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오늘 예비역 군인은 철 지난 셔츠를 주섬주섬 입는다. </div> <div>아마도 현충일을 맞아, 해병대 1기셨던 그의 할아버지와, 국가를 위해 충성을 바치다 </div> <div>한 줄기 핓빛으로 산화한 그의 아비를 보러감이라.</div> <div>그런데 그는 웬일인지 상의만 입은채 바지를 묵묵히 응시하더니 하의는 입지 않는다. </div> <div><strong><font>그에게는 다리가 쓸모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font>.</strong></div> <div> </div> <div> </div> <div>그는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div> <div><br> </div> <div>꿈에도 그리던 해군특수전여단에 합격해 </div> <div>그의 아비의 영정사진과, 피부의 탄력을 잃어가던 그의 어미를 껴안고 오열하던 그때를.</div> <div>아마도 그는 그렇게도 국가에 헌신할 마음에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였나보다.</div> <div> </div> <div> </div> <div>햇빛을 받아 달구어진 계급장과, 빳빳한 군복이 그에게는 자존심을 넘어선 오만과 아집의 결정체였으며,</div> <div>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그의 몸에 보이는 잔근육들은 </div> <div>쉬이 쉬지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그의 인생길을 대변해 주는 것이리라.</div> <div> </div> <div> </div> <div>죽을 것 같은 고된 훈련과, 햇빛이 쩅쨍한 여름에 저체온증이 덮쳐 몸을 벌벌 떨 당시에도</div> <div>그의 눈은 불꽃, 거의 그것과 흡사하였다.</div> <div>국가가 버린 집안에서 </div> <div>그는 가난과 절망을 떨쳐내기 위해 태산과 같은 거인이 되려 노력하였고, 그의 인내는 태백과 같이 높고 험준하였다.</div> <div> </div> <div> </div> <div>동생이 지식의 상아탑을 거머쥐게 하기 위해서, 혹은 어머니의 생계를 위해서, </div> <div>그는 자신의 신념과, 신조에 부딪히길 꺼리지 않았고,</div> <div>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당신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하였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나, 그런데, 혹, 아마, 군인이란 것은 그의 태생적 불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div> <div>노도와 같은 세상살이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는지,</div> <div>대학을 가지 못한 가난뱅이에게는 군인이 꿈 같은 열정, 그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나 그에게 이 세상의 어떤 무엇인가, 조물주라 칭하는 신이. 그에게 시련을 열매를 먹이시어,</div> <div>해수욕장 연안류의 떠밀려간 일반 시민을 구조하려던 한 불쌍한 청년은, </div> <div>시민을 구하고 그 자신은 덮쳐오는 파도에 몸을 내어주고 만다.</div> <div> </div> <div> </div> <div>청년을 눈을 떴다. 하얀 천장과, 나의 목을 부둥켜안고 펑펑 우는 어머니와 동생.. </div> <div>허리 밑으로 느껴지지 않는 감각에 청년은 직감하였다.</div> <div>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갈수록, 활화산 같이 타오르던 그의 눈빛은. 점점 초점을 잃어 흐릿해져만 갔고,</div> <div>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가 훈련 때 가벼이 쏘던 총 탄두가 되어 가슴팍에 오롯히 박혀갔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는 전역을 명 받았다. 아니 제대를 당했다.</div> <div>그는 명예단원이라는 고깔모자와, 전우애라는 가면을 쓰고 짧게나마 한껏 전우들과 가면파티를 즐겼다.</div> <div>그리고 매년 6월6일 그는 동기들에게 허례허식의 인사와 200만원이라는 위로금을 받는다.</div> <div> </div> <div>몇년이 지난 그는 술로 세상을 등지다, 공무원을 합격해 세상의 멸시에 정면으로 대결해보려다 패배하기도 하고</div> <div>다시 몇년을 술로 인생작두를 탔다. 위태위태한 그의 작두걸음은, 그의 조상과 아비가 도움이신지.</div> <div><strong>결코 쓰러지지는 않았고,</strong></div> <div>나를 엿먹이려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세상의 가운데손가락을 잘근잘근 씹어먹는 상상을하며</div> <div>분노의 칼날을 갈았다. 그러나 그의 칼은 잘 벼려진 칼날만 있을 뿐, 손잡이가 없어 칼날을 가는 그의 손은 피투성이였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세상과 육탄전을 벌이던</div> <div>나는 심심풀이로 인터넷을 하다 "오늘의 유머" 란 사이트를 알게되었고,</div> <div>어차피 못보는 사람들인데 하며, 그들의 가장된 동정이나 받아보려 그의 얼룩진 수건을 게시판에 펼쳐보였다.</div> <div>"생각지 못한 관심, 예기치 못한 울렁거림"</div> <div>0과1로 점철된 이진수의 세계일 뿐이었지만, 분명히 감정의 동요는 존재하였다.</div> <div>소위 인기글의 최고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많은 관심의 폭발 속에,</div> <div><strong>그는 눈동자에 다시 기름을 끼얹는다. 그의 신념을 다시 태우고 태워 재가 되도록 온도를 높인다</strong>.</div> <div> </div> <div> </div> <div>그 불쌍한 청년에게 물었다. 그 13살짜리 초등학생을 구하는데 있어 가장 무서웠던 것이 무엇이었냐고.</div> <div><strong>"구하려 가는 순간 죽음 앞에 멈칫거리는 내 자신이 가장 무서웠습니다."</strong></div> <div> </div> <div>그 불쌍한 청년에게 물었다. 그 13살짜리 초등학생을 구하는데 있어 가장 두려웠던 것이 무엇이었냐고.</div> <div><strong>"우리 어머니의 김치..그것을 못먹게 될까 두려웠습니다."</strong></div> <div> </div> <div>그 불쌍한 청년에게 물었다. 그런데도 13살짜리 초등학생을 왜 구하러 뛰어들었냐고 물었다.</div> <div><strong>"멈칫거리는 내 발 때문에 저 아이가 죽어 잊혀져 갈까봐 그게 제일 무서웠습니다."</strong></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난 장애인이지만, 아직 군인입니다.</div> <div>난 후회하지 않습니다. 비록 세상은 날 개좆같이 대하였지만 난 나만 바라보는 어머니와 동생이 있습니다.</div> <div>난 비록 두 다리가 없지만,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인생이란 산을 기어올라 갈 것입니다.</div> <div>소설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무난히 살다 무난히 죽을 수도 있었지만, 나란 놈은 역사의 파도와 같이 흔들거림을 택했습니다.</div> <div>그 흔들거림에 무턱대고 서있다면, 금이 가버린 다리와 같이 나는 부서지고 말겠지요.</div> <div>나를 세차게 흔드는 이 바람과 같이 나는 웃으렵니다.</div> <div>바람에 하늘하늘 부대끼는 나뭇잎과 같이..</div> <div> </div> <div> </div> <div>누가 저에게 묻습디다. 당신에게 현충일이란 어떤 날이냐고.</div> <div> </div> <div><strong>난 대답합니다.</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strong>200만원의 싸구려 동냥질을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strong></div> <div><strong>이 불타고 있는 내 신념이, 얼음장 같은 내 다리가 유일하게 자랑스러울 수 있는 하루라고.</strong></div> <div> </div> <div> </div> <div><strong>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strong>여러분은 무슨색의 불꽃으로 세상을 살아갑니까?</strong></div> <div> </div> <div> </div>
네 마음속에 열정과 불꽃이 없다면
넌 "불 필요"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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