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1.</div> <div> </div> <div>싫어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div> <div>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div> <div> </div> <div>예전에는 좋은게 좋은거지. 하고 넘어가곤 했는데</div> <div>아 그렇게 사니까 안되겠어. 내가 피곤해. 뭐. 어쩌라고.</div> <div> </div> <div>"내가 너에게 이만큼 배려를 해 주고 말을 해 줬으니 너도 나한테 그만큼만 해 주길 바래."</div> <div> </div> <div>내가 그렇게 입털어봐야 좋을게 없다는 걸 깨닫는건 그냥 무슨 계기가 있어서라기 보다는.</div> <div>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목매달아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도 빡쳐서.</div> <div> </div> <div>"싫습니다."</div> <div>"아니요."</div> <div>"주세요."</div> <div>"왜요."</div> <div>"근데요."</div> <div> </div> <div>그 말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걸렸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하던 시기 미개한 중세교회는 그런 갈릴레이를 이단으로 몰아 감옥에 가두었다고 전해진다.</div> <div>"그래도 지구는 돈다." 감옥에 끌려가면서도 중얼거렸다고 전해지는 그 이야기.</div> <div>실제로 그가 지동설의 선구자인 것 처럼 이야기하는데 실상은 그 이전부터 지동설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고</div> <div>아니 잠깐 그럼 갈릴레이는 뭐지? 그냥 시범케이스로 교회가 잡아다 족친건가?</div> <div> </div> <div>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인간이네.</div> <div>그런데 왜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잡혀가 머리채잡힌 사람으로만 그려졌던 걸까.</div> <div> </div> <div>레 미제라블이 빵을 쌔빈 장발장이 신부의 은촛대 그 은총에 감화하여 새사람이 되었다 라는 이야기로 축약된 것과</div> <div>비슷한 이야기일까. 사실 그게 그렇다. 위인전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이나 명작동화(알고보니 동화가 아니였던 것들도 있다.)</div> <div>같은건 사실 세월이 지나서는 잘 안읽혀지는게 사실이니까.</div> <div> </div> <div>그래서 내가 명성황후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사회가 만들어낸 기괴한 우상화에 대해 좀 더 의심을 하게 된 계기가</div> <div>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갈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궁금해 하지 않았던 걸까?</div> <div> </div> <div> </div> <div>3.</div> <div> </div> <div>저녁때 치킨까스를 튀겨 계란을 풀고 간장소스를 만들어 덮밥을 해먹었다.</div> <div>이 치킨까스의 살아생전은 이 계란과 어떤 관계였을까.</div> <div>알고보니 엄마가 아니라 언니였어!</div> <div>둘은 돌고 돌아 언젠가 만나고 싶었겠지만 이런식은 아니였을텐데.</div> <div> </div> <div>판타스틱 플래닛을 다시 봐야 내가 정신을 좀 차리려나.</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4.</div> <div> </div> <div>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옆집 할머니들과 모여 이제 방에서 담배피울 수 있다며</div> <div>무진장 좋아하셨다. 외할머니는 아무튼지간에 엄청 건강하셨다.</div> <div>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면 항상 뒤에 오셔서 담뱃불을 붙이며</div> <div> </div> <div>"야. 그거 최신형이냐?"</div> <div> </div> <div>라고 물으시거나, 게임을 하고 있으면</div> <div> </div> <div>"벌레들 돌아다니는게 그렇게 재미있냐"</div> <div> </div> <div>라고 말씀하시며 다른데로 가곤 하셨다.</div> <div>그게 왜 그렇게 궁금하셨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div> <div>올해는 할머니가 계신곳에 한번 가 봐야겠다.</div> <div> </div> <div>"네 그거 재미있어요. 그리고 벌레가 아니라 저그에요."</div> <div> </div> <div>라고 말씀드려야겠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5.</div> <div> </div> <div>백수생활을 한지 한달이 좀 넘었다.</div> <div>잠깐만 달력좀 보자.</div> <div>진짜로 한달이 좀 넘었네. 한달 반째다.</div> <div>그런데 시간이 정말 안간다. 하루는 건실하게 운동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는데</div> <div>또 어떤 하루는 이틀밤을 꼬박새워 스팀 도전과제를 깨고 와우 렙업이나 인던스핀 뭐 그런걸</div> <div>하며 지낸다. 또 어떤 하루는 내 돈 꿔가고 안갚은 새끼한테 돈내놓으라고 한 적도 있다.</div> <div>아 씁 생각해보니까 또 빡치네 앞으로는 차용증을 좀 써야겠어.</div> <div> </div> <div>발전적인 삶과 타락한자의 백수투어 그 중간 어디쯤인가에 표류하는 내 자신을 보며 하루빨리</div> <div>뭐라고 해야 한다고 전전긍긍하는건 내면의 나 자신이 육신을 가진 나에게 하는 진실된 조언인가</div> <div>아니면 '너 그렇게 좀만 더 살면 아주 ㅈ되는 수가 있어' 라고 경고하는걸까.</div> <div> </div> <div> </div> <div>6.</div> <div> </div> <div>혼자 고기를 구워먹으러 식당에 간 적이 있다.</div> <div>내가 느끼지 못한 건지는 몰라도 인터넷이나 뭐 그런데서 봤던 것처럼, 혹은 방송에서 봤던 것처럼</div> <div>엄청나게 면박을 주거나 주변사람들이 수근대는 그런 일은 없었다.</div> <div>그러니까!</div> <div>쉽게 생각하면 된다. 김밥천국이나 국밥집에는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데, 똑같은 일반음식점인 삼겹살집에서</div> <div>삼겹살을 혼자 구워먹지 못하는 건 좀 이상한 일인 것 같다. 참고로 그 집은 내가 자주가는 삼겹살집인데</div> <div>주방 이모가 말하길</div> <div> </div> <div>"와 총각은 혼자 와서 먹는교."</div> <div> </div> <div>라고 하길래</div> <div> </div> <div>"김밥천국에서도 밥 혼자 먹잖아예."</div> <div> </div> <div>라고 간단히 말 해줬더니 '그건 그렇지' 라고 중얼거리며 말없이 된장찌개를 서비스로 내 주었다.</div> <div>어지간히 불쌍해보였나보다.</div> <div>그래. 인정한다. 혼자 먹으러 가는거야 내 자유지만 불쌍해 보이는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걸.</div> <div> </div> <div> </div> <div>7.</div> <div> </div> <div>바닥이 백 오십미터쯤 되는 바다에 가라앉아 고래 소리를 들었다.</div> <div>딸각딸각 게 소리가 물을 타고 울컥울걱 또 울걱울걱</div> <div>물살을 헤치고 지나가는 이름모를 수많은 물고기들과 저 멀리서 인간이 만든 배들이 엔진음을 내며</div> <div>어디론가 향하는 소리들을 들었다.</div> <div> </div> <div>하루는 날이 좋았다.</div> <div>그래서 눈사막 한가운데 황제펭귄을 베개삼아 시원하게 잠이 들었다.</div> <div>그들이 새끼들을 두고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에 나는 새끼들이 따뜻하도록 품에 안고 또 오래 잠이 들었다.</div> <div> </div> <div>삼일 째 되던 날 북극곰 등 뒤에 올라타고 이누이트를 만나러 알래스카로 향했다.</div> <div>사람들은 북극곰에게 총을 겨누고 또 누구는 혼비백산 도망갔지만 이내 그 위에 사람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div> <div>알자 안도하며 총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줬다.</div> <div> </div> <div>청교도 출신 영국놈들이 원유값도 안되는 존만한 돈이나 쥐어주고 이 궁벽진 알래스카에 자신들을 몰아넣은 채</div> <div>온갖 비옥한 땅은 즈그들이 다 차지한다고 일갈하는 탓에 나는 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div> <div>그들의 고혈로 기름을 때워 차를 굴렸다는 사실이 들통나게 된다면, 나는 그들에게 내가 차를 몰아야 하는 이유에</div> <div>대해 장황하게 설명해야만 할 것이고 또 그들은 그 사실에 대해 문명인으로써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에 대한</div> <div>납득을 할 테지만 글쎄다.</div> <div> </div> <div>그들이 가진 스프링필드 소총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문제는 대화수단이다.</div> <div> </div> <div>아니면 나는 평생 알래스카산 원유로 만든 휘발류를 쓰지 않고 중동산 휘발류만 썼다고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 수도</div> <div>있었을 테지만... 원산지 표시판좀 가지고 오라고 하면 나도 더 변명할 길이 없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8.</div> <div> </div> <div>아 진짜 그새끼 돈없다고 뻐팅기는데 진짜 내 십만원 어떻게 받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9.</div> <div> </div> <div>한 때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 혹은 큰 배를 지휘하는 선장이 되고 싶었다.</div> <div>하늘을 날고 뭐 조국강토를 수호하고 대해를 누비며 사나이 큰 뜻을 누비고.</div> <div>다필요없고, 그냥 그사람들이 입은 정복과 머리에 쓴 정모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참으로 단순한 인간이다.</div> <div> </div> <div>내 영혼의 색채는 총천연색인데 한가지 그림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이 들어가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div> <div>그래서 나는 내가 넣고 싶은 색만, 내가 보기에 참으로 좋았던 색만 넣고 살았다.</div> <div> </div> <div>그래서 나는 지금도</div> <div> </div> <div>머리로는 어떻게 하면 돈을 미친듯이 벌어 날 엿먹였던 그놈들을 역관광할까 하고 생각하고</div> <div>가슴으로는 다 필요없고 우주나 둥둥 떠다니면서 과학자들조차 알아내지 못한 외계인들과 맥주나 한잔 하고 싶다.</div> <div> </div> <div>어느쪽이든 몽상이나 망상 둘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div> <div>현실을 살긴 사는데 이게 현실을 사는 것인가 현실을 사는 척 하는 것인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10.</div> <div> </div> <div>소쿠리에 가득 담긴 국수를 바라보며 나는 두 그릇을 만들었다.</div> <div>한 그릇은 내꺼, 한 그릇은</div> <div> </div> <div> </div> <div>아주 오래 전 그렇게 미워했는데 아직도 생각나는 그 사람이 혹시 와서 같이 먹는</div> <div>그런 외람된 상상을 하면서.</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11.</div> <div> </div> <div>콜옵 월드 앳 워도 다 깼고 도전과제도 거의 획득했다.</div> <div>이젠 정말 수면뿐이야.</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12.</div> <div> </div> <div>누웠다가 다시 컴퓨터 앞으로 돌아왔다.</div> <div>아 진짜 그새끼 십만원 안주고 입 닫아버릴 작정인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