또 한숨 때리려니까. 알아서 놀아라. 드르렁. 드르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