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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633665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68
    조회수 : 11570
    IP : 125.177.***.105
    댓글 : 1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20/08/12 09:12:02
    원글작성시간 : 2020/08/12 03:56:02
    http://todayhumor.com/?humorbest_1633665 모바일
    동네 누나와 삼겹살 그리고 바쁜하루.ssul
     
     
     
     
     
     
     
    동네 누나가 삼겹살집을 한다.
    꽤 오래했다. 그렇다고 한다.
     
     
     
     
    몇번 가서 먹어봤는데 맛도 꽤 괜찮다.
    꽤 먹을만하다. 그렇다고 한다.
     
     
     
    아 ㅋㅋ 요새 유행하는 뒷광고 아니라고요 ㅋㅋㅋㅋ
     
     
    음.
     
     
     
     
     
     
     
     
     
     
    아무튼 사건개요는 이렇다.
    비도 간만에 그친 오늘 하루종일 한거라곤 물 두잔 마시기, 낮잠자기. 수제비 뜯고있는데
    가서 소금치고 수제비 반죽하기. 뒷짐지고 베란다 창문 바깥 바라보면서 한시간에 몇사람
    지나가나 세어보기. 월간소녀 노자키군 다시보기. 눈알을 빠르게 굴리면 진짜로 소리가 나나
    시험해보기. 허공 쳐다보고 담배피우면서 담뱃재 끝까지 안떨어지게 버티기.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현재 쓰는중인 글 설정 덧붙이기.
     
     
    이야 나 오늘 엄청 바쁘게 보냈잖아? 이건희도 이렇게는 안바쁠거야.
     
    아무튼 그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어느덧 해도 퇴근준비 슬슬하는 어떤 시간에 삼겹살집하는
    동네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니."
     
     
     
    "숨쉬느라 바빠요."
     
     
     
    "쉬지마..."
     
     
     
    잠깐 가게로 나오라는 말에 슬리퍼 하나 질질 끌고 궁시렁거리면서 대문밖을 나선다.
    나가는길에 경비아저씨한테 인사하다가 라이터 빌려드리고, 박카스를 받았다. 쪽쪽 빨며
    지나가다가 담배하나 피우는데 수색다녀오던 엄빠가 어디가냐길래 황급히 담배를 끄고
    지구가 방사능때문에 황폐화되어서 이스캔달로 지구구하러 간다고 했다가 본전도 못건졌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버거킹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요샌 버거킹 안간지 꽤 됐다.
    돈이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어 CIVA ㅋㅋㅋㅋㅋ 돈이없어서 못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따 누나한테 버거킹에서 쿼트라 치즈버거 사달라고 해야지.
    내가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다시 돈을 버는 날이 온다면 그땐 꼭 쿼트라 치즈버거에
    패티한장 치즈두장 추가해서 먹을거다. 사람이 이런 건설적인 생각을 하고 살아야 빛을보는겨.
     
     
     
    아무튼 그 외에도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무난하게 삼겹살집에 도착하니 대뜸 사이다를 따라주며
    누나가 근황이야기를 풀기 시작하는데, 어... 누나 저번주에 저희 만났거든요? 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눌러담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찰나에.
     
     
    "...해서 걔가 나한테 그때 그랬다니까? 아참 나 오늘 이런 이야기 하려고 부른거 아닌데."
     
     
    하더니 갑자기 지갑에서 삼만원을 꺼내 주길래, 어? 하는 표정으로 일단 받고 "뭐죠? 사람 죽이는데
    삼만원은 너무 싸요. 오만원 합시다." 하는데 누나가 낄낄 웃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쪽으로 가면 삼겹살집이 하나 있거든. 너 거기가서 밥좀먹고와라. 소주도 한잔 마시고."
     
     
    "뭐야. 최민식이에요? 갑자기 왜요?"
     
     
    세상 괴로운 표정을 짓던 누나가 그집이 새로 생기고 나서 손님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가서
    가게 분위기랑 맛좀 보고 와달라는것이다. 다행이네. 난 또 가서 뭐 "이것봐! 삼겹살을 죽은걸
    내왔어! 대체 뭐하는집이야!" 라고 깽판치라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퀘스트 수락조차
    안했겠지. 그럴사람도 아니긴 하다만.
     
    두부심부름 가는 애마냥 삼만원 톨레톨레(털레털레가 아니라)들고 슬리퍼 질질 끌고 가서는
    내가 염탐을 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삼만원은 주머니안에 넣고, 들어가서는
     
     
    "삼겹살 3인분주세요!" 하고 외쳤다. 어차피 대패삼겹이라서 혼자먹어도 오분이면 다먹는다.
    소주도 하나 시키고, 주인이 "혼자세요?" 하고 물었고 난 주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네" 라고 하자
    내가 뭐가 안쓰러웠는지 음료수를 서비스로 내줬다. 어? 나 비련의 주인공 뭐 그런거 아닌데.
     
    '후후 당신은 따스한 사람...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하지만 내가 스파이였다고 해도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 본드?'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장님을 본드라고 상정하고, 나는 마치 본드걸이 된 기분으로 머릿속으로
    대사 한번 읊어준뒤 평범한 맛의 친절한 고깃집을 뒤로하고 나왔다. 다해서 한 이만원 나왔는데
    (굳이 언급도 안한 된장찌개와 밥을 먹었으니까) 누나에게 전화해 맛과 분위기를 상세히 설명해주고
    나머지 만원은 내 주머니속으로 파킹시켰다. 만원이면 담배가 쒸-
     
     
    돌아오는 길에 꽈배기 하나랑 조지아 스윗아메리카노 하나 사서 공원에 앉아 노을지는거 보면서
    꽤 비싼 유모차 끌고 다니는 엄마와 유모차의 존재를 온몸으로 부정하는 아이를 구경했다. 해가 뉘엿
    넘어가며 김광석처럼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씩 켜지고 이제서야 위대한 하루를 보낸 직장인들이
    하나둘 술집으로 들어가는 광경들을 목격하고서야 나는 버스로 오분 걸리는 거리를 굳이 걸어서
    삼십분이나 걷다 들어왔다. 왜냐면, 오는길에 공원에서 나는 풀냄새를 맡고싶었으니까.
     
    그리고 좀 걸어야 집에가서 한잔 더 하거든.(실제로는 그냥 잠이들고 말았다)
     
     
    집에 돌아왔는데 아무도 없길래 어디 밥이라도 자시러 가셨나 하고 또 방구석에 누워
    건담하고 아이컨택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밖에서 족발먹고 들어오신 엄빠가 어디갔다왔냐
    묻길래 가족끼리 그런거 물어보는거 아니라고 말하고 잠들었다. 음. 꽤 괜찮게 보냈어. 하루쒸먀.
     
     
    그래서 오늘 하고싶은 이야기는.
    나 오늘 이렇게 하루 보냈어요.
     
     
     
     
     
     
     
    단지 그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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