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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882240
    작성자 : Expiation
    추천 : 47
    조회수 : 11323
    IP : 27.100.***.233
    댓글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5/14 00:48:14
    원글작성시간 : 2014/05/13 15:01:46
    http://todayhumor.com/?humorbest_882240 모바일
    슬프도록무서운. '창수가 죽었어요'
    끼이익- 쾅!
     
     어느 이른 아침. 무서운 굉음과 함께 도로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앞에 서 있던 승용차를 화물차가 크게 들이박으며 사고가 일어났던 거에요. 사고현장에는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서둘러서 휴대폰으로 119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중에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면서 소리쳤어요.
     
     "저, 저기! 아, 아이가!"
     
      비명을 지르던 사람은 천천히 손가락을 가리켰어요. 화물차와 승용차 사이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자전거가 보였어요. 그리고 그 좁은 틈에 한 아이가 인형처럼 고꾸라진 체 끼어 있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몇 몇은 등을 돌렸어요.
     승용차에서 남자가 나왔어요.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몸을 비틀비틀 거렸어요. 화물차를 운전했던 사람도 차 밖으로 나와 섰어요. 큰 충격에 머리를 부여잡았어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고 상황을 살피다가 아이의 시체를 보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 아아!"
     
     남자는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았어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승용차에서 나왔던 사람도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했어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린 체 바닥에 쓰러졌어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그 두 남자를 부축했어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이 동네에 이처럼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긴 건 정말 드문 일이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슬픔에 눈물을 흘렸어요. 구급차가 오기까지 그 누구도 말소리 하나 내지 않고 흐느끼고 있었어요. 화물차와 승용차 두 남자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요.
     
     
    *
     "예? 차, 창수가요?!"
     
     난데없는 소식에 전화기를 쥐고 있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어요. 전화기 너머로 창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어요,
     
     "그, 그럴리가..."
     
     선생님은 바로 전화를 끊고 옷을 챙겨 입었어요. 교무실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슬픈 얼굴만 지을 뿐이었어요. 선생님은 서둘러 학교를 나와 병원으로 향했어요.
     
     
     
     "서, 선생님..."
     
     허둥지둥 달려오는 선생님을 보며 창수 어머니가 말했어요. 손수건을 두 손으로 꼬옥 쥔 채 충혈된 두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어요. 옆에 의자에 앉아있던 창수 아버지도 선생님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숙였어요.
     
     "창수 어머니.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선생님이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자 창수 어머니는 겨우 참았던 눈물을 다시 쏟았어요. 창수 아버지가 일어나 창수 어머니를 안았어요.
     
     "흐,흐흑. 우, 우리 차... 창수가...흐흑."
     
     창수 어머니는 얼굴을 파묻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어요. 선생님도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두 사람 옆에 안치되어 있는 침대를 바라보았어요. 하얀 천으로 뒤덮힌 채 사람 형상의 실루엣이 눈에 보였어요. 선생님은 조용히 하얀 천에 손을 올렸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의사가 말렸어요, 시신 상태가 너무나 훼손되있어서 보지 않는게 좋을거라고 전했어요.
     
     "차... 창수야..."
     
     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어요. 물밀듯이 눈물이 차오르자 서둘러 응급실을 나와 병원 밖으로 나갔어요.
     
     
     
     시간이 흐르고, 병원 벤치에 앉아있던 선생님에게 창수 아버지가 다가왔어요. 선생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창수 아버지는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어요.
     
     "사실, 오늘 아내랑 창수와 같이 마트에 가는 길이었는데. 창수 요놈이 저 번에 사준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고 그렇게 떼를 써서... 내가... 내가 그 때 안된다고 했어야 되는건데! 흑."
     
     창수 아버지는 또 다시 눈물을 흐르며 가슴을 두드렸어요. 선생님은 창수 아버지의 손을 잡아주었어요.
     
     "아, 아니에요. 아버님때문이 아니에요."
     
     창수 아버지는 손을 뿌리치며 말했어요.
     
     '다 저 때문입니다. 애초에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했어야 하는건데. 하다못해 우리보다 앞서 가는 것도 말렸어야 하는건데. 먼저 마트에 가 있겠다고 하고서. 지금은, 대체... 흐흑."
     
     창수 아버지는 말을 끝내고서는 등을 돌렸어요. 선생님도 너무 슬픈 마음이라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될지 몰랐어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창수 아버지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어요.
     창수 아버지가 떠나고 선생님은 다시 벤치에 앉았어요.
     
     
     
     
     
     사실 창수는 선생님이 제일 아끼는 학생이었어요. 어려운 가정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아이들처럼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창수. 학급 내에서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 매 번 반장을 하기도 했어요. 뇌에 이상이 생겨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창수 어머니. 매일 공사판에 나가 노가다를 하며 가정을 이끌고 있는 창수 아버지. 창수는 그런 부모님을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부모님을 초청해오는 행사 때면, 늘 모셔와서 친구들에게 자랑했어요.
     
     "우리 아빠 근육 장난아니지? 히히. 우리 엄마도 화장하면 진짜 완전 예뻐."
     
     처음에는 학급 친구들 모두 창수 부모님을 보고 가정형편이 좋지 않구나 하고 눈치를 챘지만, 누구 하나 내색하지 않고 함께 어울렸어요. 그만큼 친구들 모두가 좋아하는 창수였어요. 항상 긍정적이고 밝게 사는 창수가 교통사고로 죽다니. 제 자식처럼 아끼던 창수의 사고에 선생님은 그저 가슴이 막혀왔어요. 한동안 벤치에 앉아 있으며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자꾸만 창수의 얼굴이 떠올라 가라앉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어요.
     
     
     
     다음날. 선생님은 창수 소식을 반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해야할지 고민에 빠졌어요. 모두 어린 아이들이라 혹여나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조회 종소리가 울리고, 선생님은 차분히 심호흡을 하고 교실로 향했어요,
     교실은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어요. 평소같았으면 조용히 하라고 교탁을 쳤을 터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교실 풍경을 보니 또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았어요. 잡고 있던 지휘봉을 꼭 부여잡고 선생님은 말을 꺼냈어요.
     
     "저, 얘들아. 사실 할 얘기가 있단다."
     
     웃음기 없는 선생님의 얼굴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어요. 무언가 중요한 얘기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모두가 조용해졌어요. 선생님은 비어있는 창수의 자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어요,
     
     "우리 같은 반 친구 창수가. 어제... 교통사고를 당했단다. 그래서."
     
     선생님은 또 다시 올라오는 슬픔에 말문이 막혔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꼭 얘기해줘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얘기했어요,
     
     "우리 창수가 사고로... 이제는 같이 학교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됐단다. 우리, 창수가..."
     
     선생님은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어요. 아이들 모두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어요. 그런데 창가에 앉아있던 창수와 친한 친구인 서원이가 손을 들었어요.
     
     "선생님! 무슨 말이에요 그게?"
     
     선생님은 서원이를 바라보았어요. 서원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었어요.
     
     "그게 말이다. 창수가 어제 교통사고로... 이제는..."
     
     "응? 어제 저 창수랑 같이 놀았는데?"
     
     서원이의 말에 옆에 있던 친구들 몇몇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선생님이 재차 물었어요.
     
     "차, 창수랑 놀았다니?"
     
     "어제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창수가 자전거 타고 왔었어요."
     
     "맞아요. 어제 창수랑 놀았어요."
     
     서원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일어서서 말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의 대답에 당황했지만 다시 차분한 어조로 물었어요. 
     
     "어제 창수랑 만났던게 사실이니?"
     
     "예! 애들이랑 점심먹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창수가 자전거 타고 와서 같이 놀았어요. 그러다가 가봐야 된다고 하면서 갔는데..."
     
     서원이는 말을 끊고 헉 소리를 냈어요.
     
     "그, 그럼. 우리랑 놀고나서..."
     
     서원이는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 자리에 앉았어요. 그제서야 다른 아이들도 창수의 죽음이 사실임을 알고 조용해졌어요. 그리고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어요. 선생님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저 귀여운 아이들이 우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어요.
     누구보다도 창수와 친헀던 서원이는 몸을 심하게 흔들며 울었어요. 전날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창수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 싫어서 선생님에게 거짓말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런 심한 장난을 칠 선생님이 아니었기에 서원이는 책상끝을 세게 잡은 채 울음을 터뜨렸어요.
     선생님은 조용히 교탁을 두드렸어요.
     
     "너무나 슬픈 일이란건 알아. 그래도 우리 창수는 좋은 곳으로 갔을거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선생님이 말하는 중에도 아이들은 얼굴이 붉어진 채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이런 얘기를 꺼낸 것에 대해 왠지 모를 죄책감도 들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을 달래줘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어요. 그런데 문득 아까 서원이가 한 말이 생각났어요.
     
      ' 잠깐. 점심먹고 놀고있는데 창수가 왔었다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선생님은 반 아이들이 마음을 추스릴 때까지 조용히 있었어요. 그렇게 십여 분이 지나자 울음소리가 잦아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들 몇몇은 훌쩍이면서 창수의 빈자리를 바라보았어요. 그제서야 선생님은 교단에서 내려와 서원이에게 다가갔어요.
     
     "서원아. 어제 창수를 만났다고?"
     
     "흐흑. 예. 같이 재밌게 놀았어요..."
     
     "그게. 너희들이 점심먹고 나서라고?"
     
     "흑. 네에. 다같이 점심먹고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나중에 창수도 와서 진짜 재밌게 놀았는데. 흐흑. 흐윽."
     
     선생님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어요. 주말 오전에 일찍 학교에 나와 학습자료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창수 아버지에게 전화가 오고 창수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너무나도 경황이 없어서 서둘러 학교를 나오긴 했지만 분명 그 때는 오전이었어요. 병원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어요. 선생님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서원이에게 재차 물었어요.
     
     "점심 언제 먹었어? 응? "
     
     선생님이 다그치자 서원이는 놀라서 더 눈물을 흘렸어요.
     
     "왜, 왜요? 흐앙."
     
     서원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선생님은 당황했어요. 그리고 조용히 서원이를 안아주었어요.
     
     "아니, 선생님은 그냥 우리 서원이가 언제 점심 먹었는지 그냥 궁금해서 그래."
     
     서원이는 선생님 품에서 한참을 울먹였어요. 선생님이 등을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어요. 서원이는 훌쩍이며 대답했어요.
     
     "흑. 잘 모르겠어요. 한 12시쯤에 먹었던 것 같아요."
     
     '열, 열두시?'
     
     선생님은 그 말에 흠칫하며 서원이를 놓았어요. 서원이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어요.
     
     "12시에 점심을 먹은게 맞아?"
     
     "흐으윽. 네, 맞아요. 12시에 밥 먹고 놀러 나갔어요."
     
    선생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한참동안 서원이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조용히 뒤돌아섰어요.
     
     '그, 그럴리가.'
     
     분명 어제 사고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 창수 부모님을 만난건 오전의 일이었어요. 그 때는 이미 창수가 사고로 죽었어요. 하지만 서원이는 12시에 점심을 먹고 나서 창수를 만났다고 말했어요.
     
     '이, 이게... 무슨 일이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았어요. 창수가 사고로 죽었는데 창수를 만났다니. 갑작스런 혼란이 찾아오자 선생님은 어지러움을 느꼈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서원이가 한 말을 다시 되새기며 중얼중얼 거렸어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자 아이들은 무서워졌어요. 결국 조용하던 아이들이 다시 울음을 터뜨렸어요.
     
     "왜, 왜 그러세요 선생님. 으아앙~"
     
     교실이 울음소리로 시끄러워졌어요. 옆 교실에서 수업중이던 선생님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어요. 하지만 선생님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서원이의 말만 머리 속을 맴돌 뿐이었어요.
     
     '점심을 먹고 창수를 만났다니. 이게 대체 무슨...'
     
     선생님은 침착히 생각했어요. 서원이가 점심먹은 시간을 잘못 알고 있던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어요. 아니면 너무 경황이 없던 터라 병원에 간 시간을 잘못 알고있었나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분명 그건 오전의 일이었어요. 이미 창수가 죽었다는건 병원에서 확인을 했었어요. 하지만 서원이의 말을 들어보면 점심이후로 만나 놀았다고 했어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곰곰히 생각에 잠기면 잠길수록 머릿 속 한 구석에서 창수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환한 얼굴의 창수였어요. 창수는 여기저기 머릿속을 뛰어다니며 헤헤- 하고 웃음을 지었어요.
     선생님은 왠지 모를 현기증이 일어나 서둘러 교실 밖을 나왔어요.
     
     
     
     
     몇 일이 지나도록 창수의 빈 자리에 아이들은 마음이 울적했어요. 누구보다도 창수와 친했던 서원이는 눈에 띄게 말 수가 줄었어요. 사실 창수가 죽은 그 날 이후로 이상한 소문이 돌았거든요. 사고로 죽은 창수가 귀신이 된 채로 놀이터에 친구들과 놀러 왔다는 이야기였어요. 누군가 나쁜 소문을 퍼뜨린 거라고 어른들은 쉬쉬 했지만 서원이와 친구들은 왠지 모르게 오싹했어요.
     
     "그 때. 정말 창수가 맞았지?"
     
     "으..응. 분명 창수였어. 새로 산 자전거라고 막 자랑도 하고 그랬잖아."
     
     그 때 놀이터에서 같이 어울렸던건 분명 창수가 맞았어요. 하지만  어른들은 창수는 이미 오전에 사고로 죽었다고 했어요. 서원이는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귀, 귀신일 리가 없어!"
     
     서원이가 소리쳤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그저 묵묵히 쳐다볼 뿐 이었어요. 사실 친구들 대부분은 속으로 귀신을 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창수와 각별한 사이였던 서원이였기에 다들 속마음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서원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귀신같은 것 일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자기가 잘못 본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어요. 놀이터에서 창수와 주고 받은 한마디, 한마디가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
     놀이터에 제일 먼저 도착한 건 서원이였어요. 오랜만의 일요일이라 빨리 놀고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점심도 급하게 먹고 한걸음에 달려나왔어요.
     
     "치이. 내가 제일 먼저왔잖아."
     
     서원이는 아무도 없는 놀이터를 바라보며 궁시렁 댔어요. 이윽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어요. 서원이는 자기만 먼저 왔다는 분한 마음에 같이 어울려 놀지 않았어요.
     
     "어? 창수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던 친구가 담벼락 위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서원이도 그 곳을 바라보았어요. 담장 위 도보에는 창수가 자전거를 탄 채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서원이는 기쁜 마음에 힘껏 소리쳤어요.
     
     "야아~ 창수야~ 같이 놀자!"
     
     그 말에 창수는 자전거에서 내렸어요. 그리고 놀이터를 향해 내려가다가 멈춰섰어요. 친구들을 만나 기분이 좋았지만 무언가 마음에 걸려 안절부절하지 못했어요.
     
     "야! 왜 안 와!"
     
     서원이가 놀이터 밖으로 나와 창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가만히 서 있던 창수의 팔을 힘껏 잡아 당겼어요.
     
     "왜에! 같이 놀자."
     
     하지만 창수는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어요.
     
     "사, 사실. 난 여기 있으면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야. 빨리 가자. 너 없으니까 너무 심심해."
     
     서원이가 싱긋 웃었어요. 그제야 창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 놀이터로 걸어갔어요. 창수가 함께 하자 서원이도 흥이났어요. 창수가 오기 전과 너무 다른 서원이의 태도에 친구들은 입을 삐쭉 내밀었지만 개의치 않고 재미있게 놀았어요.
     한동안 함께 놀다가 창수가 말했어요.
     
     "미,미안. 나 이제 가봐야 돼."
     
     "왜에 벌써?"
     
     서원이가 창수의 손을 잡았어요.
     
     "너무 오래 이 곳에 있었어. 빨리 가야돼."
     
     창수가 손을 놓으려 하자 서원이가 더 세게 잡아당겼어요.
     
     "어딜 간다는건데~"
     
     창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어요. 하지만 있는 힘껏 손을 뿌리쳤어요.
     
     "빨리 가봐야 돼. 여기 있으면 안 돼."
     
     창수는 서둘러 놀이터를 나와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어요. 서원이는 창수의 행동에 기분이 상했어요. 그래서 창수가 있는 도로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어요.
     
     "됐어! 이 배신자야!"
     
     
     
     
     
     선생님은 '정다운 마을' 을 찾아 갔어요. 바로 이 마을에 창수네 부모님이 살고 있었어요. 창수가 사고를 당한 그 날 이후로 계속 찝찝한 기분이 들었던 선생님은 아무래도 창수 부모님을 만나야 될 것 같았어요.
     
     "계세요?"
     
     선생님이 가볍게 문을 두드렸어요. 이윽고 문이 열리며 창수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어요.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방문에 창수 어머니는 화들짝 놀랐어요.
     
     "아,아니. 선생님이 이 곳은 어떻게..."
     
     선생님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어요. 집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보고는 선생님은 가슴이 무거웠어요. 이런 곳에서 창수가 밝게 자랐다고 생각하니 기특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거실에 앉아있던 선생님에게 창수 어머니는 차 한 잔을 가져왔어요. 선생님은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은 받아 마셨어요. 창수어머니가 말을 꺼냈어요.
     
     "그런데, 이 곳엔 무슨 일로?"
     
     "사실. 그 날 이후로 제대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이렇게 늦게나마 찾아뵜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아니에요. 이렇게까지 찾아와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창수 어머니는 울먹거리면서 말했어요. 한동안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창수 어머니의 손을 선생님이 꼬옥 잡아주었어요.
     
     "창수는 분명 좋은 곳으로 갔을거에요. 그렇게 착하고 씩씩한 아이였으니."
     
     선생님의 말에 창수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 냈어요. 선생님도 울음을 참지 못했어요. 기약없는 흐느낌이 집 안을 계속해서 맴돌았어요.
     
     이 집을 떠나려고 했던 참인지 거실 한 쪽에는 온갖 짐들이 쌓여있었어요. 선생님은 짐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저, 이제 여기를 떠나시려고 하시나요?"
     
     "네에. 이제 다른 곳에 가서 살려구요. 창수도 없는 마당에 창수 아버지랑 같이 조용한 곳에 가려고요."
     
     창수 어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선생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창수 방도 좀 봐도 될까요?"
     
     창수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선생님은 창수 방으로 들어갔어요. 테이프로 둘둘 만 종이상자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어요. 아마도 책상으로 쓰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구석에는 몇 벌 없는 옷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어요. 가운에에 놓여 있는 이불 옆에는 창수가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과 친구들과 찍은 사진 몇 장이 놓여 있었어요.
     선생님은 벽에 손을 대고 차분히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리고 바닥에 풀썩 앉았어요.
     
     "차, 창수야..."
     
     벽을 맞대고 거실에서는 창수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방에서는 선생님의 조용한 흐느낌이 계속되었어요. 선생님은 벽에 기댄 채 고개를 돌려 사진을 보았어요. 사진 속에서는 창수가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창수어머니에게 말씀 드려야겠어.'
     
     선생님은 힘없는 몸을 일으켜 세워 거실로 나갔어요. 거실에서 창수 어머니는 아까와 다름 없는 자세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요.
     
     "저 창수 어머님..."
     
     선생님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어요. 창수가 사고가 일어나던 날. 오후에 같은 반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창수와 함께 놀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어요. 창수 어머니는 이야기를 너무 듣고 놀라 말했어요.
     
     "세, 세상에. 그럴 리가."
     
     "예. 저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아이들이 그런 거짓말을 할 애들이 아니라서."
     
     "우, 우리 창수가..."
     
     창수 어머니는 더더욱 눈물을 흘렸어요.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했어요.
     
     "그런 소문이 있더라고요. 창수가 죽어서 귀신이 된 체, 친구들과 놀았던 거라고. 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은..."
     
     "귀, 귀신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흐흑. 우리 창수 얼굴을..."
     
     창수어머니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선생님은 괜한 이야기를 했나 싶었어요. 창수의 죽음이 뭔가 석연치 않아 창수 부모님에게 사실확인을 하러 왔던게 오히려 슬픔을 부추기는 꼴이 되었어요. 어지럽혀진 짐들과 함께 쾨쾨한 냄새가 집 안을 감돌았어요. 선생님은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일어났어요. 마당을 나와 창수 어머니가 있는 방문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어요. 대문을 지나 길거리에 나왔는데도 창수네 집에서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은 '정다운 마을' 을 조용히 걸었어요. 너무나도 화창한 날씨에 선생님은 미간이 찌푸려졌어요. 사람이 죽어도 별 다를 것 없이 돌아가는 이 세상에 얄미운 마음이 들었어요. 이토록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웃음을 짓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었어요.
     
     '하아... 정말...'
     
     선생님은 고개를 세게 흔들며 크게 숨을 내쉬었어요. 급작스레 달아오른 감정을 달래기 위해 근처 벤치에 앉았어요. 담배를 꺼내들고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가벼운 바람이 슥- 하고 불어왔어요. 선생님은 두 눈을 감고 바람에 몸을 맡겼어요. 너무나도 상쾌하고 편안했어요.
     
     부스럭-
     
     선생님의 무릎에 바람을 타고온 종이가 비벼댔어요. 선생님은 눈을 뜨고 그 종이를 줏어 들었어요. 그리고 꾸깃꾸깃 구기고 옆에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어요.
     
     "어?"
     
     선생님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구겼던 종이를 다시 펼쳐 보았어요. 실종자를 찾는 전단지였어요. 창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를 찾는다는 글이었어요. 교통사고에 실종사고까지.
     
     '갑자기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선생님은 실종자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어요. 창수처럼 환하게 웃으며 V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선생님은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더 이상 나쁜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어요. 교통사고나 실종사고나 모두, 평범한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들이었어요.
     
     '아. 이 애도 창수가 사고 당하던 날에 실종됐나보구나... 어 잠깐?'
     
     선생님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진 체 그 전단지를 주시했어요. 꺼림칙한 기분을 차분히 짓누르며 사진 밑의 글을 읽고 또 읽었어요.
     
     '이, 이게...'
     
     전단지에는 실종된 아이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어요. 오전에 자전거를 타고 '정다운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실종됐다는 글이었어요. 선생님은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어요. 창수가 교통사고 당할 당시와 기분 나쁘게 비슷한 실종 아이의 설명이 또 다시 선생님의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선생님은 한동안 전단지를 주시하다 이내 벤치에서 일어났어요. 그리고  전단지를 고이 접고서는 주머니에 넣었어요. 무언가 해야할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선생님은 급히 주변을 경계하더니 빠른 발걸음으로 그 거리에서 사라졌어요.
                         
     
     
     
     *
    선생님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어요.
     
     '설마. 아닐거야.'
     
     좀 전에 형사와 나눈 대화는 품지 말아야할 의문심에 더욱 큰 불을 질렀어요.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한 제 자신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고 못 됐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어요.
     
     '그래서는 안 돼...'
     
     선생님은 가슴이 먹먹했어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이 맞는 것일까. 창수의 죽음에 대해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불안한 그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어요.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혹시나 하는 그 의구심은 지울 수가 없었어요.
     
     '만나야 해.'
     
     선생님은 주머니에 넣어둔 전단지를 꺼냈어요. 전단지에는 실종자 아이 부모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어요. 선생님은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어요.
     
     "예... 예. 그럼 그 쪽으로 제가 가겠습니다."
     
     전화를 마친 선생님은 떨리는 마음을 붙들고,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어요. 창수네 집에서 방금 전 경찰서까지, 선생님은 온갖 의문들로 뒤섞인 머리를 식히기 위해 택시 의자에 가만히 몸을 기댔어요.
     
     "하아."
     
     두 눈을 감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몇 번이나 곱씹었어요.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게... 너무 오바하고 있는건 아닐까. 혹여나 사실이 아니라면 난 창수를 두 번 죽이는 일이야. 이게 선생님으로서 해도 되는 일일까.'
     
     가슴이 답답해지자 창문을 열었어요. 주변에 지나가는 차들의 매케한 연기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택시 안으로 들어왔어요. 맑은 공기가 힘차게 입 안으로 들어오자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선생님은 택시 기사의 눈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어요. 그리고 조용히 아까 형사와 나눈 이야기를 생각했어요.
     
     
     
     *
     "창수학생 선생님 되신다고요?"
     
     "아, 예. 창수 담임선생님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선생님은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남자는 적당히 그을린 얼굴과 우람한 체격에 듬직한 아저씨였어요.
     
     "그 때... 사고 당시 상황이 어땠었는지가 좀 궁금해서요. 또 창수 부모님들도 어떠셨는지도 좀..."
     
     남자는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어요.
     
     "그걸 선생님께서 왜 궁금해 하시죠?"
     
     "아, 아니. 저도 선생님으로서 좀 자세히 알았으면 해서요. 반 아이들에게도 이런저런 주의도 해주고 싶고. 특히 창수 부모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하아. 뭐 그 때 사고 당시 난리도 아니였죠."
     
     남자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침을 삼켰어요.
     
     "앞에는 승용차에 뒤에는 화물차에. 아주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졸음운전이었어요! 뒤에 그 화물차 새끼. 아이고. 아무튼 출동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그 사이에 애가 껴 있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어요."
     
     남자는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고래를 절레절레 지었어요. 선생님은 초조한 눈빛으로 물었어요.
     
     "심하게 훼손되었나요?"
     
     "참혹할 지경이었어요. 다시는 보고싶지 않아요."
     
     선생님은 순간 병원에 찾아갔던 일을 떠올렸어요. 하얀 천을 들어내려 하자 의사가 보지않는게 좋을거라고 말했었어요.
     
     "그래서 119대원들이 와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데. 창수 부모님이 오셨더라고요. 시신을 천으로 가리기도 전에 말이에요. 시신을 보더니 그 두 분이 얼마나 통곡을 하셨는지."
     
     "그 모습을 봤겠군요."
     
     "예. 그랬겠지요. 어느 부모라도 자식이 그런 꼴이 된 거 보면... 저두 그 날 퇴근하고 집에와서 딸을 보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를겁니다."
     
     남자는 담배를 펴도 되냐고 양해의 손짓을 보였어요. 선생님은 괜찮다며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면서 선생님은 다시 물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시신이 훼손됐는데 창수 부모님은 창수인걸 금방 알아차렸네요?"
     
     "아무리 자식이 그렇게 됐더래도 부모니까 알아보겠지요. 뭐, 사고 당시 입고 있던 옷이나 자전거가 창수라는 학생 것이 맞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죠. 대게 사고란게 그렇잖아요."
     
     남자의 말에 선생님은 눈을 번뜩였어요.
     
     "그, 그런가요?"
     
     "네, 뭐 그렇죠. 시신이 워낙에 손상되서 육안으로 쉽게 확인도 안되고, 창수학생 치과기록이 있어서 치아구조로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다 뭉개져서 알 수도 없고. 혈흔으로 DNA 검사라도 해서 알아보려고도 했는데. 그게 사람이 할 짓이겠어요. 부모가 자기 자식이 맞다고 하는데. 두 번 죽일 일 있어요? 그나마 애 보험이라도 들어놔서 남은 여생은 잘 살 수 있을려나 몰라."
     
     "그럼... 그게 창수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남자는 선생님의 말에 쏘아보듯이 쳐다보았어요.
     
     "예?"
     
     선생님은 당황해서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어요.
     
     "아, 아니. 그냥,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당신 누구요? 창수 선생님 맞아?"
     
     남자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어요. 선생님은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는 학교에 급한 볼 일이 생겼다면서 황급히 그 자리에서 나왔어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하는 동안 뒤에서 쏘아보는 남자의 눈빛이 귀 언저리에서 느껴졌어요.
     
     
     
     
     약속 장소인 카페에 도착한 선생님은 커피 한 잔을 시켰어요. 선생님은 커피 한 모금 들이키면서 곰곰히 생각했어요.
     
     '그래도 뭔가 이상해. 무언가 있어.'
     
     창수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해괴한 의문이 밀물처럼 들어왔어요. 소용돌이처럼 두 개의 생각이 머리 속을 휩쓸자 선생님은 또 다시 현기증이 났어요.
     
     "저, 아까 전화하신 분?"
     
     검은색의 단정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어요. 선생님은 급히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 놓고 일어섰어요.
     
     "예. 아까 전화드린 사람입니다."
     
     여자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았어요. 너무나 야윈 얼굴이었어요.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빨갛게 충혈된 두 눈은 그동안 얼마나 슬픔에 잠겨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만나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실종 당시에 대해 좀 자세히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그래야 아이를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무례함을 용서해주세요."
     
     "아, 아니에요. 우리 아이를 찾을 수만 있다면 괜찮습니다."
     
     여자는 건조한 어조로 계속 말을 이어갔어요.
     
     "일요일이었어요. 그 날 오후에 남편이랑 아이랑 같이 여행갈 계획이라서 아침부터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어요. 남편은 이것 저것 여행물품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고 저는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어서 애가 많이 심심했을 거에요. 그래서 저한테 밖에서 자전거 타고 온다고 나간다길래 그래라 했죠. 그런데..."
     
     여자는 말하면서 목소리가 가느게 떨리더니 결국은 울음을 터뜨렸어요.
     
     "흐흑, 나가지 말라고 말했어야 하는건데! 워낙에 자전거 타는걸 좋아하는 애라서. 정다운 마을 근처에서만 놀라고 얘기를 했는데... 흑. 나가지 말라고... 나가지 말라고 했어야 했어요!"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어요. 선생님은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어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여자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말했어요.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 찾게 해주세요. 흐흑. "
     
     여자는 선생님의 손을 꼭 잡았어요. 부들거리는 여자의 손에서 선생님은 무거운 슬픔이 느껴졌어요. 대뜸 찾아달라고 도와달라고 붙잡는 여자의 눈빛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이 보였어요.
     
     "예에... 저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도와드릴게요. 반드시요."
     
     여자는 잡았던 손을 놓고 미안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숙였어요.
     
     "저, 그럼 그 애가 타고 있던 자전거가 혹시?"
     
     선생님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예전에 반 아이들에게 창수가 샀다던 자전거가 어떤건지 물었었어요. 여자에게 보여준 사진은 바로 그 자전거 사진이었어요.
     
     "네에, 맞아요! 보셨어요? 보신거에요?"
     
     여자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 옆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어요. 그리고 다시 선생님의 손을 꼬옥 잡았어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선생님은 난처해졌어요. 그래서 무어라 둘러댈 말을 생각했어요.
     
     "그, 그게. 저희 반 아이들이 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를 본 것 같다고 해서."
     
     "하아아... 어디서요? 어디에서요? 살아있대요? 아, 제발..."
     
     여자는 횡설수설하면서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어요. 어느새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선생님과 여자에게 주목하기 시작헀어요. 무릎을 꿇은 여자와 남자의 모습. 몇몇은 그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 하면서 말했어요.
     
     -저 아저씨 진짜 쓰레기네. 여자가 저렇게 무릎꿇고 그러면 용서해줘야지.
     
     -야. 저 아줌마가 바람이라도 났나보지.
     
     여기저기서 수근수근대는 소리가 계속 되었어요. 하지만 여자는 주변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울먹이며 말했어요.
     
     "살아있는거죠? 살아있죠? 말해줘요. 어딨어요... 어딨어요 우리 아이!"
     
     
     
    *
     서원이부터 시작해서 실종자 어머니까지. 막연한 의문 하나에 어둠 속을 방황하던 선생님은 비로소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둠 속에서 발견한 빛 한줄기가 아닌, 벌건 대낮에 음침한 지하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선생님은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열차에 몸을 실었어요.
     
     '그래. 이건 무언가 있는거야. 뭔가 잘못된 거야.'
     
     선생님은 스스로를 격려했어요. 이렇게라도 자기 행동을 합리화시키지 않으면 해나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진실을 마주하려면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 듯 말이에요. 하지만 자꾸만 몰려오는 불안감과 공포는 자꾸만 뒷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어요.
     
     '창수가 정말로 죽은거라면...? 난 지금 정말 무례하다 못해 인간으로서 자격도 없는거야... 창수야.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어요. 모든 일의 시작은 서원이였어요. 죽은 창수를 만났다는 이야기.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실종자 전단지. 형사에게 들은 이야기. 마지막으로 몇일 전 만난 실종자 어머니 이야기까지. 끝을 내다볼 수 없는 이 발걸음에 힘을 실고 움직일 수 있었던건 단지 의문 하나 때문이었어요.
     
     '정말 창수가 살아있다면...'
     
     선생님은 혼돈스러운 머리 속을 투명하게 비웠어요. 그리고 다짐했어요. 결과가 어떻게되든 나는 내 소신대로 행동하고 생각하겠다고. 후회없는 선택을 하겠다고요.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선생님은 휴대폰을 꺼내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창수 부모님이 이사 간 주소를 몇 번이나 읊조렸어요.
     
     
     
      어느덧 해가 지고 서서히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야할 저녁이 되었어요. 선생님은 인근 주민들에게 겨우겨우 물어 주소지에 도착했어요. 평범한 일반 가정집이었어요. 선생님은 현관문 앞에서 한동안 머뭇거렸어요. 왠지 모를 소름이 온 몸에 올라왔어요. 그건, 진실을 마주하기 직전의 긴장감. 아니 그 이상의 공포였을지도 몰라요. 선생님은 떨리는 마음을 안고 벨을 눌렀어요.
     
     띵동-
     
     인기척이 없었어요. 선생님은 다시 한 번 더 눌러보았어요.
     
     띵동-
     
     "누구세요?"
     
     앳된 남자아이 목소리가 들렸어요. 선생님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어요.
     
     "저, 혹시 어머니 계신가요? 뭐 좀 물어보려고 찾아왔어요."
     
     "엄마 없는데?"
     
     선생님은 목소리를 듣고 심박수가 빨라지기 시작했어요.
     
     '아... 아닐거야.'
     
     선생님은 다시 차분한 어조로 말했어요.
     
     "그럼 좀 들어가도 될까요?"
     
     "아...예. 잠시만요. 나갈게요."
     
     인터폰이 끊기는 소리와 함께 선생님은 큰 숨을 내쉬었어요. 그리고 머릿 속이 어지러워지는게 느껴졌어요. 마침내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 온 거에요. 선생님은 자신의 헛된 의문이 거짓이기만을 간절히 바랐어요. 그러면서도 혹여나 하면서 품었던 의문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이러니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어요. 어떻게 걸어왔든 지금 이 앞에는 진실이 놓여 있으니까요.
     
     철컥-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어요. 선생님은 조용히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어요. 마주한 아이의 모습이 보였어요.
     
     "세... 세상에..."
     
      대문 뒤 편에는 있지 말아야할 아이가 있었어요. 이미 존재해서는 안될 아이가 있었어요. 아니, 있기만을 바랐던 아이가 있었어요. 있어야만 했던 아이가 있었어요. 선생님은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너무나 환하고 예쁜 미소를 지녔었던 아이가 지금, 지닌 채 눈 앞에 서 있었어요. 선생님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어요. 드디어 진실을 마주했어요.
     
     "차... 창수야!"
     
     "선생님?"
     
     창수가 문 밖으로 나왔어요.
     
     "어떻게 오신거에요? 우와! "
     
     창수는 여느때와 밝은 모습으로 선생님에게 인사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려했어요.
     
     "선생니임~ 왜 그러세요~ 얼른 일어나요."
     
     멍하니 그런 창수 얼굴을 바라보던 선생님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어요. 창수는 신이 난 듯 선생님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긴 어떻게 오신거에요, 진짜! 대박이다. 헤헤."
     
     창수가 웃으면서 얘기했어요. 선생님은 창수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느꼈어요. 예전에도 느꼈던 그 따스한 웃음이었어요. 지금 마주한 이 아이가 창수가 분명하다는 믿음이 들었어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선생님은 몸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어요.
     현관문을 들어서며 창수가 소리쳤어요.
     
     "엄마! 선생님 왔어."
     
     선생님은 순간 창수의 손을 놓았어요. 그리고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로 부엌에서 나오는 창수 어머니를 마주했어요.
     
     "누구 왔다고...? 허헉!"
     
     창수 어머니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그릇을 떨어뜨렸어요.
     
     그르륵- 그르륵-
     
     듣기싫은 괴음과 함께 창수 발 앞에 굴러갔어요. 창수는 그걸 집어들고서 부엌으로 가져갔어요. 미동도 없이 꿈쩍않고 서 있던 선생님은 부르르 떨며 겨우 입을 열었어요.
     
     "어, 어머님... 지,지,지금 이...이게..."
     
     창수 어머니는 겁에 질린 눈으로 선생님을 쳐다보았어요.
     
     "사, 사실은..."
     
     "지,지금... 어머님이. 지금 무슨 짓을 한 지 아세요!"
     
     선생님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서...선생님~ 으아앙. 엄마~"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창수가 부엌에서 나와 엄마에게 안겼어요. 창수 어머니는 허리를 숙이고 창수를 안아주었어요.
     
     "아,아니야. 엄마가 잘못한게 있어서 그래. 창수야 잠깐 나가서 놀고 있을래? "
     
     창수 어머니는 창수를 달래주었어요. 그리고 같이 손을 잡고 현관문 밖으로 나갔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씩씩- 거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어요. 그리고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이... 있지 말아야 했는데. 흐흐흑-"
     
     얼마 후 창수 어머니가 들어왔어요. 창수 어머니는 소파를 향해 가볍게 손짓하고 앉았어요.
     
     "아니요. 저는 여기 서서 듣겠습니다."
     
     선생님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담담하게 말했어요.
     
     "선생님. 사실은..."
     
     "당장 말하세요! 이게 무슨일이에요!"
     
     선생님은 다시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자 창수 어머니는 소파에 일어나 선생님에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입을 열었어요.
     
     "그래요~ 우리 창수 살아있어요. 살아있다고요! 저렇게 예쁜 창수가! 우리 사이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창수가! 흐흑. 살아 있어요! 살아있다고요."
     
     창수 어머니는 뜨거워진 눈시울에서 눈물을 토해냈어요. 창수어머니의 외침에 선생님은 흥분되서 풀렸던 정신을 붙잡았어요. 하지만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어머님.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온지 아세요? 제가... 제가 여기까지 오면서. 설마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하고 몇 번을 곱씹으며! 아닐거라는 생각으로 이 곳에 왔는데!"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또 높아지자 창수 어머니는 무릎을 꿇었어요. 그리고 울음섞인 괴성을 질렀어요.
     
     "창수가 살았잖아아! 우리 창수가 살았다고!"
     
     창수 어머니는 선생님의 바짓자락을 잡았어요. 그리고 너무나 슬프게 소리를 지르며 흔들었어요.
     
     "나도! 흐흑. 나도 죽은 줄만 알았다고요! 그런데. 아니었어. 창수가 살아있었다고!"
     
     창수 어머니는 눈물 뿐만 아니라 콧물과 침을 토해냈어요. 마치 떼쓰는 어린아이같이 보이기도 했어요.
     
     "나도. 나도 그때는 몰랐어. 진짜 우리 창수가 죽은 줄만 알았어...흐흑. 창수가 입던 옷이랑 자전거랑... 흑. 그런데 병원에서 잠시 집에 와보니 창수가 있었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창수가! 마트에서 기다리다가 우리가 안오길래 집으로 온거였어..."
     
     창수 어머니는 계속 말을 이어갔어요.
     
     "처음에는 어떡하지 하고 생각을 했어. 창수가 이렇게 살아돌아왔으니까... 그러면 병원에 그 애는 누구지 하고.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 애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어. 그런데..."
     
     창수 어머니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진정시켰어요. 그리고 덜덜 떠는 입술로 입을 열었어요.
     
     "창수가 죽은줄로만 알고 여기저기서 위로금을 보내주는거야... 정말... 적지 않은 돈이었어. 이 돈이면 평생은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어..."
     
     창수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쳐다보았어요.
     
     "선생님도... 선생님도 우리 창수 좋아했잖아요? 네? 말해보세요~ 매 번 거지같은 옷만 입고다니는거! 밥 한 번 제대로 못 먹여줘서 학교에서 하루 끼니 다 먹고 오는거! 어디서 줏어온 자전거를 새거라고 줘도 행복해하고! 그렇게 내색않고 밝게 지내는거! 그게 우리 창수에요~ 흑- 우리 창수라고요! "
     
     창수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손을 잡았어요.
     
     "선생님도 이해하죠? 아니, 이해해 주셔야 되요. 지금 우리 창수 봐요. 이렇게 좋은 집에 살고 있어요. 저 아이가 앞으로 살아야할 곳은 여기인 거에요. 더 이상 전처럼 거지처럼 살게 할 수는 없어요... 제발... 그러니까 제발. 흐흐흑."
     
     선생님은 심장을 짓누르듯 가슴이 아파왔어요. 자신은 지금 진실을 마주했어요. 하지만 진실을 마주했을 때 분노가 일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지금은 가슴이 아팠어요. 창수 어머니가 흐느끼는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웠어요. 선생님은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어요. 더 정신을 잃기 전에 얘기해야할 게 있다는 생각에 눈에 힘을 주고 말했어요.
     
     "그 때 그 사고로 죽은 그 아이. 지금 실종된 줄 알고 부모가 찾고 있어요... 그 마음을 아세요?"
     
     "어차피 죽은 애잖아요... 네? 차라리 실종된게 다행일거에요... 내가 봤어요. 내가 그 아이 시체를 봤다고요...흑. 안보는게 나을거에요. 아니 평생 모르는게 나을거에요.'
     
     창수어머니는 다시 선생님을 쳐다보았어요.
     
     "우리 창수 이제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선생님. 선생님... 우리 창수 많이 예뻐해줬잖아요. 우리 창수 정말 착한 아이잖아요.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창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엎드렸어요. 그리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어요.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은 계속된 현기증에 창수 어머니를 뒤로 하고 현관문 밖으로 나왔어요.
     
     "어? 선생님~"
     
     창수가 선생님을 보며 손짓했어요. 선생님이 창수에게 다가갔어요. 창수는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조용히 창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창수야."
     
     "네에 왜요~"
     
      선생님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어요.
     
     "행복하니?"
     
     창수는 말 없이 그저 씨익- 하고 웃었어요. 선생님은 왈칵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는 눈물 흘리는 모습을 들킬까봐 창수를 꼭 안았어요.
     
     "왜 이러세요 선생님~ 숨 막혀요."
     
     하지만 선생님은 창수를 놓아주지 않았어요. 더욱 더 창수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어요.
     
     "창수야...흐흑. 행복하니? 으흐흑, 행복한거야?"
     
     창수는 선생님이 울고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자그마한 손을 들고 선생님의 등을 토닥토닥 쳐주었어요.
     
     "선생님.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매일 고기반찬도 먹구요.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고요. 이렇게 좋은 집에서도 살구요... 이제... 새 학교도 다니구요... 훌쩍. 새 친구들도 만나구요오... 흐으으..."
     
     창수가 울먹거렸어요.
     
     "다 행복한데... 힝. 애들이 보고 싶어요. 서원이도 너무 보고싶고. 선생님도 너무 보고싶었어요! 흐아앙-"
     
     창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어요. 선생님은 창수의 등을 두드려줬어요.
     
     " 나 이제 여기서는 창수라는 이름도 쓰면 안된대요... 흐흑. 이제는 창원이래요. 이제 창수는 없어요... 이제 창수라는 이름은 없는거에요...흐흑."
     
     선생님은 창수를 다시 한 번 꼬옥 안았어요. 창수는 선생님 품 안에서 계속해서 울먹였어요.
     
     '창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선생님은 마음속 깊이 다짐했어요.  그러자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바람에 휩쓸려 나간 듯 사라졌어요. 아까부터 짖어댔던 현기증도 없어졌어요. 이젠 드넓은 초원과 상쾌한 바람만이 머리 속을 가득채웠어요. 한결 가벼워진 머리에 선생님은 두 눈을 살며시 감았어요.
     
     창수가 울먹이는 소리가 희미해지자, 선생님은 창수를 품에서 놓아주었어요. 그리고 창수를 향해 말했어요.
     
     "창수는 씩씩하니까. 여기서도 잘 지낼 수 있을거야. 아니지, 이제는 창원이지? 선생님도 자주 놀러올게. 맛있는거 사들고. 그리고 나중에는 서원이도 데리고 올게."
     
     "정말이에요? 약속해요!"
     
     창수는 눈물을 닦고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요. 선생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끼웠어요. 그제서야 창수는 배시시 웃었어요.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 쪽을 보고있던 창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어요. 선생님은 다시 끌어오르는 감정을 다스리면서 천천히 대문으로 걸어갔어요. 창수 어머니는 선생님을 배웅이라도 하려는 듯 뒤따라 나왔어요.
     
     
     
     대문 밖을 나선 선생님은 아까부터 머리 속 평원에서 가만히 서 있는 소년이 보였어요. 무언가 말을 하려는지 입을 오물오물 거리고 있었어요. 그 소년에게는 왠지 모를 침울한 분위기가 풍겨나왔어요. 이 때문인지 선생님은 잠시 가셨던 현기증이 다시 찾아오는게 느껴졌어요. 선생님은 다시 눈에 힘을 주고서 밖으로 걸어나왔어요. 창수 어머니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아아, 그런데 말이에요..."
     
     선생님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창수어머니를 향해 말했어요.
     
     "네,네에?"
     
     창수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어요.
     
     "여기저기서 위로금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는데..."
     
     "네에..."
     
     선생님은 조금씩 창수 어머니쪽으로 걸어왔어요.
     
     "그 돈으로 여기서 생활하시고 계신거죠?"
     
     "네? 네에..."
     
     "사실 제가 여기 오기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이 다가오자 창수 어머니는 저도 모르게 다리가 떨렸어요.
     
     "네에... 그래...서요?"
     
     "형사님한테 들은건데. 창수... 보험에 가입했더라고요?"
     
     선생님이 창수 어머니 앞에 마주섰어요. 창수 어머니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어요. 그리고 가빠진 호흡이 선생님에게도 느껴졌어요. 선생님은 차분한 어조로 창수 어머니 귓가에 대고 속삭였어요.
     
     "설마... 아니겠죠?"
     
     "......."
     
     창수 어머니는 심하게 흔들리는 다리를 손으로 부여잡았어요. 선생님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고 뒤돌아섰어요.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새끼손가락을 위로 들어올렸어요.
     
     
     
     
    *
     소름 끼치게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어요. 벤치에 앉아있던 선생님은 어지러운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숙였어요. 꽤 예전부터 보였던 망상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너무나도 맑고 푸른 넓은 평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그리고 상쾌하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한가운데에 서서 무언가 웅얼거리는 소년. 그 소년은 계속해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선생님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평원에 부는 바람이 소년의 묘한 침울함을 태워 선생님에게 전해주었어요. 매번, 매일, 매년.
     선생님은 어지러움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꺼내 물었어요. 불을 켜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담배에 불이 붙을 때 마다 바람이 매섭게 찾아와 불을 껐어요. 몇 분을 그렇게 라이터와 싸우다 선생님은 결국 포기했어요.
     벤치에 몸을 기대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어요.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어요. 분명 맑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입 안에 감기는 바람은 씁쓸한 맛이 났어요. 선생님은 저도 모르게 침을 뱉어냈어요. 너무나도 씁쓸한 바람이었어요.
     
     
     
     
     
    Expiation의 꼬릿말입니다
    -상하- 편을 합쳐 완전글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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