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ER 선생님, OBGYN 선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ㅎㅎ</p><p><br></p><p>막 수술 마치고 돌아오니 어제 썼던 글이 베오베에 가서 놀랍기도 하고 기분도 좋고 그러네요..^^</p><p><br></p><p>솔직히 어제 썼던 글은 케이스 위주의 넋두리를 풀어놓은 것 같아서 </p><p><br></p><p>오늘은 조금 다른 주제를 골라 보았습니다.</p><p><br></p><p><b>1. 암, 심장 수술은 무조건 큰 병원 가라고들 하는데 어떠십니까?</b></p><p><br></p><p>민감한 주제입니다.</p><p><br></p><p>선택은 환자의 몫이니, 저는 몇 가지 가치판단 기준을 제시해드리겠습니다.</p><p><br></p><p>A.</p><p>소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병원들 - 서울대, 삼성서울, 서울아산, 연세대, 성모...- 에서 1년 간 시행하는 암 수술 건수는</p><p><br></p><p>제가 속해있는 지방 대학병원보다 적게는 수 십 배에서 많게는 수 백 배 입니다.</p><p><br></p><p>많은 수술을 시행하다보니 그 수술에 능통한 전문 인력들이 많을 수 밖에 없고, </p><p><br></p><p>하루에도 몇 건 씩 큰 수술을 시행하니 일종의 Routine 이 되서 입원에서 수술, 퇴원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이 됩니다.</p><p><br></p><p>명의는 환자들이 만든다고</p><p><br></p><p>가뜩이나 실력 좋은 선생님들이 그러한 큰 수술을 매일 매일 계속해서 만나게 되면</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당연히 이름 날리는 의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볼 때 큰 병에 걸리면 당연히 수술 많이하는 큰 병원으로 가야겠군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여기에서 한 번 쯤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모든 수술, 특히 암 수술에 있어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합병증 및 후유증 발생 확률이 존재합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가장 큰 합병증과 후유증은 결국 환자의 사망으로 귀결되는데</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보통 폐암 수술의 전국 평균 사망률은 1.8 - 2.5% 정도 됩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제주도에서 휴전선까지 모든 병원에서 시행되는 폐암 수술의 통계치니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이건 적게 하는 병원이건간에 사망하는 환자는 반드시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의사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그 어디 대학병원의 암 수술 후 사망률을 비교해보아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전국 평균 사망률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하는 병원은 없다라는 것입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B.</p><p>가끔 서울에서 일하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p><p><br></p><p>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수술을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p><p><br></p><p>같은 흉부외과 의사로서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심하게 주눅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p><p><br></p><p>저는 인력이 부족한 지방병원에 근무하면서 이곳에서 시행되는 모든 흉부외과 수술에 First assist 로 참여하여</p><p><br></p><p>전 과정을 몸으로 배우고 교수님께 직접 수술에 관련된 질문과 의견 표출을 할 수 있음에 위안을 삼습니다.</p><p><br></p><p>또한 저희는 수술 환자 수 자체가 적다보니</p><p><br></p><p>수술을 받은 몇 안되는 환자분들에게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p><p><br></p><p>아니, 하루에 심장수술만 7개, 1주일에 거진 30 - 40 개 씩 하는 서울과는 달리</p><p><br></p><p>많으면 1주일에 심장수술 2개, 폐암수술 4개가 고작인 저희 지방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를 잘 돌보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면</p><p><br></p><p>그 어찌 떳떳한 의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ㅋㅋ</p><p><br></p><p><br></p><p>저희는 1년에 식도암 수술을 10 - 15개 정도 시행합니다.</p><p><br></p><p>서울 모 병원에서는 1년에 600개 정도 시행합니다.</p><p><br></p><p>저희가 수술 한 식도암 환자 1분이 돌아가시면 저희 병원의 식도암 사망률은 7 - 10% 가 됩니다 크허허허허허허 ㅋㅋㅋㅋㅋ</p><p><br></p><p>600개 정도 시행하는 서울 모 병원의 사망률은 1% 미만이라고 하는데, 600명 중 6명 미만이 사망한다는 것입니다.</p><p><br></p><p>네.</p><p><br></p><p>저희를 믿고 수술받으시는 식도암 환자분은</p><p><br></p><p>단 한 분이라도 절대 그냥 가게 둘 수 없습니다.</p><p><br></p><p>절대로.</p><p><br></p><p>실제로 최근 4년 동안 대략 50여 명의 식도암 환자를 수술해왔고, 제가 직/간접적으로 환자의 수술과 치료에 관여를 해왔는데</p><p><br></p><p>저희 병원에서는 단 한 분도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한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항암치료 받다가 지쳐서 가신 할아버지는 예외입니다...</p><p><br></p><p>교수님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눈에 불을 키고 밤 낮으로 환자를 지킵니다.</p><p><br></p><p>한 분 돌아가시면 사망률이 10% 되는 것입니다.</p><p><br></p><p><br></p><p>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에서는 환자의 입원/퇴원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야 그 많은 수술을 다 커버할 수 있기에</p><p><br></p><p>상태 좋은 환자는 바로 바로 퇴원시키고</p><p><br></p><p>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는 다른 과로 전과시키고 하면서 환자를 정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p><p><br></p><p>하지만 저희는 무덤에서 요람까지의 모토를 가지고</p><p><br></p><p>내 환자다 싶으면 무조건 끝까지 책임을 집니다. </p><p><br></p><p>상처 아물었는데 아직 많이 아프시다구요? ㅋㅋ 그럼 그냥 더 입원해 계세요.</p><p><br></p><p>상처 다 아물고 아픈 곳도 없는데 위장관 내시경이랑 갑상선 초음파 검사 받고 싶으시다구요? ㅋㅋ 다음주에 예약할테니 받고 가세요 ㅋㅋ</p><p><br></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어짜피 입원 환자도 몇 명 없는데 잘됬네 ㅋ</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Case1</p><p>서울에서 입원에서 폐암 수술, 퇴원까지 7일 걸린 70대 할아버지.</p><p><br></p><p>어제 퇴원 당시 항암치료나 추후 관리는 집 근처 병원에서 받으라 했다고 함.</p><p><br></p><p>호흡곤란이 있어서 응급실로 왔는데 딱 봐도 폐렴.</p><p><br></p><p>'아니 왜 이런 상태에서 퇴원했나요?'</p><p>'어제까진 괜찮았는데 오늘 갑자기 숨이 찼어 콜록콜록'</p><p><br></p><p>그냥 우리한테 수술받았으면 집도 가깝고 좋았을텐데... 1주일 만에 폐암환자를 퇴원시키는 일도 없고...</p><p><br></p><p>Case2</p><p>서울에서 복부 대동맥 치환술을 받은 지 2주일 된 46세 아주머니.</p><p><br></p><p>복부 수술부위가 2cm 정도 조금 벌어져서 응급실로 왔는데.</p><p><br></p><p>'아주머니 이거 수술 한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좀 귀찮아요...ㅜㅜ)'</p><p>'안그래도 어제 KTX 타고 서울 외래 갔다왔는데 거기 교수님이 이건 아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집 근처 병원에 가랬어요'</p><p>'아 그러시군요'</p><p><br></p><p>뭐 이 C </p><p><br></p><p>C.</p><p>수술을 하게 되면 그 환자와 관련된 모든 Data 는 수술 한 병원에 전산자료로 남게 되는데</p><p><br></p><p>그 방대한 정보들이 손실 없이 타 병원으로 옮겨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p><p><br></p><p>'아니, 저쪽 병원에서 시행한 진단 자료랑 혈액검사 보고서, 사진 찍은 것들 모두 CD 로 가져왔는데 왜 또 같은 검사를 반복하나요?'</p><p><br></p><p>왜냐구요?</p><p><br></p><p>흐름이 끊겼기 때문입니다.</p><p><br></p><p>예를 하나 들겠습니다.</p><p><br></p><p>입양아일 경우 신생아 시기에 입양된 아기가 초등학생 시기에 입양된 경우보다 새로운 가정에 훨씬 더 적응이 쉽다는 것은</p><p><br></p><p>굳이 다른 설명 없어도 될 것입니다.</p><p><br></p><p>초등학생 시기에 입양을 한다 하면</p><p><br></p><p>그 입양아가 가진 버릇, 생활 패턴, 사고방식 등을 파악하고 적응해야지만 성공적인 입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p><p><br></p><p>환자도 마찬가지로, 그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가 어떠한 패턴으로 변해왔나, 어떠한 이벤트가 있을 때 환자의 몸 상태가 어떻게 변했나</p><p><br></p><p>환자 및 환자 보호자가 원하는 치료의 수준과 범위는 어느 정도이며</p><p><br></p><p>본인이 가진 질환에 대해 얼마나 치료의지가 있고 인식하고 있느냐</p><p><br></p><p>이런 세세한 내용은 기나긴 치료의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지</p><p><br></p><p>CD 한 장과 소견서 한 장, 수술 기록지 및 검사 결과지 뭉텅이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p><p><br></p><p>암 수술과 항암 치료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p><p><br></p><p>암 환자를 처음부터 맡아서 수술하고 치료한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해야 옳다고 생각하는 입장으로서</p><p><br></p><p>자기가 수술한 환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최대한 손실 없이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선생님께 양도해 드리는 것이</p><p><br></p><p>환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요.</p><p><br></p><p>가끔 회진 돌 때 암 병동에 들러서 안부도 좀 물어보고 ㅋ</p><p><br></p><p>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피력됬습니다만, 이 단락의 요지는 다음입니다.</p><p><br></p><p>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수술은 서울에서 하고 항암 치료는 집 근처에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p><p><br></p><p>하지만 수술도 집 근처에서 하고 항암 치료도 집 근처에서 받는 환자분들은 소중한 Data 들의 loss 가 거의 없을뿐더러 </p><p><br></p><p>치료의 연속성 또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p><p><br></p><p>저희가 수술한 환자분이 항암 치료 중에 위독해지거나 상태가 안좋아져서 중환자실로 내려갈 경우</p><p><br></p><p>혹은 저희 흉부외과적인 치료나 처치를 또다시 받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p><p><br></p><p>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면담도 해드리고 경과도 설명해드릴 수 있습니다. 우와 따듯하다 ㅋ</p><p><br></p><p>어짜피 지방과 서울의 수술 차이가 그리 차이가 심하게 나지 않는 다면,</p><p><br></p><p>그냥 몸도 편하게 마음도 편하게 저희를 믿어주실 수는 없겠나요.</p><p><br></p><p>그래도 큰 병원이 좋다고 하시면 저희도 웃으면서 서울로 보내드립니다.</p><p><br></p><p>선택과 책임은 환자의 몫이니까요.</p><p><br></p><p><b>2. 왜 의사들은 환자들한테 담배 피지 말라놓고 하고서 선생님은 담배피나요?</b></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저는 건강하고, 당신은 환자니까요.</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 죄송합니다.</p><p><br></p><p>글이 너무 무겁게만 흘러서...</p><p><br></p><p>너무 배가 고파서 더이상 글을 쓰는 것은 무리인 것 같고</p><p><br></p><p>천천히 댓글이나 달면서 쉬어야 겠습니다.</p><p><br></p><p><br></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