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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991945
    작성자 : 성숙한곧휴
    추천 : 86
    조회수 : 1175
    IP : 121.190.***.65
    댓글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2/22 14:40:00
    원글작성시간 : 2014/12/22 01:56:14
    http://todayhumor.com/?humorbest_991945 모바일
    세월호 아이들.실내 건축 디자이너를 꿈꾸던 승혁이의 이야기입니다
    실내건축 디자이너 꿈꾸던 승혁에게

    우리 막둥이 승혁아.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꺼지던 그날. 하얀 벚꽃이 떨어질 무렵 친구들과 여행을 가더니 어느새 그 꽃은 추운 겨울 내리는 눈꽃으로 변해 있구나. 엄마, 아빠 곁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던 그런 네가 떠난 지 8개월. 하루도 못살 것 같았는데…. 그런데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못난 엄마, 아빠로 살고 있단다.

    너무너무 보고 싶고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져서 울다가 화도 냈다가 하루에 감정이 수십 번도 더 바뀐단다. 그러면서 우리 착한 승혁이가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을 바라진 않을 거라고 위안도 한번 해 본다.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엄마를 위해 커피를 타주고 장바구니를 들어주고 발 마사지를 해주던 애교덩어리. 딸 같던 아들 우리 예쁜 승혁이는 어디에도 없네. 도대체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승혁아. 엄마, 아빠가 너를 잃은 슬픔에 정신을 놓고 있던 그때에 큰 형이 부대로 복귀하면서 한 말이 있어. 이러다가 너의 분신인 쌍둥이 형마저 잃을 수 있다고 둘째를 잘 보살펴 달라고. 큰 형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때부터 엄마는 쭈니(쌍둥이 형의 애칭)를 돌보기 시작했고, 쭈니형은 18살에 홀로서기를 시작했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게임을 하고, 혼자 잠을 자고. 가끔은 혼자 자는 쭈니형을 보며 그 속에서 우리 승혁이를 본단다. 여전히 마음이 찢어지는구나. 17년을 한 번도 떨어본 적 없는 너희 둘. 지금도 늦은 시간이면 집으로 들어올 것 같고, 네 방에서 머리 맞대고 웃고 떠들고 있는 것 같구나. 그때는 그것이 진짜 행복이란 걸 몰랐단다.

    참으로 올 한해는 너무도 가슴 시린 일들이 많았지. 팽목항에서 너를 만날 날도 그랬고, 승혁이 49재 때는 우리 쌍둥이 생일상을 차려야 했어. 꿈을 피워보지도 못한 승혁이를 보낸 후 힘든 매일매일을 살아가지만, 남아 있는 두 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게. 먼 훗날 승혁이를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은 부모, 형들이 되기를 약속했단다.

    항상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갈 우리 막둥이 승혁아. 가끔은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어. 보고 싶다. 사랑한다 내 아들.

    김승혁군은

    단원고 2학년 6반 김승혁(17)군은 아빠와 엄마에게 늘 ‘잼’이었다. 아빠와 엄마가 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면, 가운데로 쏙 기어들어왔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는 빵이고, 넌 잼이야”라고 하면서 승혁이를 밀어붙였다. 중간에 끼인 승혁이는 비명을 지르는 척했다.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 승혁이가 자주 했던 장난이었다.

    승혁이에겐 3살 많은 큰형과 쌍둥이인 작은형이 있었다. 큰형을 좋아해서 잘 따랐고, 쌍둥이 형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처럼 붙어 지냈다. 승혁이는 여성스럽고 애교가 많았다. 엄마가 마트에 가면 장바구니를 들고 따라나섰고,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발마사지를 해주던 딸 같은 아들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중에 실내건축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승혁이네는 아빠, 엄마, 세 아들, 그리고 근처에 사는 할아버지까지 모두 여섯 식구였다. 그런데 2월 큰형이 군대에 가며 다섯 식구가 됐다. 3월에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네 식구로 줄었다. 그리고 4월16일 세월호에 탔던 승혁이마저 돌아오지 못해 지금은 세 식구가 됐다.

    승혁이는 할아버지의 49재를 하던 4월23일,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그리고 쌍둥이 형의 생일이었던 6월3일, 승혁이의 49재가 치러졌다. 승혁이는 지금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email protected],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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