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의 주제를 성나정을 차지하기 위한 쓰레기 vs 칠봉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면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이 드라마의 본질은 등장인물 각자의 identity 찾기 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화는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지루하다는 둥 칠봉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둥의 반응이 많아서 좀 당황스럽다.
일단, 쓰레기와 나정이의 관계를 보자면, 이제껏 쓰레기는 그저 나정이의 죽은 친오빠 역할에 급급했고,
결국 그 한계로 인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어머니 장례식을 통해 단편적이지만 극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칠봉이.
성동일이 입원했는데 병문안을 간 것은 성나정과 칠봉이이다.
쓰레기는, 물론 병원에서 나정이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겠지만, 입원기간 + 퇴원 후에도 성동일을 찾지 않는다.
쓰레기의 성태훈으로서의 역할이 이제 어느 정도 막을 내렸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또하나 여기서 중요한 건, 아주 유명하고 대단한 야구선수인 칠봉이가 어깨를 다쳤는데도,
칠봉이의 부모님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쑥쑥이와 호준이를 통해 엄마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얼핏 어두워지던 칠봉이의 얼굴이 비춰지는데,
칠봉이가 나정이를 좋아하게 되고, 나정이를 통해 찾고 싶었던 건, 성나정이라는 한 여자라기보다는
성나정을 포함한 성동일화 가족에게서 충족하고 싶었던 가족애였던 거다.
쑥쑥이가 아무리 호준이를 따르고 좋아했다 해도
결국 엄마 일화에게 달려간 이야기를 들려준 건 결코 그저 웃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칠봉이도 자기가 아무리 성나정을 통해 가족애를 갖고싶어했더라도 결국 그건 자신의 결핍에 대한 이야기이며 자신이 풀어야 하는 문제이지,
그렇게 인위적으로 채워질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간만에 쓰는 글이라 설명이 제대로 됐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제작진이 칠봉이에게도 친부모님과의 이야기(초반 칠봉이 엄마의 삐삐 인사말처럼) 혹은 성동일화 부부를 통해서나마 그 부족함을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곁들여주면 좋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