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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555295
    작성자 : 박준준준
    추천 : 54
    조회수 : 13753
    IP : 222.106.***.197
    댓글 : 2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8/04/24 21:02:21
    원글작성시간 : 2018/04/24 16:12:11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55295 모바일
    부어치킨의 사랑
    옵션
    • 창작글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804/15245537117d04a4a1f46f43578e36a698d12caa19__mn671366__w450__h713__f66365__Ym201804.png" width="450" height="713" alt="45-1.png" style="border:none;" filesize="66365"></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 말씀을 안 듣고 공부를 게을리 한 덕에, 결국 늦은 나이에 경상도 어느 시골마을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div> <div>그렇게 매일 매일 왜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았나 후회로 점철된 날들이 시작되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첫 번째 난관은 거의 외국어에 가까운 사투리였다. </div> <div>젊은 사람들은 좀 나았지만 나이 든 분들, 특히 시골 할아버지들의 말은 절반도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영업 나갈 때마다 녹음기를 들고 다녀야 했다. </div> <div>그리고 회사로 돌아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직장동료들에게 물어봐야했다. </div> <div><br></div> <div>두 번째 난관은 보일러도 없는 거지움막급 자취방. </div> <div><br></div> <div>세 번째 난관이 바로 ‘먹을 것’이었다. </div> <div>시골이다보니 배달음식이 제한적이었기에 변두리에 위치한 회사 점심은 항상 유일하게 배달되는 순댓국이었다. (이걸 7년 동안 매일 먹고 지금은 순댓국 끊음) </div> <div><br></div> <div>게다가 젊은 놈이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뭘 제대로 챙겨먹을리 만무하고, 처음엔 밥도 지어먹고 반찬도 사먹곤 하다가 에라 시불 모르겠다 하고 언젠가부터 오직 컵라면과 치킨으로만 연명하기 시작했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혼자 일 년에 치킨을 200마리씩 처먹는 미친 치킨인생이 시작되었다. </div> <div>그곳에선 퇴근 후 치킨을 먹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div> <div><br></div> <div>그 시골엔 그래도 꽤 여러 종류의 치킨집이 난립해 있었는데 대부분 양만 많았지 질은 형편없었다. </div> <div> </div> <div>장사가 잘 안되니 오래 묵은 기름에 오래된 고기를 튀겨 만들어낸 콘돔맛 치킨이나 비에 젖은 군화맛 치킨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온도와 시간개념이 잘 없어 돌같이 딱딱하거나 물컹하게 핏물이 줄줄 흐르거나 둘 중 하나였다.</div> <div> </div> <div>거기에 니들이 언제 배때기에 기름칠 해보겠냐?는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인지 닭을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만두 육즙 터지듯 기름이 흘러 넘치던 그런 치킨인생이었다.  </div> <div><br></div> <div>  </div> <div>사건의 시작은 어느 날 회사 여직원의 호들갑에서 시작되었다.</div> <div> </div> <div>“조 아래 새로 생긴 치킨집 무봤나? 완전 써울 케이에푸씨서 묵던 그 맛이라!”</div> <div> </div> <div>한 달 반의 서울생활이 그녀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외지생활이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을 전부 믿지는 않았지만, 지옥 같은 시골치킨에 물린 내게 매우 신선한 뉴스임에는 틀림없었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찾아간 곳에는 처음 보는 간판이 하나 서 있었다. </div> <div><br></div> <div>‘부어치킨’</div> <div><br></div> <div>당시 7,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도 놀라웠지만, 냉골 같은 자취방에서 살얼음 낀 맥주와 함께 치킨조각을 베어 무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div> <div>저 멀리 눈이 마주친 거울 속 나는 그제껏 보지 못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다시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맛이었지만 그곳에선, 그 상황에선 아니었다.</div> <div>그날 밤 치킨다운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div> <div> </div> <div><br></div> <div>이후로 “퇴근길에 찾아갈거니 간장치킨 하나만 포장해주세요”라고 전화하는 것이 삶의 낙이 되었고, 나중에는 전화하자마자 ‘퇴’하면 아줌마가‘네’하고 알아서 포장해둘 만큼 단골이 되었다. </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 날.</div> <div> </div> <div>그날따라 닭에서 비린내가 좀 나는 게 분명 시간이 좀 지난 닭이 틀림없었다.</div> <div>순간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끼며 맥주잔을 든 채 한참을 망연자실하게 앉아있었다. </div> <div>이 시골땅 마지막 신뢰와 믿음이 단숨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div> <div>어찌나 상실감이 컸는지 무려 삼일 동안 치킨을 끊고 우울증에 빠졌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사흘 째 되던 날, 금단증상을 이기지 못하고 난 다시 부어치킨 간판 아래 서 있었다. </div> <div>그렇게 닭에 간장을 바르고 있던 30대 중후반의 아줌마에게 아무생각 없이 던진 말.</div> <div> </div> <div>“근데 저번에 먹은 게 좀 오래됐나봐요? 비린내가 좀 나던데”</div> <div> </div> <div>순간 아줌마의 동작이 우뚝 정지하더니 날 바라보며 슬픈 얼굴로 말한다.</div> <div> </div> <div>“정말 미안해요... 내가 안 그래도 그 날 마음에 걸렸는데...”</div> <div> </div> <div>“아뇨 괜찮아요...”</div> <div> </div> <div>너무 솔직한 아줌마의 사과에 갑자기 내가 더 죄송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div> <div><br></div> <div>“아니 그래도 우리가게 최고 단골인데 내가 그 날 따라 이걸 쓸까 말까 하다가 어휴 내가 미쳤지...”</div> <div> </div> <div>“정말 괜찮아요. 그냥 앞으로 맛있게 해주세요”</div> <div> </div> <div>“아니에요. 내가 진짜 한 마리 맛있게 해서 내일 사무실로 배달해드릴께 공짜로”</div> <div> </div> <div>“아니 아니, 진짜 괜찮아요.”</div> <div> </div> <div>“아냐 내가 진짜로 해줄게. 내일 꼭” </div> <div> </div> <div>거듭 사양하며 자취방에서 쓸쓸히 닭을 뜯은 후 마침 다음날부터 일이 바빠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질 못한 채 회사 라꾸라꾸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야했다. </div> <div>그렇게 남들 다 쉬는 일요일 오후에서야 겨우 퇴근하게 된 나는 당연하게 치킨집을 찾았고, 날 보는 순간 아줌마가 내 눈을 슥 피한다. </div> <div> </div> <div>“아휴.. 미안해요 내가 간다 간다 하다가 바빠서 못 갔네...”</div> <div> </div> <div>“아니에요 괜찮다니까요. 진짜 안 오셔도 돼요”</div> <div> </div> <div>“내가 음식장사 하면서 크게 배운바가 있어서 그래. 내일 꼭 한 마리 들고 갈게”</div> <div> </div> <div>“하하 괜찮은데...”</div> <div> </div> <div><br></div> <div>아줌마의 사과를 거듭 듣다보니 내가 더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div> <div>더군다나 아줌마는 다음날도 오지 않았고,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민망한 마음에 일주일 정도 그 치킨집을 찾지 않았다. </div> <div>하지만 나는 잊었어도, 몸은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퇴근길에 치킨집 전화번호를 눌렀는데 뭔가 부시럭부시럭 거리는 소리만 나고 대답이 없었다.</div> <div> </div> <div>“여보세요?”</div> <div> </div> <div>“여...여보흐으응세요?”</div> <div> </div> <div>“저... 퇴근하는데 간장치킨 한 마리만 포장해주세요”</div> <div> </div> <div>“예흐으응? 간장? 아! 그 간장총각이구나?”</div> <div> </div> <div>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바빠서 그런가보다 하며 시간에 맞춰 치킨집에 들어서자 아줌마가 선반에 기댄 채 벌건 얼굴로 날 맞는다.</div> <div> </div> <div> </div> <div>“아이구, 간장총각 왜 이리 오랜만에 왔어응”</div> <div> </div> <div>“아, 술 드셨나보다.”</div> <div> </div> <div>“아니 아니 안 먹었어. 근데 저쪽 손님들이 억지로 줘서 두 컵으흐응”</div> <div> </div> <div>안쪽 테이블을 보니 할아버지들이 자리한 테이블 위로 빈 소주병이 여러 병 놓여있었다. </div> <div>여자라곤 할마시들뿐인 이 시골에서 아주 젊은 축에 속하는데다 이쁘장하게 생긴 아줌마다 보니 자주 수작 걸리는 모양이었다. </div> <div> </div> <div>마침 ‘띠 띠 띠’거리며 치킨이 다 튀겨졌다는 알람이 울리자 아줌마가 연신 불안스런 손질로 치킨들을 건져내더니, 이내 우르르 닭을 쏟아버린다.</div> <div> </div> <div>“아이, 내가 우원래흥 술 안 먹는데”</div> <div> </div> <div>“뭐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div> <div> </div> <div>잠시 손을 멈추더니 뭔가를 생각하는 눈빛으로 창밖을 쳐다보다 “뭐 그냥...”하며  말을 흐린다.</div> <div> </div> <div>“정말 미안해 내가 꼭 갖다 줄라 그랬는데흥... 이게 쉽지가 않으네”</div> <div> </div> <div>닭조각들에 간장을 바르며 어느새 말을 놓더니 다시 그 지겨운 사과반복이 시작된다.</div> <div> </div> <div>‘아니에요’를 반복하며 빨리 집에 가고만 싶은 생각이 들 즈음.</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br></div> <div>“총각, 우리 담에 데이트 함 하자”</div> <div> </div> <div>“네?”</div> <div> </div> <div>“아니 오해는 하지 말고 내가 진짜 동생 같아서 그래”</div> <div> </div> <div> </div> <div>날 쳐다보는 아줌마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고, 그렇게 눈을 마주친 채 짧은 시간 망상 속으로 빠져들었다.</div> <div><br></div> <div>‘그래 이 아줌마 정도면 충분히 젊고 이쁘다. 그리고 이 외딴 섬 같은 시골동네서 유일하게 내게 살갑게 정주는 사람 아닌가? 정이라는게 영어로 하면 러브고, 러브면 사랑 아닌가? 아줌마가 유부녀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데이트만 하는 사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div> <div>그 허용 한계는 어디일까? 손까지 잡는 것?, 아니면 팔짱까지로 봐야할까?</div> <div>첫 데이트에는 그렇게 맛있다던 숭어회를 먹으러가자. 게다가 취중진담이라고 했어, 이미 옛날부터 내가 마음에 있었다는 얘기지 난 젠틀한 도시출신남자니까 틀림없어’</div> <div> </div> <div>하며 오만가지 상상을 부풀리고 있던 순간 갑자기 벨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며 마도로스처럼 수염이 북실북실한 사내가 들어선다.</div> <div><br></div> <div>“여편네 얼굴이 왜 그려? 술 처먹은겨?” </div> <div><br></div> <div>순간 기우뚱한 자세로 위태롭게 치킨을 조물락대던 아주머니가 정자세로 꼿꼿이 서더니 붓이 보이지 않을 속도로 치킨에 간장양념을 바르기 시작했다. </div> <div>그리고는 종이 박스를 척척 접어 닭을 담더니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손님 간장치킨 나왔습니다. 8,500원입니다.” 라고 또박또박 말한다.</div> <div> </div> <div>“저기....”</div> <div><br></div> <div>조심스레 입을 열자 아줌마가 고개를 미세하게 흔들며 빨리 꺼져버리라는 듯한 눈길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div> <div>‘단무지 안주셨는데...’라는 말을 입속으로만 중얼거리며 문을 열고 나와 부어치킨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div> <div>왠지 매일 보던 간판이 낯설게 느껴졌다. </div> <div> </div> <div><br></div> <div>자취방에서 부시럭부시럭 쓸쓸하게 치킨을 뜯고 있으려니, 오늘따라 유난히 방이 더 추운 것 같아 전기장판 스위치를 올리고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한 병 꺼낸다.</div> <div> </div> <div> </div> <div>차가운 술잔 위로 잠깐 치킨집 아줌마의 얼굴이 비치더니 이내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div> <div> </div> <div><br></div> <div>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는 것은 </div> <div><br></div> <div>아마도 술기운이리라</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마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박준준준 지난 이야기 보기</div> <div><br></div> <div>신림동 어느 화창한 대로변에서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best_1554690">http://todayhumor.com/?humorbest_1554690</a></div> <div>골목길, 만취한 그녀를 만나다.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9438">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9438</a></div> <div>드림 오브 등심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9107">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9107</a></div> <div>1999 나이트 체험기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751">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751</a></div> <div>미팅의 알파와 오메가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291">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291</a></div> <div>어느 맥주가 너무나도 마시고 싶던 날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866">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866</a></div> <div>그래 아마도 둘은 사랑하나보다.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1230">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1230</a></div> <div>새드 크리스마스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065">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065</a></div> <div>닌텐도ds의 일생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a></div> <div>어느 천국의 해피엔딩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a></div> <div>음낭소리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a></div> <div>어느 산골총각의 사랑이야기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a></div> <div>여자친구가 돈 못벌어 온다고 지랄하는데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a></div> <div>먼 옛날 고급음식점에서 소개팅 저질렀던 기억의 단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a></div> <div>내 고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a></div> <div>야동 굽는 노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a></div> <div><br></div>
    출처 과거와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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