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201/1641735917388b89ef3de0443883e6c72659cd4510__mn117629__w350__h439__f46221__Ym202201.jpg" alt="01.webp.jpg" style="width:350px;height:439px;" filesize="46221"></p> <p> </p> <p> </p> <p>할아버지는 1950년대 말에 전방에서 군생활을 했다. 그는 박격포 포반의 관측병(op)이었는데, 포대의 선임들 자체는 열악했던 그 시절에 어울리지 않게 서글서글하고 친절했다고 한다.</p> <p> <br></p> <p>그러나 화기애애한 병사들과는 다르게 포반장은 인간쓰레기라고 불리기 충분한 사람이었다.</p> <p> <br></p> <p>그는 이미 상사가 되었어야 할 짬이지만 중사였는데, 술을 마시고 민간인을 패서 그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p> <p> <br></p> <p>그런 사람이 어떻게 간부들과 어울렸겠는가.</p> <p> <br></p> <p>그러니 행정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그럴 때마다 포반장은 박격포병들에게 화풀이를 하였다.</p> <p> <br></p> <p>그는 말보다 발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었고, 한번 병사에게 주먹을 내지르면 피를 볼때까지 멈추질 않았다.</p> <p> <br></p> <p> 맞은 병사가 불쌍해 선임이 감싸줄라 치면 전포를 다 집합시켜 포신과 포다리를 들려 구보를 돌렸다고 한다.</p> <p> <br></p> <p> <br></p> <p>그가 (관측병)OP를 괴롭히는 법은 따로 있었다. 먼저 OP 사수, 부사수를 지프에 태우고는 무거운 무전기에 군장을 진 채로 부대 인근의 외딴 산기슭에 던져놓고는 좌표 따라는 핑계로 그대로 버려두고 자기 혼자 돌아가버리는 것이었다.</p> <p> <br></p> <p> <br></p> <p>그날도 무언가 수틀린 포반장은 박격포 포판에 안 닦인 구리스가 뭉쳤다는 이유로 하나포 분대원 하나를 줘패고, 하나포 인원들은 포신을 매고 구보를 시킨 채 하나포에 묶여 편제되어있던 OP들은 산기슭에 던져버리고 홀로 돌아왔다.</p> <p> <br></p> <p>OP 부사수인 할아버지와 선임인 사수는 대충 오후 3~4시쯤 되어서야 막사 뒷산에 도착했고, 저 멀리 막사 뒤편 구식 화장실이 보이자 안도하기 시작했다. </p> <p> <br></p> <p>석식점호 전에 복귀하지 못하면 포반장의 폭력이 돌아왔기 때문이다.</p> <p> <br></p> <p> <br></p> <p>그날 따라 화장실 인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할아버지와 선임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p> <p> <br></p> <p>그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는 병사들은 흔히 볼수 있었기 때문이다.</p> <p> <br></p> <p> <br></p> <p>===================================</p> <p> <br></p> <p>다음날, 중대장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포반장이 우리를 뺑이돌리고 자기는 숨겨들어온 술을 마시고 토하다가 똥통에 빠져 죽었다는 것이였다.</p> <p> <br></p> <p>알콜중독이 있던 포반장이 그런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은 이상할 일이 없었다. </p> <p> <br></p> <p> <br></p> <p>하지만 할아버지와 OP 선임은 기시감을 떨칠수 없었다. 포반장이 죽은 시간, 화장실에 모여있던 그 많은 포반 분대원들은 왜 하필 그때 거기에 있었던 것일까....</p> <p> <br></p> <p> <br></p> <p> <br></p> <p>===================================</p> <p> <br></p> <p> <br></p> <p>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고는 거의 잊혀졌고, 평범한 포반장이 전입해오면서 포반 분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p> <p> <br></p> <p> <br></p> <p>어느날 밤, 할아버지는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깨었다. </p> <p> <br></p> <p> <br></p> <p>둘포 선임이었던 당번병에게 보고하곤 오줌을 누며 담배를 한 까치 피우던 할아버지의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그림자는 하나가 아니었다.</p> <p> <br></p> <p> <br></p> <p> <br></p> <p> <br></p> <p> <b><u>《마.... 니 거거 봤나....?》</u></b> </p> <p> <br></p> <p>둘포 분대장과 선임 두명이 뒤에서 할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 <br></p> <p> <br></p> <p> <b><u>《대답해라. 니 거거 봤나. 니랑 박상빙이랑 봤냐꼬.》</u></b> </p> <p> <br></p> <p> <br></p> <p> <br></p> <p> <br></p> <p> <br></p> <p>할아버지는 그제서야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그날 화장실에 모여있던 사람들, 연신 피어오르던 담배연기, 희미한 부러지는 소리 모두 의심을 현실로 만들기 충분하였다. </p> <p> <br></p> <p>잠시 침묵이 오갔다.</p> <p> <br></p> <p> <b><u>《아. 그거 말입니까..? 개 잡는 소린줄 알아부렀는디 참말로 개 하날 잡아부리셔서 놀랐지라.》</u></b> </p> <p> <br></p> <p> <br></p> <p>할아버지의 대답에 선임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어둠 속에서 그들이 짓던 묘한 안도의 미소가 할아버지에게는 공포로 다가왔다.</p> <p> <br></p> <p> <br></p> <p> <b><u>《아이다. 우리끼리 잡어서 미안하데이.. 빨리 왔으면 니들 몫도 있었는데...》</u></b> </p> <p> <br></p> <p> <br></p> <p>선임들은 할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갔고,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토악질을 하며 저녁에 먹은것을 게워냈다. 그 똥통은 혼자서 토악질을 하는 사람이 빠지기에는 너무도 좁았던 것이다.</p> <p> <br></p> <p> <br></p> <p>===================================</p> <p> <br></p> <p>할아버지는 그 이후로 담배를 끊으셨다. 담배를 물기만 하면 그날의 일이 생각나셨기 때문이다.</p> <p> <br></p> <p>늦은 오후, 개가 된 사람이 사람이 된 개들에게 둘러쌓여 있던 그 날의 일이 말이다.</p> <p> </p> <p> </p> <p> </p> <p>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201/1641736054a0644107ce6d4187ad3ff718131ad2f7__mn117629__w530__h246__f19666__Ym202201.png" alt="00.png" style="width:530px;height:246px;" filesize="19666"></p> <p> <br></p> <hr style="height:1px;background-color:#999999;border:none;"><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